내 안에...
두 여자가 눈을 뜬다.

행복, 진실이 가려졌을 때

유능한 변호사 남편, 모든 것을 터놓고 나눌 수 있는 절진한 친구들, 자신을 쏙 빼어 닮은 딸 민지, 그리고 자신의 직업인 큐레이터로서의 자부심과 애정. 유진(지수원 분)의 삶은 더 이상 부러울 것이 없이 안락하다. 그러던 중 유진의 언니 승진이 미국에서 돌아온다는 소식이 들린다. 언니 승진은 사람을 사로잡는 묘한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으며 그런 승진이 유진에게는 동경과 경외의 대상이다. 둘만이 공유하고 있는 은밀한 비밀과 이야기들... 그러한 승진을 만난다는 기대감속에서도 유진은 막연한 불안감을 느끼는데...

혼돈, 언니가 사라졌다.

미국에서 홀로 귀국한 형부 '진호'(김명수 분)가 알려준 언니의 의문의 자살. 믿을 수 없는 소식이 유진에게는 충격적이지만, 남편과 친구들은 오히려 담담하다. 언니의 죽음에 동요하는 유진에게 형부 '진호'가 접근하고, 유진 또한 형부의 육체가 낯설지 않다. 언니의 남편이기 때문일까? 유진은 혼란에 빠지고, 남편은 둘의 관계를 의심한다. 언니의 죽음에 의혹을 느낀 유진은 우연히 '아트러버'(구필우 분)라는 아이디의 남자를 통신에서 만나는데...

내가 바로 배니싱 트윈이다.

언니의 죽음의 유일한 실마리를 제공하는 수수께끼의 남자, '아트러버'. 그는 유진이 모르는 언니의 과거를 속속들이 알고 있다. 유진이 기억하지 못하는 과거의 이야기들이 물밀 듯이 밀려오고, 언니의 죽음에 대한 의혹은 점점 커져만 간다. 언니의 기괴하고 이상한 행적들... '아트러버'를 통해 언니의 죽음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유진은 그를 통해 희미한 기억뿐 아니라 육체 역시 깨어나게 되고, 점점 그에게 빠져드는데... 그속에서 만나는 유진의 또다른 모습, 그렇다면 유진이 결국 배니싱 트윈? 미스테리의 출구는 그녀안에 있다.

지수원의 화려한 외출

수년간의 침묵을 깨고 우리 앞에 당당하게 돌아온 투캅스 걸 지수원. 그녀가 섹스 미스테리 영화 <배니싱 트윈>으로 스크린에 화려하게 컴백했다. 언니의 사랑마저도 훔치고 싶어하는 독특한 캐릭터 유진역으로 분한 지수원은 특유의 고집과 프로근성으로 난해한 '유진역'을 노련하게 소화해냈다. 중요한 것은 연기자로서의 새롭게 거듭남을 강조 하고 있는 지수원은 그만큼 작품에 대한 자신감과 연기에 대한 노련미를 보여주고 있다.

24시간의 비와의 싸움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할 때의 방황하는 모습을 표현하기 위해 감독은 비가 내리는 씬을 선택했다. 소방차 5대가 번갈아가며 비를 쏟아댔고, 지수원은 그 비를 24시간 계속해서 맞아야만 했다. "언니에 대한 기억과 미로속을 헤매는 유진의 심리를 나타내기 위해 표정 연기가 중요했어요. 그러다 보니 감독님의 OK사인이 나기까지 24시간이 흘렀어요." 그리고 바로 OK 사인이 그 씬을 마쳤다. 결국 24시간 내내 비를 맞던 지수원은 끝내 몸에서 김이 나기 시작했고, 젖어있는 상태에서 연기를 해냈다.

지수원 계속해서 달리다
아트러버와 유진이 만나자마자 경찰에게 쫓기는 장면은 평행선을 긋고 있었던 둘의 관계를 좁혀주는 역할을 한다. 경찰에게 잡히려 하는 유진의 손을 잡고 서울 한복판을 뛰어가는 장면을 위해 그녀는 해가 뜨기 전까지 계속해서 달려야 했다. 도보에서, 시장에서 ,골목에서 하이힐을 신고 치마를 입은 상태에서 쫓기듯 달려야만 했던 지수원은 마치 마라톤 경주를 하는 인내가 필요했다. 결국 발은 부르트고 더 이상 뛸 수 없는 상황에서 해가 뜨고 있었다.

열명의 여자로 변신하다
한국영화의 수준이 높아감에 따라 정사신은 하나의 표현의 방법으로 새롭게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아름다운 정사신을 위해 평소 꺼려왔던 과감한 노출을 선보이는 지수원은 성숙한 여배우의 향기를 물씬 풍겼다.. 아름다운 몸매의 곡선과 강렬한 눈빛 그리고 섬세한 손동작 등 마치 새로운 정사신을 연출하려 하는 모습에 지수원이 아닌 또다른 새로운 여자를 만나는 듯 하다고 감독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 여자이면서 10명의 여자로의 변신을 추구하는 지수원은 자신의 진면목을 보여줄 것이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영화속에서 지금과 다른 나를 꿈꾸는 이중적인 성격을 제대로 보여준 지수원의 연기는 관객들의 야누스적인 이중성을 자극하는데도 한몫을 할 것이라 기대된다.


한국영화의 새로운 도전, 섹스 미스테리
그 황량한 공백을 기름지게 하다!

오랜 숙고와 준비 끝에 윤태용 감독이 택한 데뷔작은 한국영화로서는 그 예가 드문 섹스 미스테리였다. 인간 심연에 자리잡은, 실체를 알 수 없는 내 안의 또다른 나... 이 화두는 끝끝내 'Vanishing Twin'이라는 생소한 소재로 풀어져 나갔고, 독특한 이야기 구조와 복잡한 캐릭터를 갖추면서 미스테리로서의 진면목으로 과시하기에 이른다,. 감독 자신의 극진한 노고가 어린 여러 데뷔 후보작 중에서 단연 <배니싱 트윈>이 빛났던 까닭은 유사한 작품이 없는 장르의 독창성과 창작욕을 자극시키는 소재의 특이성, 그리고 감독 본인을 사로잡고 있던 미스테리에 대한 높은 애정때문이었다.


Jazz와 애니메이션
그 화려하고 강렬한 시너지!

수수께끼처럼 사라진 언니 승진을 찾아 떠나는 유진의 기묘한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덧 그녀의 여정에 동참하게 되는 Jazz선율을 만나게 된다. Kenny G, Lee Oskar 등 세계적인 뮤지션과 함께 연주하기도 했던 전성식이 이끄는 최정예 세션팀의 Jazz선율은 유진의 복잡한 심리구조를 설득력 있게 부연하여 보는 이의 몰입을 돕는다. 뿐만 아니라, 언니 승진의 행적의 중요한 실마리가 되는 '코요테 신화'를 애니메이션 작가로서 국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손정현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여 밀도 있고, 유연하게 유진의 정체를 드러내 준다. 게다가 독특한 소재의 'Vanishing Twin'이라는 모티브를 초음파로 촬영한 자궁 속 태아의 모습을 기초로, 국내 최고의 CG실력자 강종익이 충격적인 장면으로 영화 도입부를 장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