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뷰작인 <안달루시아의 개>가 초현실주의 운동 안에서 영화라는 매체를 실험한 것이라면, <황금시대>는 좀 더 나아가 완성된 형태로 뛰어난 구성력(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을 보여준다. 영화 도입부에서 보여지는 전갈에 대한 관찰과 고대 로마제국의 건설과 문제점들, 그리고 영화 결말에서 사드의 '소돔 120일'을 연상시키는 블랑쥐 공작의 등장(의심할 것도 없이 블랑쥐 공작은 그리스도의 형상이다.)은 과학적이고 분석적인 태도로, 한 사회의 구조를 면밀하게 파헤치는 날카로운 시각을 보여준다. 단절된 듯 하면서도 교묘하게 연결되고 연결되는 듯 하면서도 거리감을 불러일으키는 자유스런 의식의 흐름을 통해서, 가스똥 모도와 리야 리가 연기하는 사랑에 빠진 커플은 기존의 종교, 정치, 도덕적 체계 안에서 짓밟혀진 인간의 욕망, 에로티시즘을 절박하게 광적으로 표현한다. 이러한 인간의 욕망을 역사와 결부시킴으로써 성적자유가 지니는 전복적인 힘에 대한 성찰을 보여주는 <황금시대>는 시간이 흘렀어도 특유의 놀라움을 잃지 않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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