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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보 (2000, Asako in Ruby Shoes)
한국, 일본 / 한국어, 일본어 / 로맨스 / 115분 15세관람가 / 2000년 12월 09일 개봉


출연: 이정재, 다치바나 미사토, 김민희(A)
감독: 이재용(A)
각본: 이재용(A)
촬영: 홍경표, 치카모리 마사시
제작: 쿠앤필름
배급: 시네마서비스, 쇼치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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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  (6/10)
네티즌  (7/10)
[15명]  



순수라는 이름의 가상세계, 순애보(純愛譜) (7/10)

글: 신주연
2000년 12월 20일

조회: 7494

감독 이재용
출연 이정재, 다치바나 미사토, 김민희

극장의 미등이 꺼지면 검은 화면에서 초록빛 나무와 시원한 아스팔트길이 열린다.

길 양 옆으로 나무가 울창한 아스팔트길을 달리는 두 사람의 시점에서 시작되는 이야기.

영화의 도입부는 여행을 떠나는 것처럼 기분좋게 출발했다. 게다가 초반부에 내가 좋아하는 트롯트와 흘러간 옛노래가 배경음악으로 삽입되어 '분위기 좋군...!!' 하며 머리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러나...중반부가 지나도 이야기는 종잡을 수가 없는데...

영화 줄거리를 대략 정리해 보면 이렇다.

서울에 사는 한 동사무소 공무원인 우인이라는 남자가 어느날 제빵보조사로 일하는 미아라는 빨강머리 소녀를 좋아하게 된다. 그런데 미아는 우인에게 냉담하기만 하다. 우인은 어느날 통신 메일을 통해 이상형을 찾아준다는 성인 인터넷 사이트를 알게 되고, 이곳에서 미아를 닮은 '아사코'라는 소녀를 보고 그녀에게 사랑을 느낀다. 그리곤 결국 둘이 알래스카에서 만나게 된다는 이야기.

<순애보>의 연출은 <호모 비디오쿠스>와 <정사>로 잘 알려진 이재용 감독. 그나마 이 영화에 별로 끌리는 것이 없던 나에게 일말의 기대를 갖게 한 것은 그 때문이었다.

<호모 비디오쿠스>는 본 적이 없지만 이미 그 작품의 독특함과 탁월함을 익히 들었었다. <정사>는 몇 년 전 내가 다소 야릇한 제목에 기대어 에로 영화를 기대하며 보았던 영화였었다. 그러나 '야한', '천박한' 영화를 기대하며 봤던 <정사>는 야하지도, 천박하지도 않았고, '性', 그것도 유부녀의 불륜을 다룬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고급스럽고, 정갈한 느낌이 드는 영화였었다. 그랬기에 이재용 감독에게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그런데 이번 <순애보>를 본 느낌은.. 그야말로 실망. 그 뛰어난 역량이 퇴보한 듯.

"한국과 일본의 역량이 집약된 2000 Dream Project, 서울과 도쿄 두 도시의 젊음이 사랑에 빠진다면?" 이라는 그럴듯한 피알카피는 이 영화가 정작 말하고자 하는 것에 비껴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얄팍한 상술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합작한 쇼치쿠 영화사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의 대표 영화사라고 하는데, 이 영화가 과연 일본내에서 러브레터 이상의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전반적으로 이야기의 결론으로 가기 위한 중간 가지들이 지루하게 이어졌고 결집력이 약했다.

이 영화는 현대인이 현실에서 보다 가상의 어떤 것에 더 위로를 받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는 것. 소통의 어려움을 말하려고 하는 것 같다. 고독한 아야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돌아가신 할머니의 빈집이고, 우인에게 위로가 되는 것은 아사코(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이다. 그들은 그렇게 현실에서 괴리되어 자신만의 공간으로 숨어든다.

동사무소에서 타성에 젖어 습관처럼 일을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맥주를 마시며 인터넷 성인사이트에 올려진 여자들의 사진을 보고 자위행위를 하다 잠이 드는 것이 다인 우인의 생활. 아침엔 알람을 맞춰 놓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진행자의 멘트에 맞춰 일어나고 자위의 흔적이 묻어있는 휴지들을 화장실 변기에 버리며 오줌을 싸는 우인.

우인은 현실의 미아에게 다가갈 수 없고, 옛친구와 현실에서 정사를 나누려고 했을 때에 뜻대로 잘 되지 않는다. 손가락에 감각이 없듯이 무감각한 그의 삶에 탈출구는 무엇인가?

우인의 연모의 대상 아야. 아야의 꿈은 숨을 참고 자살하는 것. 식구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기는 어머니와 어머니에게 끌려 다니는 우유부단한 아버지, 만화와 컴퓨터 밖에 모르는 남동생과 같이 살고 있는 아야는 정을 줄 대상이 없다.

아침에 아버지는 출근하고 남동생은 학교에 가며 아야는 학원으로 가기 위해 자전거를 타고 각자 자기가 갈 곳으로 가는 장면을 하이앵글로 내려다보며 인물들의 머리위에서 찍은 카메라 워킹은 그들의 삶을 잘 보여준다. 같이 살고 있지만 각자 제각각인 가족의 모습을.

그리고 뜻하지 않게 감동을 주는 인물 리에. 자신은 불행했던 어머니처럼 살지 않을 거라 말하지만, 결국은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아이를 잘 기르기 위해 담배도 끊고 밤낮으로 열심히 일한다. 업소에서 기쁜 표정으로 춤을 추는 그녀의 얼굴이 클로즈업 됐을 때 가슴이 '짜안'하니 감동이 밀려왔다. 자살하려 동맥을 끊은 적도 있는 그녀지만 그 자욱을 보며 삶을 희구하는 그녀의 모습이 바로,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희망의 메시지인 듯하다.

순애보에서 이정재는 그동안의 캐릭터와 다른 연기를 보여줬다. 약간 멍하고 실수를 연발하는 인물. 지로용지를 변기에 떨어트려 햇빛에 말리는 사건이 치명적으로 웃겼다. 그리 썩은 아니지만, 그럭저럭 무난하게 연기해냈다.

아야와 아사코를 연기한, 본명이 '다치바나 미사토'라고 하는 배우는 청순미로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청순미뿐 아니라 도발적 섹시미도 있어 재수생이면서 인터넷 모델을 하는 그녀의 배역과 잘 어울렸다.

전체적으로 잘 만들었다고는 볼 수 없는 영화지만, 이정재와 다치바나 미사토를 보고 싶은 분들은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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