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금곰상과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남미영화의 생존을 알렸던 <중앙역>은 6,70년대 제3세계 영화운동의 한페이지를 장식한 '시네마누보' 정신이 살아있음을 증언한다. 이 영화는 브라질을 가로지르는 여정을 따라가는 로드무비의 외형을 빌려 저개발의 고통에 시달리는 브라질 민중의 핏기없고 황량한 모습을 담아낸다.
나이든 여인과 어린아이의 여행담을 담았지만 이 영화는 조슈에와 도라의 섣부른 화해를 끌어내지 않는다. 도라는 모성애가 넘쳐나지도 착하지도 않다. 가난에 찌들리고 삶에 대한 기대가 없는 도라의 내면은 브라질의 시골만큼이나 황폐하다. 조슈에 역시 아이답지 않게 위악적인 행동을 일삼는다. 그런 그들의 힘겨루기는 내러티브에 팽팽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그러기에 그들이 여행의 끝에서 새로운 삶의 희망을 발견하고 서로에 대한 우정을 확인하는 결말은 애잔하면서도 따뜻하다.
월터 살레스는 도라와 아이의 여정을 통해 브라질의 현실을 보여준다. 원주민들의 모습, 순례와 축제, 황량하고 메마른 땅과 한없이 뻗은 신작로 등 브라질의 풍광을 배경으로 영화는 도라와 아이 사이에 싹트는 인간에 대한 사랑을 전달한다. 아이 역을 맡은 배우는 리우 공항에서 구두닦이를 하던 소년이다.
전직 교사였던 도라(페르난다 몬테네그로)는 리우데자네이루의 중앙역에서 글을 모르는 사람들을 대신해 편지를 써주는 것으로 살아간다. 어느날 도라는 아나라는 여인을 대신해 남편에게 편지를 써주는데, 아나가 교통사고로 죽는 바람에 얼떨결에 고아가 된 아나의 아들 조슈에를 떠맡는다. 도라는 조슈에를 입양기관에 팔아버리지만 그 단체가 인신매매단임을 알고 조슈에를 구해낸다. 그리고 그의 아버지를 찾아 멀고먼 여행을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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