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불후의 명작> 속 인기는 누구에게나 인정받는 '불후의 명작'을 만들겠다는 꿈을 꾼다. 그의 앞에 놓인 냉정한 현실 때문에 그 꿈은 좌절되지만 인기는 꿈꾸는 것을 멈추지 않고 또 다른 희망을 가슴속에 품는다.
영화 <불후의 명작>은 이런 인기의 모습을 통해 꿈의 실현여부가 아닌, 수많은 좌절 속에서도 또 다른 희망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바로 희망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며 무거운 삶의 무게 속에서도 풋풋한 웃음을 지어 보일 수 있는 치유약인 것이다.
결국, 화려한 장미가 아닌 소박한 들꽃처럼 평범한 우리들의 삶, 장엄하지도, 화려하지도 않고, 남들보다 나아 보일 것 하나 없는 평범한 우리들의 반복된 일상이 바로 '불후의 명작'이라고 이 영화는 말하고 있다.
<불후의 명작>은 최근, 메이저 영화사로 조직을 정비한 (주)시네마서비스가 직접 제작하는 2000년 프로젝트이다. 특수효과로 포장한 블록버스터들 속에서 아직도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화두는 '인간'이라고 믿기에 사람냄새가 묻어나는 영화 <불후의 명작>을 선택한 것이다.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긍정적인 모습과 순수했던 사랑의 교감을 함께 그려나갈 영화 <불후의 명작>은 21세기가 맞이하는 첫 번째 겨울을 더욱더 따뜻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박중훈, 송윤아의 기분 좋은 만남
명랑 만화의 주인공처럼 경쾌한 스타카토의 느낌인 인기는 지금 막 사랑을 시작하려 한다. 슬픈 동화 속의 주인공처럼 아픔이 배어 나오는 여경은 사랑을 떠나보낸다. 시나리오를 완성하기 위해 만난 인기와 여경, 바로 그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언제봐도 편안하고 한결같은 이미지로 한국영화계에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배우로서 자리를 굳힌 박중훈과 지적이고 감성적인 자신만의 이미지를 연출할 줄 아는 상큼한 여자, 송윤아가 <불후의 명작>의 인기와 여경으로 만났다.
<인정사정 볼것없다> 이후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며 1년 6개월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박중훈과 무한한 매력이 숨어있는 송윤아의 만남은 영화와 TV 어디에서도 만난 적 없는 신선한 결합!
특히 송윤아의 경우, 주연배우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한국영화계에 심은하, 전도연, 고소영에 이어 관객의 감성을 울릴 또 한 명의 여배우로 떠오르고 있다.
영화 <불후의 명작>에서 박중훈은 그동안 코미디와 느와르에만 어울리는 배우라는 이미지를 과감히 벗어버리고 순수하고 부드러운 청년 인기로 멜로 배우로서의 변신을 꾀하였다. 자신이 여경과 함께 만든 시나리오가 다른 사람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지고 자신은 감독의 꿈을 저버려야만 하는 현실 때문에, 친구 진원 앞에서 통곡하는 장면에서는 현장에 있던 전 스텝들이 눈시울을 붉히고 가슴 아파할 정도로 명연기를 선보였다. 바로, 영화 <불후의 명작>에선 박중훈의 새로운 얼굴과 그만의 백만불짜리 트레이드마크인 미소가 함께 공존하는 것이다.
송윤아도 자신의 숨겨진 매력을 과감히 선보이며 여경을 완벽하게 소화해냈다. 영화를 위해 방송출연을 비롯한 개인의 모든 일정을 자제하고 연기에만 몰두한 송윤아는 여경이 되기 위한 철저한 준비와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이 영화의 가장 하이라이트 장면이라 할 수 있는 통술집 씬은 여경이 자신의 심정을 인기에게 고백하는 장면으로 섬세한 감정연기가 요구되는 씬! 송윤아는 세밀한 감정선을 잡기 위해 두문불출할 정도로 열정을 보였으며 결국에는 완전히 여경에게 동화되어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한다. <불후의 명작>을 통해 송윤아는 자신의 연기의 정점을 선보일 것이다.
올 겨울, 기분 좋은 아름다운 연인, 박중훈, 송윤아를 스크린을 통해 만나게 된다.
빛 바랜 사진첩의 잊혀진 기억들을 조심스레 담아낸 아름다운 영상...
영화 <불후의 명작> 속에 등장하는 장소들은 2년 동안 시나리오를 준비한 심광진 감독의 노력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현재의 서울이라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잊혀졌던 공간들을 영화 속에 되살려 놓았다. 빨갛고 파란 줄무늬가 빙글빙글 돌아가는 이발소 표시판, 기억 속에 사라져가고 있는 포스터가 붙어있는 돌담길, 물안개가 피어오르는 조용한 호숫가, 오색찬란한 천막 안에서 이루어지는 재미있고 화려한 서커스. 아련하게 우리의 기억을 더듬어보게 하는 추억의 장면들은 조용히 섬세하게 다가오다 미끼에 걸려 요동치는 물고기처럼 역동적인 영상들로 우리 가슴을 두드린다.
잘 다듬어진 감성적인 대사, 감각이 돋보이는 음악, 영화곳곳에 숨어 있는 빛 바랜 사진첩 속에서 만나는 아름다운 영상들은 현대인들의 메마른 가슴속에 따뜻함과 정겨움을 선물할 것이다.
쓸쓸한 여백을 채우는 따뜻하고 정겨운 선율!
영화 <불후의 명작>은 살면서 맞닥뜨릴 수밖에 없는 좌절의 아픔을 고스란히 웃음으로 걸러내는 사람들의 꾸미지 않고 솔직한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그리고 있다. 그것이 하고싶은 일에 대한 성취에 관한 것이든, 이루고 싶은 사랑에 관한 것이든, 어쩌면 그런 모든 것들을 끝내 가질 수 없을지 모른다는 허무함에 관한 것이든, 희망의 끈을 버리지 않는 영화 속 인물들의 간절함과 아픔이 바로 이 영화음악의 근간이 되며 정서 역시 이러한 주인공들의 심상으로부터 시작된다. 여경의 차분함 속에 배어있는 쓸쓸함과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보기만 하는 인기의 마음은 'ONCE UPON A TIME IN AMERICA'에서 누들스가 데보라를 훔쳐볼 때 흐르는 <아마폴라> 음악으로 영화전반에 걸쳐 잔잔한 선율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또 애절하고 소박한 아름다움이 느껴지는 가곡 <그 집 앞>이 정결하게 편곡되어 사용되었으며 서정적인 멜로디의 <까발레리아 루스티카나>와 같은 클래식 곡들과 독특한 창법으로 70년대의 우수와 향수를 담아낸 함중아의 <내게도 사랑이>는 아픔이 서려있는 인기의 미소를 더욱더 쓸쓸하게 만든다.
그밖에도 따뜻한 여경의 테마, 영화 속의 서커스장면에서 들려지는 경쾌하고 장중한 행진곡, 그리고 반딧불이의 우아한 비행과 함께 펼쳐지는 스코어 등은 이 영화의 전편에 담담하지만 아름다운 서정을 담아 줄 것이다.
주연보다 더욱 빛나는 조연들...
영화 <불후의 명작>에서 유난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유명인사들의 특별출연이다.
재치있고 유머러스한 입담으로 연예 전문 리포터로 알려진 조영구는 자신의 직업을 십분 살려 영화에서 리포터로 등장한다. 생방송에서도 NG없기로 유명한 그는 촬영장에서 연신 NG를 연발하고 '처음 생방송 할 때보다 더 떨린다'며 긴장된 모습을 보였지만 몇 번의 촬영 끝에 OK사인이 나자 능청스럽게 '이제부턴 영화배우로 불러달라'며 영화배우임을 자신있게 말했다.
또한 박중훈과 절친한 선후배 사이로 알려진 신현준도 극중에서 영화사를 방문한 배우로 등장해 돈독한 우정을 과시했다.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정도로 애드립이 강한 두 사람은 즉석에서 대사를 만들어내 촬영시작부터 현장에서 웃음이 떠나질 않았다.
특히, 박중훈이 <비천무>의 진하를 흉내내는 장면은 압권이었다. 그밖에도 구성주 감독이 헌책방 주인으로 특별 출연하였다.
특별출연 못지 않게 조연들의 눈에 띠는 감칠맛연기는 또한 <불후의 명작>에서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특히 나름대로 에로비디오에 관한 철학과 뛰어난 사업수단을 지닌 에로비디오 사장으로 영화에 처음 출연하는 백윤식은 조용조용하면서도 나긋나긋한 말투와 전혀 동요없는 무표정한 얼굴로 감칠맛나는 대사를 완벽하게 소화해내 폭소탄의 위력을 단단히 과시했다.
그리고 극중 에로배우로 출연하는 김여랑과 조유나, 그리고 최고의 여배우의 당당함과 아름다움을 과시한 서진호는 신트로이카를 이루며 신인같지 않은 연기와 열정을 선보였다. 이들은 모두 <불후의 명작>이 영화 데뷔작.
영화 속 에로배우역은 오디션에 오디션을 거듭했지만 꼭 맞는 인물을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였다. 더구나 노출문제 때문에 실제 에로배우조차 거절할 정도였다. 난고 끝에 찾아낸 인물이 바로 김여랑과 조유나. 두 사람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과감한 노출도 마다하지 않는 열연을 선보였다.
김여랑이 한국적인 단아함이 묻어나는 배우라면 조유나는 청소년드라마에 출연할 정도로 깜찍한 귀여움이 묻어나 대조적인 이미지를 선보인다. 배우 기근현상이 심화된 한국영화계에 새얼굴로 등장한 서진호, 김여랑, 조유나의 행보가 주목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다짐을 해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남들한테 인정받고 살거라고...
에로 영화 촬영현장에서 카메라 속 배우들의 연기를 연출하기보다는 자신이 구상하고 있는 시나리오를 과장된 제스추어로 열변을 토하는 인기. 부모님의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영화에 대한 꿈을 접고 에로비디오 현장이라는 현실을 선택하지만 인기는 '불후의 명작'을 만들어 모든 이들에게 감동을 주겠다는 꿈을 안고 하루 하루를 살아간다.
당신이 시나리오를 써준다면
그걸로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아름다운 영화를 만들겠어요!
대학동창이자 충무로 영화사의 프로듀서인 민실장을 방문한 인기는 우연히 대학교 선배이자 지금은 유명한 감독이 되어버린 명준을 만나게 되고 그로부터 시나리오 작가를 소개받게 된다.
오랜 기다림 끝에 여경(송윤아 분)을 만난 인기. 그녀를 본 순간, 인기의 동공은 확대되고, 입은 반쯤 벌어지고, 안면근육은 미세하게 떨린다. 그리고 허공을 향해 중얼거린다. 자신이 작가가 되지 못한 건 바로 그녀를 만나기 위함이었다고.....
사랑의 시작은 공통점을 발견해 가는 것!
그녀가 수많은 우유 중 자신과 똑같이 바나나 우유를 좋아한다는 것.
남들에겐 어느새 잊혀져 가는 만화주인공들을 좋아한다는 것. 인기는 하나 하나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가며 남몰래 여경에 대한 사랑을 키워 간다. 그리고 여경 또한 맑고 순수한 인기를 만나게되면서 지금까지 자신을 잃어버리고 대필작가로만 살아온 발자취를 뒤돌아보며 새로운 결심을 하게 된다. 인기와 여경이 서로에게 동화되어가듯 그들이 작업하는 시나리오 속의 인물인 서커스 단장 딸과 그녀를 사랑하는 삐에로는 점차 살아 움직이는 캐릭터로 구체화되어가 불후의 명작이 만들어지는데...
NOTE 1 / "왠? 준비, 시작"
드디어 기다리고 고대하던 영화 첫 촬영 날!
모든 촬영준비는 완벽하게 끝이 났고 박중훈도 송윤아도 열의에 차있다. 그런데 어디서 들리는 이상한 소리... '준비! 시작!'
왠? '준비 시작', 스텝과 모든 연기자들이 어리둥절해하며 감독님만 쳐다본다. 그러자 심감독은 "한글을 사랑합시다" 하며 너스레 웃음을 지어 보인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영화 속 서커스 장면에 평양곡예단을 참여시키고 싶었던 감독님이 이리저리 알아보다 알아낸 사실! 북한에서는 영화 촬영 때 '준비! 시작!'을 외친다고 한다. 촬영장에 재현된 남북화합의 순간이랄까?
이렇게 심광진 감독의 독특한 큐 사인을 시작으로 <불후의 명작> 첫 촬영은 이루어졌다.
NOTE 2 / 충북 괴산에서 이루어진 일 주일 간의 촬영
촬영현장이 힘든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닌데...
정말 괴산에서의 강행군은 밥 힘으로, 깡으로 버티기에도 불충분했다.
9월인데도 불구하고 옷깃을 여미게하는 매서운 바람에다 발끝조차 담기 싫을 정도로 차가운 계곡 물에 들어가 하루 종일 있어야 했고, 무거운 장비를 들고 이끼낀 미끄러운 바위들을 통과해야했다.
괴산 일대를 로케이션으로 촬영하다보니 고작 하루 2~3시간의 쪽잠은 기본. 무더위와 싸운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스텝들과 연기자들은 두툼한 겨울옷을 꺼내 입고 있었다. 게다가 촬영막바지에 이르자 스텝들은 이제 병마와 싸워야 했다. 그놈의 감기!
하지만 가장 중요한 호숫가 춤 장면 촬영 날. 호숫가 건너편에서 촬영을 해야하는데 나뭇가지들이 카메라에 걸린다. 누군가가 물 속에 들어가서 나뭇가지들을 처리해야만 했다. 모두가 감기에 걸려 골골하다보니 촬영부인 필승이 형이 과감히 옷을 벗고 물 속으로 풍덩!
그 날 저녁 전 스텝과 연기자들은 지름 3m가 넘는 거대한 헬륨조명을 하늘 위에 띄우고 기념 촬영을 하였다. 지금까지의 고생을 완전히 잊은 듯 모두들 치즈하며 하얀 이를 드러내며 마음껏 웃었다.
아듀! 괴산!
NOTE 3 / 박중훈 울고 또 울다.
10월 4일 동아일보 앞에서 중훈이 형도 울고 전 스텝과 연기자들도 울었다. 어찌나 장면이 서글프던지, 아니 어찌나 서글프게 잘도 울던지 사나이 가슴을 찡하게 만들었다. 중훈이 형은 얼마나 울었는지 눈두덩이가 퉁퉁 부어 올랐다. 그 동안 코미디에만 어울리는 배우라고 생각했는데 대단한 감성을 지닌 배우다. 배우는 아무나하는 것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얼핏 머릿속을 스쳐간다. 중훈이 형은 현장에서도 참 예의가 바르다. 스텝들 막내까지 친절하게 챙겨준다. 이 촬영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심감독님이 하신 말씀이 아직까지 생각난다. 영화 속에서 인기가 자기 시나리오를 다른 사람에게 뺏기고 울듯, 누구나 좌절을 겪지만 참고 기다리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는 것이다. 그리고 영화작업도 마찬가지라고...
NOTE 4 / 저런 여자 어디 없나 나 장가 좀 가게...
10월 17일. 여경이 인기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는 통술집 장면
촬영현장이 고기집이다 보니 저녁식사로 삼겹살 파티가 이루어졌다.
몸 속으로 고기가 넘어갈 때마다 갑작스레 힘이 팍팍 솟고 그 동안의 피로가 씻기듯 사라진다. 배부르게 저녁을 먹자마자 바로 촬영준비를 위한 바쁜 움직임이 시작된다.
오늘 윤아씨가 무척이나 귀여운 여자란 걸 새삼 깨달았다. 촬영장에서 항상 예의 바른 모습만 보아왔기 때문이다. 처음 촬영할 때는 주연이라는 부담감 때문인지 많이 낯설어 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지금은 한 식구처럼 더울 땐 아이스크림도 사주고 추울 때는 따뜻한 녹차도 타준다. 그런데 오늘은 약간 술에 취해 자신의 이야기를 인기에게 하는 장면을 능청스럽게 잘도 한다. 혹시 진짜 알콜을 마신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에 카메라 세팅 때 살짝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술은 아니다. 얼굴만 이쁜 줄 알았더니 저런 애교까지! 저런 여자 어디 없나 나 장가 좀 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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