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디 앨런이 러시아에 갔다. 그것도 시대를 거슬러 올라 나폴레옹 침공기로.. 뉴욕을 떠난 이 뉴요커는 그가 만난 새로운 세상을 마구 헤집고 다니며 영화 속에 담아 낸다. 느슨하게 전개되는 이야기 구조 안에서 러시아 문학과 영화들, 프랑스 영화와 실존주의자들을 인용하며 우디 앨런은 특유의 유머 감각으로 가벼운 철학적 주제를 건드리고 있다. 이 영화에서 에이젠쉬테인, 찰리 채플린, 잉그마르 베르히만이 창조해낸 매력적인 영화의 이미지들을 우리는 우디 앨런의 코믹한 패러디로 다시 만날 수 있다. 소년 시절 이미 "죽음"과 조우하게 된 보리스(우디 앨런 분)는 살아가면서 시시각각 전쟁, 결투, 자살, 암살기도 등 가능한 모든 종류의 사건들을 겪는다. 언제나 삶의 언저리를 기웃거리며 주위를 배회하는 죽음이라는 존재는 그 실체보다도 존재감으로 인간으로 하여금 삶을 다시 고민하게 만들면서 의미를 부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