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이자 클라리넷 연주가이고, 자신의 영화에 시나리오, 연기와 연출을 겸하는 '완전작가'이면서 직접 책도 쓰는 우디 알렌은 미국에서 몇 안되게 살아남은 포스트 스튜디오 시대의 작가이다. 헐리우드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자신의 고정스탭들을 데리고 신경쇠약 직전의 뉴요커들이 겪는 강박관념을 시니컬한 웃음으로 바꾸어내면서 또한 그 내면을 성찰하게 만드는 우디 알렌은 어쩌면 가장 행복하게 영화를 찍는 감독인지도 모른다. 80년대 초반 오라이온 픽쳐스와 합의한 보호계약 아래서 우디 알렌은 자신의 작업들에 거의 완전한 통제력을 갖고 있으며, 드라마와 코미디의 구분을 넘어서 아주 개인적이면서도 예술, 종교, 사랑에 대한 우디 알렌 자신의 견해가 스며들어 있는 영화를 '마음대로'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그의 초기작으로서 황당무계한 개그와 슬랩스틱적인 요소를 가지고 미래사회의 조지 오웰적인 비전을 그리고 있다. 그리니치 빌리지의 재즈 뮤지션이자 건강식품 가게 주인인 주인공은 냉동인간이 되었다가 눈을 떠보니 200년후의 미래세계에 와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에일리언 취급을 받으며 쫓기는 신세가 된 그에게 의지할 것은 시스템에 대항하는 반군뿐이다. 이제 그는 반군의 최전선에서 싸우며 승리와 함께 사랑도 얻는다. 그러나 역시 SF라는 장르의 외형만 벗기면 우디 알렌 특유의 대사와 지적인 유머, 재치가 여전히 살아 있음을 발견할 수 있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