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톨릭 종교의식 중의 하나인 발을 씻기는 장면으로 시작되는 이 영화는 바로 이어서 한 남자가 어떤 여자의 발에 매력을 느끼는 장면으로 이어진다. 이후부터 그 남자의 그 여자에 대한 광란적인 소유적 사랑과 카톨릭 교회의 억압에 의해 생긴 도착적이며 감정적인 성적 표현이 이어진다. 여성의 시점을 쫓으며 남자의 병적인 질투의 예를 분석적으로 보여주는 이 영화는 브뉘엘의 남다른 여성관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베르히만처럼 종교적인 성장기를 거친 브뉘엘은 자신의 작품의 중심적 메타포로 종교적 도상을 사용했으나, 구원의 가능성을 배제한 회의주의자로서 종교에 대해 과격한 관념을 보여준다. 영화 속에서 전개되는 증오심과 광적인 사랑 사이의 치열한 대립은 여자의 성기를 꿰매려는 흉악한 결말로 치닫고 만다. 종교와 신념, 남성우월주의, 욕망 등이 서로 부딪치고 있는 주인공의 정신 세계 속에는, 자신이 무신론자인 것을 신에게 감사한다는 브뉘엘의 말처럼 종교적 위선이 그대로 작용하고 있다. 억압된 인간 욕구의 심리적 변용에 대한 그의 집요한 관심은 이후 그의 영화에 반복되어 나타나는 주제였다. 종교에 귀의함으로써 성적인 억압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남자의 마지막 모습은 그의 예사롭지 않은 발걸음을 통해 아직 그가 억압에서 벗어나지 못했음을 드러내며, 오히려 제도화된 종교 안에 완전히 갇혀버린 한 남자의 모습으로 남는다. 이는 제도화된 종교와 그것이 보여주는 지극히 단순한 인간관에 대한 브뉘엘의 끊임없는 분노를 느끼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