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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6년 세계적인 영화전문지 '까이에 뒤 시네마'와 프랑스 '프리미어'가 그해 '세계 10대 영화'에 선정된 영화로, 총격전과 추격 서스펜스로 가득한 웨스턴 장르를 모티브로 삼았다. <천국보다 낯선>이 허망한 꿈의 절망적인 나른함을 표현했다면 <데드 맨>은 물리적이고 구체적인 세계로부터 이탈해 죽음의 세계로 들어가는 몽환적인 나른함을 보인다. 블레이크를 영적세계로 안내하는 인디언 '노바디'가 읊조리는 대사는 18세기 영국의 낭만주의 선구자, 윌리엄 블레이크의 작품 중 '지옥에서의 잠언(Proverbs of the hell)'이다. 산업사회에 대한 비판과 순수한 자연과의 교감을 강조하던 블레이크의 작품들은 현재 영문학도들에겐 미국의 18세기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필독서로 꼽히고 있다. 자무쉬는 블레이크의 작품에서 얻은 영감으로 다소 관념적이고 상징적인 순수의 세계를 텅빈 화선지를 채우듯 새롭게 시각화하였다.
주연을 한 조니 뎁은 배우로서의 역할 뿐만아니라 'P'라는 록밴드를 결성해 음반을 발매한 실력이 있는 기타리스트이기도 하다. 또 97년 깐느 공식 경쟁부문에 오른 <브레이브>로 감독으로서 재능을 선보였다. <데드 맨>에서 돌발적인 살인을 저지른 뒤, 점차 난폭하고 황량한 무법자로 변해가는 젊은이로 분한다. 블레이크는 19세기 후반 영국에 실존했던 초현실주의 작가와 동명이인. 조니 뎁은 '데드 맨'이란 말처럼 죽음의 문턱에서 의식과 무의식을 넘나드는 독특한 연기를 선보인다.
만성치통으로 얼굴을 사납게 찡그리는 최고의 킬러, 코일 윌슨으로 분한 란스 헨릭슨. <데드 맨>에서 부모를 죽이고 인육까지 먹는 끔찍한 인간 사냥꾼으로 분한 그는 이미 헐리우드 영화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조연급 배우 중의 한사람이다. 날카로운 눈매와 강렬한 이미지로 주로 액션 영화에 출연했던 그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오우삼 감독의 <하드 타겟>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인 바 있다. 또 <에이리언> <에이리언 III>에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그는 브루스 윌리스 주연의 미스테리 스릴러 <컬러 오브 나이트>와 샤론 스톤 주연의 <퀵 앤 데드>에 출연, 헐리우드 흥행작에서 빼놓을 수 없는 단골 손님으로 인정받고 있다.
최소한의 조형수단으로 가장 강렬한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미니멀리스트(minimalist)로 평가받는 짐 자무쉬는 예술영화를 신봉하는 구미의 영화광, 영화학도들의 우상이라할 만큼 각광을 받고 있다. 1953년 오하이오 출생으로 영화명문 뉴욕대를 졸업한 뒤, <천국보다 낯선>으로 1984년 깐느영화제 신인감독상을 수상하였다. 빔 벤더스의 촬영 감독 로비 뮐러와 함께 흑백영화 <다운 바이 로>(86)를 연출한 후, 1989년 첫 색채화면 <미스테리 트레인>을 완성하였다. 자무쉬는 이 영화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망령에 사로잡힌 듯한 멤피스란 호텔을 배경으로 미국 대중문화를 코믹하게 그려내 극찬을 받았고 이어 깐느영화제 예술공로상까지 수상하였다. 1993년 탐 웨이츠와 이기 팝이 출연한 단편 <커피와 담배>로 다시 깐느영화제 단편영화부문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등, 연출하는 작품마다 커다란 반향을 일으켜 왔다. 무성영화를 연상케 하는 흑백화면과 커트를 나누어 찍지 않는 '쁠랑 -세깡스'의 원칙을 고수하며 펑크적 감수성으로 이민국가 미국을 코믹하게 그려온 자무쉬는 <데드 맨>을 통해 여전히 코믹스러우면서도 복합적인 이야기들을 중첩시키는 한편, 완전히 무르익은 흑백영화의 진수를 보인다.
동부 클리블랜드 출신의 윌리엄 블레이크(William Blake: 죠니 뎁 분)는 취직 통지서를 받고 서부 머신 타운으로 향한다. 하지만, 긴 열차 여행을 마치고 도착한 곳은 기대와 달리 거칠고 위험스러운 도시. 설상가상으로 그의 일자리는 이미 다른 사람이 차지한 뒤다. 취직은 커녕 되돌아갈 차비도 없어 거리를 배회하던 블레이크. 우연히 꽃파는 여자를 만나 그녀 방에서 하룻밤을 지내는 중, 갑자기 그녀의 옛 연인이 침실로 들이닥치고 당황한 블레이크는 총격전 끝에 그를 사살한다. 순식간에 살인자로 몰린 블레이크. 자신도 가슴에 총상을 입은 채, 황급히 마을 밖으로 도망치지만 숲속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다. 노바디라는 괴이한 성격의 인디언((Nobody: 게리 파머)에게 간호를 받은 블레이크가 의식을 되찾을 무렵, 노바디는 이미 작고한 영국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의 영혼이 다시 육체로 환생했다고 믿는다. 블레이크는 인디언 노바디의 도움으로 태양이 움직이는 방향을 따라 힘겨운 도망을 시작한다. 한편, 블레이크가 마을에서 죽인 괴한은 다름아닌 블레이크가 취직하기로 했던 회사 사장의 아들 찰리(Charlie Dickinson: 가브리엘 바이른 분). 존 디킨스(John Dickinson: 로버트 밋첨 분) 사장은 아들의 복수를 위해 세명의 인간 사냥꾼 - 부모를 죽이고 인육까지 먹는 코일 위슨(Cole Wilson: 랜스 헨릭슨 분), 말많은 명사수 콘 웨이(Conway Twill: 마이클 윈콧 분), 10부터 청부살인을 시작한 조니(Johnny "The Kid" Pickett: 유진 바이드 분) - 을 고용, 어마어마한 현상금을 걸고선 블레이크를 뒤쫓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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