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과 형사가 나오는 스릴러 형식을 취했지만 인간의
심리에 더 중점을 둔 영화다. 살인자는 우발적인 사고로 사
람을 죽이게 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상적인 남녀관
계는 아니었다. 형사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고, 수사과정
에서 역시 사고로 자신의 동료 형사를 죽인다. 이를 숨기기
위해 증거조작, 허위진술까지 하고, 사실을 알고 있는 살인
자를 보호하기까지 한다. 협박에 의해서라기보다 거의 자의
로.

요한슨(형사)은 혼자다. 가족도 없고, 기억력에 문제가 있
던 동료마저 자신의 손에 죽는다. 잠을 이루기 위해 햇빛마
저 꺼려하고, 묘한 감정을 느끼고 있던 숙소의 여지배인에
게도 거절을 당하며(너무 서둘렀나?--), 동료에 대한 죄책
감으로 끊임없이 시달린다. 살인자 또한 마찬가지다. 넓은
집에서 혼자 살면서 서로에게 의지하고 싶어하는 젊은이들에
대한 소설을 쓰고, 그 소설로 인해 가까워진 여학생에게 성
적 충동을 느끼고 결국에는 사고였지만 살해한다. 이를 감
추기 위해 철저하게 위장을 하지만 묘하게도 요한슨에게 도
움 아닌 도움을 구한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본다면 그 역시
도 도움을 받지 못한 셈이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불안감과
죄책감으로 인해서.

이 둘은 이렇게 극단적인 위치에 있으면서도 서로 비슷
한 인물인 것처럼 보인다. 차이점이 있다면 요한슨의 경우
잠을 이루지 못하기 때문인지 형사라는 위치임에도 불구하
고 살인자보다 모든 행동이나 상황이 더 위태롭게 느껴진
다는 점. 그리고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심리라고나 할까?
자신을 지키고자 하는 욕구와, 필연적인 죄책감과 불안감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이 불면증이라는 요소를 통해 살인
자 쪽보다 더 절실하게 느껴진다.

분명히 영화의 표면은 스릴러지만 그 스릴러라는 요소는
그다지 짜임새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텔미썸씽'이 재
미 면에서는 훨씬 낫다. 하지만'텔미썸씽'은 비비 꼬아놓은
관계로 개개인이 가지는 심리상태라든지 갈등이 직접 느껴
지지 않는다. 반면에 이 영화는 영화를 보는 그 자리에서
인물들의 감정이 생생하게 전달이 된다. 지나치게 까탈스러
운 영화보다는 오히려 이런 영화가 나에게는 더 반갑다. 그
리고 눈동자만 뚜렷하게 드러나는 마지막 장면. 죄책감이나
불안감이란 것은 다른 존재가 있을 때에서야 비로소 가능
한 감정이 아닐까? 그렇다면 그 엔딩은 영화의 모든 내용
을 압축해버렸다고 할 정도로 강렬했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