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성우의 영화 바로보기 #11

(오른쪽 그림) 기억하는가 이 장면은! 우리는 영화를 볼때 '아 이래서 영화를 보는구나'라는 사실을 사뭇 느끼곤 한다.이 기상 천외함이여!

최근 일본 영화 2차 개방이 이루어지면서부터 1차개방때와는 사뭇 다른 일본영화 열기에 한국이 휩싸이고 있다. 1차 개방때야 각종 국제영화제 수상작을 위주로 들여오는 엄격함 때문에 우리관객들 중 소수의 영화매니아들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2차 개방 후에는 일본 상업영화의 내로라하는 감독들의 최신작부터 초기작품까지 우후죽순처럼 뻗어져 나옴으로써 한국영화계가 우려했던 '일본영화 판치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예상까지 나올 정도이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몰라도 가장 우려했던 일본 애니메이션의 본격적인 상륙의 지연과 불법 애니 복사판등의 과도한 횡횡으로 인하여 생각보다 극장 개봉시에도 타격을 받지 않을 전망인가 보다.)

<러브레터>, <4월이야기>의 이와이 슈운지 열풍이 채 가시기도 전 일본 상업 영화의 선봉 수오 마사유키의 <쉘위댄스?>를 필두로한 <으랏차차 스모부>(원제:시코 밟고 말았다!), 일본 최고흥행을 현재 기록중인 <화이트 아웃>, 98년도 최대 흥행작 <춤추는 대사수선>, 일본 호러컬트 애니의 대명사 <무사 쥬베이>(원제:수병위인풍첩) 등 이제는 장르에 관계없이 일본 영화들이 봇물처럼 터져 나옴에 따라 이제 우리관객들은 영화선택의 폭에 할리우드 영화와 저울질하며 보아야 할 시기가 온 것 같다. 할리우드 영화가 갖는 강점이라면 무엇보다 장대한 스케일과 화려한 비쥬얼, 우리가 익숙히 들어왔던 스타 시스템이나 막대한 자금력과 배급망을 통해 뿌려진 유수한 마케팅 능력 등이 있는데 실제로 할리우드 영화는 그 내실보다 그것을 받쳐주는 구조적 인프라에 좀더 힘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개봉해서 호평을 받고 있는 일본영화들을 보자면 그러한 인프라의 도움은 전혀 받지 못하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우리나라 관객들이 몰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관객은 좋은 영화에 찾아든다'는 영화계의 절대 진리이자 평범한 속설이 바로 그 이유이다. 현재 개봉하고 있는 일본 영화는 경쟁력이 있다. 그 경쟁력은 할리우드 영화에 대한 단순 비교우위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영화들에 대한 비교우위에 있다는 것도 포함된다. 미국에서 <아메리칸 뷰티>가 천문학적으로 돈을 벌고 아카데미가 상을 몇개나 안겨주면서 쇼를 한것에 비해서 우리나라에선 97년도 작품이었던 수오 감독의 <쉘위댄스?>를 보면서 중산층의 일상과 영화속 환타지에 기꺼이 몸을 던진다.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도 아메리칸 뷰티를 봤겠지만서도 말이다.

아무튼.현재 일본영화들은 경쟁력이 있다라는 말로 다시 돌아가 보자.왜 그럴까? 어떠한 측면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있을까? 이러한 의문이 든다면 미타니 코키 감독의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를 한번 보자. 아까 언급한대로 우리가 이 영화를 보면 왜 일본영화가 경쟁력이 있는지에 대한 대답이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다. 이제는 사라져가는 라디오 방송국에서 한편의 라디오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벌어지는 배우들과 스탭들간의 이 우스꽝스러운 가벼운 블랙코메디는 과연 우리 시장에서 통하는게 무얼까라는 우리나라 영화제작자 여러분들과 시나리오 작가 지망생들에게 다시한번 경각심을 일깨우게 한다.

영화속으로 한번 들어가보자. 아까 말한대로 지극히 단순한 이야기다. 그냥 방송국에서 벌어지는 해프닝이라는 것이다. 뭐 이런 이야기야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로서도 많이 다루어지고 있지만(최근 [이브의 모든것]이나 시트콤 [개그 어쩌구]하는 것들) 우리나라가 이러한 소재들에 대해서 피상적이면서도 수동적으로 접근하는 반면 이 영화는 한 소재에 대한 끊임없는 집중적 연구와 기발한 아이디어로 영화 2시간 내내를 지루하지 않게끔 한다. 그것은 바로 어디까지나 시나리오의 차이인데 이같은 부류의 상업영화의 특성상 대사, 애드립, 상황연출 등등이라는 아주 말초적이면서도 지엽적인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또한 전체적으로 120분 전체를 아우를수 있는 컨셉으로 잡아나가는 방향이 분명히 필요하다는 점이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최근 개봉해서 대참패(!)와 질적 저하를 부추긴 <주유소 습격사건>의 아류작 <하면 된다>를 비교대상으로 들 수 있다. 일단 작년 흥행 베스트 3위안에 들면서 엄청난 흥행을 올린 주유소는 위의 관점으로 보았을 때 일단 합격점을 주고 싶다. 그 이유는 이 영화 역시 모든 코메디의 요소들을 중간중간 배치해 나가면서도 코메디 흥행에서 가장 중요한 희극 바로 뒤에 있는 비극의 적절한 배치와 혼합을 통해서 4명의 캐릭터를 가장 잘 부각시켰기 때문이다. 그것은 나중에 4명의 성공 결과들로부터 드러나는데 그것은 각 주인공들의 꿈과 이상의 실현이라는 다소 과장된 그렇지만 해피엔드적인 환타지로 결말을 이끌어내고 만다. 이러한 구성은 일단 관객들로 하여금 처음 그들에게 주어져 있던 난제인 '주유소 습격사건'이라는 이 말도 안되게 황당해 하는 전제를 비현실적 논리들을을 사용하여(우리시대에 맞는 n세대들의 희한한(?) 원리, 원칙 그런거다) 어찌보면 사회의 보편적인 윤리관과 가치관이 배어있는 '이상실현'이라는 끝으로 마무리 하고 있다.

그러나 <하면된다>같은 코메디는 한국영화를 사람들이 떠날래야 떠날수 밖에 없는 그러한 실수들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것이다. <조용한 가족>에 이은 컬트 블랙 코메디를 표방하며 나온 이 영화는 관객들에게 전혀 설득력 없는 시나리오와 컨셉을 가지고 관객들을 러닝 타임 내내 지겹게 한다. '언제 웃긴거 나올려나?' '참 저 사람 연기 못하네..' '참 비디오로 봐도 아깝겠다'라는 말들이 관객석에서 끊임없이 나올정도다. 애초 이 영화는 <조용한 가족>이 가지는 영화적 의미보다는 그냥 '죽이고 보면 다 그런거지'라는 식의 <신장개업>식의 코메디의 아류작이라고 보고 싶다. 뭐 홍보사 측면에서 아무래야 어쨌든 그렇게 이름을 부쳤다고 하지만, 밑도 끝도 없는 애드립 코메디를 보고 있으려면 오히려 모방송국에서 월욜 저녁에 하는 '몇친구'를 보는게 더 낫다. (아이러니하게도 이 배우가 여기도 나오지만)

어쨌든 결론적으로 이 영화는 위와 같은 측면에서 볼때 코메디 영화가 결코 잃어서는 안될 요소들을 모두 다 내포하고 있다. 코메디라는 것은 관객의 웃음을 유발하는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상업영화 작가나 시나리오 작가들은 아직 코메디의 위대함을 아직 모르는 것 같다. 아니면 아직 코메디 영화연출에 경험이 부족하거나. 단지 한 컷, 한 씬 마다 배우들의 우스꽝스러운 대사나 애드립, 어디서 빌려온 우스운 삼류 유머를 상황설정으로 대충 만들어서 두드려 맞추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자신이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를 어떠한 방식으로 정확하고 세밀하게 전개해내느냐가 바로 관건이다. 그런 점에서 <웰컴 미스터 맥도널드>는 분명히 코메디를 잘아는 작가의 작품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이 영화는 그것이 갖는 미덕 만큼이나 영화적으로는 큰 의미를 주지 못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하자. 아무리 비디오로 보는 작품이라 할지라도 우리들 관객들은 보는 시간 만큼의 즐거움과 카타르시스를 원한다. 즉 우리가 읽고 배우고 생각한 고전적 의미의 영화가 꼬옥 아니더라도 속말로 '무늬만 영화'이더라도 그것들은 그러한 의미에서 영화가 주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아무리 영화다운 영화여도 관객의 공감을 받을수 없는 작품이 있고, 그와 상반된 경우도 부지기수다. 선택은 관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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