헐리웃 코믹영화는 재미없다. 그저 과장되어 있을 뿐, 그 이
상도 이하도 아니므로 예고편만 본다면 더 이상 볼 내용이나
장면이 없다. 그렇담 일본영화는? 이 한편의 영화를 가지고
모든 걸 알 수는 없지만 미루어 보건대 우리의 정서와 맞는
부분이 많이 존재할 거라는 생각이다. 다른 건 제쳐두고라도
문제에 대한 접근방식이 우리 영화와 너무나 닮은 점이 많기
때문에.

단순히 웃길려고 만들지는 않는다. 인물들은 치열한 삶 속에
서 부딪치고 깨지기도 하며, 타협하기도 한다. 자신의 일에
있어서는 프로지만 삶에 프로인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기 때
문에 삶 속에서 독선, 고집은 아이들의 투정을 보는 듯 하고,
순진, 줏대없음은 어리숙함으로 보이기도 한다. 결국 이런 삶
에 대한 어설픔들이 보는 이들로 하여금 웃음을 머금게 한다.
또한 기존의 권위에 대한 도전이나 타파를 내비치지만, 그만
큼 그 권위의 견고함과 강한 흡입력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영화에서 구도나 다쓰미 등의 비교적 젊은 인물들은 일
자체에 정열적이고, 믿고자 하는 바를 지키고 싶어하는 도전
적인 자들이다. 그래서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과 권위에 도
전하며 뜻한 바를 이루어낸다.

반면 편성국장과 유명연예인은 단단하고 높은 하나의 성이
다. 말 한마디에 모든 게 변할 수 있고, 불합리하더라도 원한
다면 뜻을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 불합리성
이 현실이건 허구이건 보는 이를 웃게 하지만, 그 힘만은 결
코 웃고 넘길 수 있는 게 아니다. 하지만 이런 권위들은 묘하
게도 포용력과 엄청난 흡입력을 갖는다. 유명연예인은 신출내
기 작가에게 웃어줄 수 있고, 편성국장은 부하직원들을 다독
거리고 '내일 보세'라고 웃으며 인사할 수 있다. 또한 언젠가
는 이들의 뜻을 맞춰주던 아랫사람들도 그 권위 속으로 편입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프로듀서인 우시지마와 몇몇 성우는 어느 쪽에도 끼
지 못하는 자들이다. 이쪽 저쪽에서 채이기만 하고 때론 웃음
으로, 때론 예의바름으로 위장하지만 가장 치열한 삶을 사는
사람들은 바로 이들일 수도 있다. 이 외에도 이 영화에는 눈
에 띄는 인물들이 많이 있다. 신출내기 작가와 남편은 방송국
에 대한 이방인으로서 순진하면서도 그래서 당찰 수 있는 사
람들이고, 효과맨이었던 수위는 옛것의 가치를 알게 하며 편
리함만을 추구하는 사회에 대해 지나가듯이 충고해주는 사람
이다. 그리고...영화상에서 가장 대책없는 인물들은 방송작가
버키와 트럭운전사. 한 사람은 전개상 없어서는 절대 안될 인
물, 다른 한 사람은 없어도 그만이지만 있으면 더 맛깔 나는
조미료 같은 역할의 인물. 결국은 이 둘이서 영화의 대미를
장식한다.

이런 인물들이 짜임새 있게 모여서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
졌고, 그 이야기는 우리들의 모습일 수 있기에 왠지 친근하
다. 해피엔딩으로 끝난 데 대해 불만일 수도 있겠지만 즐겁게
사람을 웃기던 영화가 우울한 느낌을 주는 결말로 끝맺는다
면, 그동안 웃었던 웃음이 어색해질만큼 어설픈 영화가 될 수
도 있지 않을까? 간단히 말해서 웃음 속에서 개개인의 밝은,
하지만 치열하기도 한 삶을 느껴볼 수 있는 영화가 바로 '웰
컴 미스터 맥도널드'가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