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멋대로 보기◈
【 영화 속 웃음(코믹적 요소)의 역할 Ⅰ 】
웃음(코믹)이 주는 것은 희망이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웃음이 주는 절망은 감당할 수 없는 큰 슬픔을 동반하는 것 일 것이다.
하지만 역시 '라디오의 시간' 속에서 웃음은 희망이다.
늑대 소년에 속은 마을사람들처럼 방송이라는 매체의 변질과 배반의 속성에 굳게 다물어진 관객들의 마음을 조금씩 흔들어놓는 것은 영화가 주는 감동에도 있지만, 그 감동을 가져오는 스탭들의 피땀어린 노고도 있겠지만, 가장 큰 공은 영화를 시종일관 밝게 이끌어주는 웃음이라는 요소의 힘일 것이다.
우주비행선의 추락을 소리로 만들어 내는 경비원 할아버지의 별난 몸짓과, 영화 밖으로 튕겨질 듯한 배우들의 뚱한 몸짓 속에서 우리는 진실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노력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웃음의 요소를 통해 우리는 아직 라디오를 듣고, 이 지겨운 방송매체를 떼어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매리제인'이 스탭들의 도움(?)으로 '도날드 마꾸 도날드'를 만나 아름다운 미래를 기약하듯, 그래도 아직 '라디오의 시간'을 믿는 건 이 웃음이 가져다주는 희망적인 상징성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나는 신나게 웃고나서도 아직 절망하고 있지 않는걸까?
◈제목 내멋대로 읽기◈
'라디오의 시간'
시계라는 사물은 겉으로는 초침과 분침, 시침이 자신의 분량만큼 칸들을 진행해 나가면서 '시 간'이라는 하나의 공통된 임무를 완수해 나간다.
시계라는 것은 안으로는 수많은 톱니바퀴들이 모난 이빨들을 맞춰가면서 각 침들의 운동을 도와준다.
방송 드라마라는 것도 보이지 않는 많은 사람들이 욕설과 땀방울을 통해 서로 톱니바퀴처럼 이빨을 맞춰 가는 것이다. 겉으로 드러나는 침들은 걱정하지 말라고, 문제없다고 이야기하듯 차곡차곡 자신의 분량만큼을 움직여간다. 때로는 10분씩 늦어지고, 10분씩 빨라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시계는 째깍거리고, 시간은 흘러간다. 멈춤이 없이.
시계가 멈추어 서는 순간, 시계 속의 톱니바퀴들이 어긋나버리는 순간, 시간은 멎는다.
방송이란 하나의 시간이다. 멎을 수 없는 거다. 때론 5분씩 10분씩 빨리 가버려 우리를 속이기도 하고, 또 그 만큼 늦어져서 우리를 절망의 구렁텅이로 밀어 넣기도 하지만, 멈춰지지 않는 것이다.
라디오의 시간!
경기도 계속되어야 하지만,
방송도 계속되어야 한다...--;;
녹음실을 점거한 작가에게 제작자인 우시지마는 이렇게 말한다.
"아무리 형편없는 것이라도 만드는 것은 우리 자신입니다.
.....
하지만, 언젠가는 만족한 것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
그래 그들에 의해서 라디오의 시간은 흘러간다.
"믿는 자만이 구원을 얻는다"는 신부님의 말처럼...
그 믿음 때문에 라디오의 시간 속에서 그들은 기꺼이 하나의 톱니바퀴가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글 박상준
'스즈키 미야꼬'라는 주부는 '운명의 여인'이란 작품으로 라디오 드라마 콩쿨에 당선된다. 이 작품은 생방송 드라마로 결정되고, 하나의 드라마를 위한 스탭들의 발걸음은 바빠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처음부터 드라마는 삐걱거린다. 여중인공 역의 '노꼬'는 외국인으로 이름을 바꾸길 원한다. 다른 출연자들도 이에 반발 모두가 외국인으로 설정되면서, 작품의 배경은 해변에서 뉴욕으로 변한다.
프로듀서 '우시지마'는 드라마의 완성을 위해 작가와 스탭, 스탭과 배우 사이를 정신없이 뛰어다닌다. '마끼'에게 부탁해 대본을 수정하고, 작가에게 양해를 구하고, 배우들을 달랜다. 빠찡꼬에서 일하는 비련의 여주인공은 당당한 캐리어우먼 변호사로 성격이 바뀌고, 뉴욕에서 시카고로 작품의 무대가 이동되는 등 우여곡절 끝에 방송이 시작된다.
방송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더 많은 문제점에 봉착한다. 느닷없이 어부역의 '하마무라'는 파일롯으로 변해버리고, 여주인공을 구조하기 위해서는 바다가 없는 시카고에서 댐이 폭파되어야 한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상황설정 속에서 드라마를 무사히 마치기 위한 모든 방법이 동원된다. 효과음을 담당했던 방송국 경비에게 도움을 청하고, 스폰서 때문에 항공기 추락은 난데없는 우주비행선 조난으로 변해버린다. 오로지 생방송을 무사히 마쳐야만 하는 일념에 휩싸인 프로듀서 '우시지마'는 드라마를 수정 또 수정할 것을 지시한다.
드디어 화가 난 작가는 방송실을 점거하고, 작품을 자신의 의도대로 해피엔딩으로 끝내 줄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우시지마'는 사장과 여주인공의 요구대로 비극으로 이끌려한다. 이에 디렉터 '구도'는 문을 박차고 스튜디오 밖으로 나가버린다.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드라마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점점 더 변질되어간다. 한편 스튜디오 밖으로 나간 '구도'는 조정실에서 다른 스탭들에게 그의 의도를 전하고, '우시지마'를 감금(?)한 채 방송을 위해 다시 스튜디오에 들어선다.. '구도'에 의해 다시 시작된 드라마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리고, 모두가 만족스런 웃음을 지며 방송국을 나선다.
숨어있던 걸작을 만나는 즐거움!
익숙하지 않은 제목, 낯선 감독과 배우.하지만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는 이미 일본에서 TOP의 자리에 올랐던 영화이다. 이마무라 쇼헤이의 <우나기>, 미야자키 하야오의 <원령공주> 같은 해 선보였던 이 쟁쟁한 작품들을 제치고 일본 아카데미상을 포함한 각종 영화제를 휩쓸고 다닌 영화이다.
이 영화의 힘은 대중적인 흡인력을 가진 내러티브와 생방송이라는 상황을 이용한 탄탄한 구성, 그리고 다양한 캐릭터들이 주는 매력에 있다. 이 영화가 작품성을 인정받으면서 동시에 '흥행'이라는 대중의 선택에서도 단연 돋보일 수 있었던 이유 역시 거기에 있다.
애니메이션이 아닌 일본영화가 자국 내에서 흥행에 성공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는 도쿄 개봉 하루만에 흥행 3위에 오르며 평론가와 관객 모두에게 사랑을 받기 시작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두루 갖춘 이 놀라운 영화는 너무 늦게, 하지만 너무도 다행스럽게 이제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내게 됐다.
"라디오 생방송 드라마? 그거 모험아냐?"
폐쇄된 공간, 제한된 시간! 그 안에서 모든 걸 단 한 번에 끝내야 한다. 한 번의 실수는 또 다른 실수를 부를 수밖에 없다.
연극무대에서 연출과 극작가로 명성을 떨친 감독 미타니 코키는 영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에서 연극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상황 설정으로 영화의 호흡을 긴박하고도 팽팽하게 만들어 낸다. 첫 영화로 잠수함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미타니 감독은 그 폐쇄성과 긴장감을 살릴 수 있는 소재로 '라디오 스튜디오'를 선택했다.
소리를 만들어내고, 그 소리만으로 모든 감정을 만들어내야 하는 곳, 라디오 스튜디오 그곳에서 '생방송 드라마'라는 모험이 시작된다.
바닷가에 자리 잡은 일본의 작은 도시에서 벌어지는 소박한 멜로드라마가 시카고의 느와르와 법정드라마를 거쳐 우주비행사의 이야기로 이어지리라는 건 생방송이 시작되기 전 아무도 예측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막나가는 코믹질주극의 끝은 보는 이의 상상을 또 한 번 뛰어넘으며 우리에게 행복한 미소를 안겨준다.
STUDIO SET
무대가 되는 라디오 A 스튜디오는 도호 촬영소에 만들어졌다. 미타니 감독은 이 스튜디오를 만들면서 '나사'의 사령탑과 같은 분위기를 요구했고, 또 제한된 공간 내에서의 카메라 움직임을 고려해 내부를 꾸몄다. 촬영감독인 다카마 겐지 역시 호흡이 끊어지지 않는 연기와 편집을 위해 2대 이상의 카메라를 사용했다. 한 대의 카메라는 각 신의 중요 인물들을 따라가고, 나머지는 주위 인물들의 반응을 담았다. 이런 카메라의 사용으로 영화는 인물들의 긴장과 유머를 한 순간에 포착할 수 있었다. 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좁은 스튜디오 속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카메라의 현란하고도 섬세한 움직임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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