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왕자> <개미> 등에서 작업한 14명의 스토리보드 아티스트들. 그들이 만들어낸 세심하고, 정교한 스토리보드.

한치의 오차도 용납되지 않는 클레이 애니메이션 작업장. 일반 영화들과 달리 중간에 무언가를 바꾸는 것이 매우 힘들기 때문에 치밀한 계획과 구성을 한 끝에 미리 모든 비쥬얼을 구상해놓고 작업에 들어가야 했다. 스토리 보드를 만드는 데만 14명의 전문가들이 붙었다. <이집트의 왕자><개미>등에서 함께 작업했던 이들은 후에 만들어진 영화가 스토리 보드와 99.9% 같을 정도로 세밀하고 정교한 스토리 보드를 만들어냈다.

닭에게 목소리를 입힌다! 목소리에 닭을 입힌다?!
닭의 얼굴을 한 멜 깁슨이라...

각각의 캐릭터를 살려내기 위해 아드만의 애니메이션은 항상 목소리가 먼저 녹음된다. 목소리를 먼저 녹음해야 그들의 억양과, 입모양 그리고 그들 사이의 분위기를 각각의 인형들에게 적용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닭들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캐릭터는 나는 수탉 록키. 그를 미국 닭으로 설정한 아드만은 할리우드의 배우란 배우의 목소리는 모두 들어보았다. 목소리도 어울려야 했지만 있는 것만으로도 존재감이 느껴지는 배우를 찾아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그 동안 민중의 영웅과 말많은 형사등의 다양한 역할을 하며 전세계적인 흥행배우로 자리잡은 멜 깁슨이 선택되었다. 오래 전부터 <월레스 앤 그로밋>의 팬이었던 멜깁슨은 선뜻 출연을 수락했으며 멜 깁슨은 농장에 갑자기 나타나서 새로운 분위기와 온갖 허풍으로 모두를 사로잡지만 사실은 상당히 개인적인, 하지만 결국 이쁜이 진저와 사랑에 빠지는 록키의 매력을 한껏 더해주었다.

주연 닭들에서 78명(?)의 엑스트라 닭들까지!
날지 못하면 서 있게라도 만들어야 한다.

영화에서 가장 어려운 작업은 뭐니뭐니해도 닭을 만드는 작업이었다. 뚱뚱하고 동그란 몸매에 허약하고 연약해 보이는 다리를 붙인 후 그것이 실제로 제대로 서있도록 만드는 것은 생각만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점토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지만 수많은 실험을 거친 끝에 이들은 세공용 점토로 다리를 만드는데 성공했다. 만들어진 다리 위에 유액을 바르고 실리콘으로 만들어진 몸 형태에 피부를 덮었다. 이 몸 형태는 매우 복잡하게 얽혀있는 골격의 가시로 만들어졌는데 이것이 전체 틀을 잡아주었다. 여기에 붙였다 뗄 수 있는 점토로 된 날개와 머리를 만들어주어야 했기 때문에 골격을 더욱 강하게 만들었다. 이런 방식으로 약 80마리의 닭들을 만들었으며 또한 머리와 몸통의 연결선을 가리기 위해 각각의 닭 모두에게 스카프와 목걸이 등을 주는 방식으로 개성을 부여했다.

닭 한 마리의 깃털을 완성시키는 데에만 꼬박 하루!
아드만의 명성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모든 인형들은 다른 보통의 점토들보다는 영속성이 있는 '아드만식 혼합'이라고 불리는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서로 다른 닭들의 개성 있는 색깔은 아드만 스튜디오의 껌 기계를 개종한 기계로 각각 따로 선택되고 혼합되었다. 깃털들에는 모두 따로 손바닥 자국을 내어 만들었으며 조금 더 특징이 있는 닭들, 예를 들면 알 잘 낳는 닭 번티의 경우 깃털 하나 손질하는 데에만 꼬박 하루가 걸릴 정도였다.

300개의 큰 닭과 130개의 작은 닭들.
같은 닭도 두 개 만들어 원근감 표현까지 해야 한다.

모든 닭들은 두 종류로 만들어졌다. 더 큰 A 형 모델들은 닭들끼리 서로 상호작용을 하는 장면들에서 사용되었다. 미니어쳐로 만들어진 B형의 닭들은 그들보다 더 큰 인간들과 함께 있는 장면들을 위해 사용되었다. 또한 A형과 B형의 닭들의 크기 차이를 이용해 원근감을 주는 데에도 사용하였다. 영화 <치킨 런>에는 총 약 300개의 A형 닭들과 약130개의 B형 닭들이 만들어졌다.

각각의 모음, 자음,
나올 수 있는 모든 확률의 입 모양을 다 만들어라.

머리에 붙어있는 부리와 눈 등은 필요한 경우 교체해서 쓸 수 있어야 했다. 60개 가량의 다양한 종류의 부리를 만들었으며 각각의 부리들로 여러 종류의 모음과 자음, 그리고 거기에서 나올 수 있는 모든 확률의 모양을 다 만들었다. 후에 촬영을 진행할 때 각각의 닭들이 서로 다른 말을 할 때마다 그때 그때의 발음과 입모양에 맞게 바꿔 끼워야 했다.

눈의 눈꺼풀, 옷의 단추 하나까지...

대충 그려 넣는 것은 없다. 몇 주가 걸리더라도 모두 실제로 만든다.
닭들 뿐 아니라 인간들인 트위디 부부를 만드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모두 각각의 언어 패턴에 따른 여러 종류의 입 모양들을 가지고 있었으며 심지어는 눈을 잠시 깜빡거릴 때만 사용되는 눈꺼풀까지도 세공용 점토를 이용한 미니어쳐로 만들어졌다. 이 밖의 세부사항들에도 똑같은 집중을 가했다. 항상 뜨개질하고 있는 닭인 뱁스의 실감은 칵테일에 꽂는 막대와 실제 실을 이용해 만들어졌고, 트위디씨의 가디간은 두 명의 모델 제작자들이 3주 동안 손으로 직접 짜서 만들었으며, 트위디 여사의 옷을 만드는데도 몇 주가 걸렸다. 트위디 여사의 의상에는 전선을 사용하여 캐릭터가 더욱 엄격해 보이도록 만들었다. 더 가까이서 바라보면 이 의상의 직물은 닭의 발 형태를 하고 있으며 옷에 붙어있는 단추 하나까지도 이러한 형태로 만들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실사 영화와 같은 세트.
아드만의 애니메이션은 '미니어쳐로 만든 라이브 액션'이다.

클레이 애니메이션은 다른 애니메이션과 비교해 볼 때 실제 영화와 가장 근접해 있다. 캐릭터, 의상을 비롯해서 세트까지.. 모든 것이 그려지거나 컴퓨터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실제로 존재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아드만은 그들의 독특한 스타일을 '미니어쳐로 만든 라이브 액션'이라고 부른다.

3D의 활용. 컴퓨터로 먼저 앵글을 잡아라!
실제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어야 한다.

모든 세트들은 디자이너들이 먼저 스크래치를 만들고, 그것을 컴퓨터에 넣어 컴퓨터로 미리 모델을 만든 후 컴퓨터 모델을 통해 앵글을 움직여 봄으로써 실제로 만들어졌을 때 어떤 효과를 낼 것인지 미리 볼 수 있도록 되었다.

"세트는 3차원적인 느낌이 들도록 제작되었죠. 우리 영화에서 세트들은 실제로 뼈대와 구조들을 모두 갖추고 있어서 관객들이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을 받게 되죠." 제작진은 이렇게 말한다.

닭들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농장, 악마 같은 트위디의 집
세트에도 색깔이 있고 성격이 있다.

세트 중 가장 큰 것은 스튜디오의 60피트 길이를 다 차지하는 양계장 구내였다. 양계장 내의 각 오두막은 지붕마다 물결 모양으로 주름을 잡았으며, 그 안에 조그마한 주석 조각들을 두 개의 딱 맞아떨어지는 톱니바퀴들을 집어넣어 만들었다. 닭장 주변의 가시 투성이 전선들은 구불구불한 전선들을 못이 박혀있는 보드에 걸어놓은 후 작고 꼬여있는 가시들을 더하여, 아주 작지만 매우 지독해 보이도록 만들었다. 트위디의 집은 요크셔 지역의 50년대 농장을 정확하게 묘사하는 대신, 파멸한 성처럼 악한 기운이 돌도록, 무언가 불안정하고 불길한 느낌을 가지도록 하였다.

인형들을 살아 숨쉬게 만들어라!

영화에는 1초당 24프레임이 있다. 그러므로 스톱 애니메이션에는 1초당 24개의 포즈가 필요한 것이 된다. 각각의 인형들의 24개의 포즈를 만들기 위해서는 머리, 팔, 다리, 손, 손가락, 눈, 입, 옷 기타 등등의 모든 움직임을 바꾸어야 했다. 그 움직임을 모든 캐릭터와 모든 움직임에 적용시키고 거기에 다양한 앵글에서 잡는 카메라까지 세팅을 하면 그때서야 그림을 따기 시작하는 것이다. 더 말하자면 28개의 세트를 풀 가동시켜서 엄청나게 많은 시간을 투자하면 결국 영화 속에서는 단 10초가 지나갔을 뿐이다.

카메라의 움직임을 컴퓨터로 기록하고,
인형들의 움직임 하나 하나를 디지털 카메라로 담아라!
움직임은 계속되어야 한다.

움직임의 연속성을 확실히 하기 위해 애니메이터들은 비디오와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했다. 애니메이터들은 각각의 모든 장면들을 담아놓고 한 동작이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몇 번이고 돌려 봐야 했다. 특히 신경 써야 했던 장면은 미국 닭 록키가 온 이후로 열게되는 댄스 파티였다. 각기 다른 캐릭터들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서로 다른 스피드로 움직이는 이 장면은 인형과 안무가들 사이의 아주 특별한 무용장면이었다. 이 장면의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카메라의 움직임을 조절하고, 정확한 조명과 그림자를 유지하는 것 역시 중요했다. 이 장면을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어쩌면 한 주가 다 지나갈 수도 있는 문제였다. 모든 카메라는 컴퓨터로 작동을 해서 애니메이터들이 언제 어디서라도 카메라가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