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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크리스마스 (1998, Christmas in August)
한국 / 한국어 / 로맨스, 드라마 / 97분 15세관람가 / 1998년 01월 24일 개봉


출연: 심은하, 한석규, 신구(A)
감독: 허진호
각본:
촬영: 유영길
제작: 우노필름
배급: 일신창업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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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지수]91.22%

작품성  (9/10)
네티즌  (9/10)
[53명]  





불치병에 걸린 사진사와 주차 단속원 아가씨와의 순수한 사랑을 그린 수작 멜러물. 한석규에겐 6번째 영화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았으며 국내 뿐만 아니라 99년 여름 일본에도 소개되어 큰 호응을 얻었다.

영화는 일관된 '절제의 미학'으로 정서를 고조시켜 큰 찬사를 받았다. 촬영은 잔재주 없이 거의 롱테이크와 카메라 고정 쇼트로 일관하며, 설명적 표현은 극도로 자제하고, 남자 주인공의 병명도 알려주지 않는다. 가끔을 씨년스런 병원 문턱을 무겁게 나서는 장면으로 암시할 뿐이다. 단 한마디 대사도 없이 영상과 음향, 음악만 이어지는 마지막 17분은 절제의 미학을 마무리한다. 억누름으로써 더 고양시키는 세련된 화법과 형식미로 이 영화는 신파조 멜로를 뛰어넘었다.

우리나라 영화 촬영을 한단계 끌어올렸다는 평을 받는 유영길 촬영 감독에게 이 작품은 그의 마지막 유작이 되었다. 그는 이 작품 이후 <가족>의 촬영 준비 중에 세상을 떠났는데, '좋은 구도는 없다. 다만 나쁜 구도는 작위적인 것이다'라는 자신만의 영상 세계를 펼쳤던 명촬영감독이었다.

한편, 데뷔작으로 놀라운 연출 솜씨를 보여준 신예 허진호 감독은 63년 전주 출생으로 89년 연세대 철학과 졸업했고 92년 한국 영화 아카데미 9기로 입학하여, 93년 한국 영화 아카데미 졸업작품 <고철을 위하여>가 뱅쿠버 영화제 초청되었으며 박광수 감독의 <그섬에 가고 싶다>에서 연출부로, 94년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서 시나리오를 공동집필했다.



서울의 변두리, 나이든 아버지(신구 분)로부터 물려받게 된 정원(한석규 분)의 작은 사진관에는 중학생 꼬마 녀석들이 여학교 단체 사진을 가져와 자기가 좋아하는 여학생을 확대해 달라며 아우성을 치는 소란스러움이, 머리 큰 여자의 에피소드가 주는 정겨움이, 젊은 시절 사진을 가지고 와 복원해가는 아주머니의 옛 시절에 대한 향수가, 죽음을 앞둔 할머니가 혼자 찾아와 영정 사진을 찍는 눈물나는 사연들이 있다. 30대 중반으로 접어든 정원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그동안 정원은 많은 감정의 변화를 겪었고 이제 겨우 죽음을 담담하게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정원의 곁에는 일찍 세상을 떠난 어머니의 역까지 맡아 반평생을 살아온 아버지와 이따금 집에 들리는 결혼한 여동생 정숙(오지혜 분)이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림(심은하 분)이라는 아가씨가 나타나는데, 그녀는 정원의 사진관 근처 도로에서 주차 단속을 하는 아가씨다. 매일 비슷한 시간에 사진관 앞을 지나고, 단속한 차량의 사진을 맡기는 다림은 차츰 정원의 일상이 되어간다. 스무살 초반의 다림은 당돌하고 생기가 넘친다. 다림은 잘못 찍어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을 놓고 정원의 잘못이라 우기기도 하고, 한낮의 땡볕을 피해 사진관으로 피해 들어와 여름이 싫다고 투덜거리기도 한다. 정원은 죽어가는 자신과는 달리 이제 막 삶을 시작하는 다림에게서 초여름 과일의 풋풋함을 느낀다. 그녀가 정원에게 끌리는 이유는 그가 주는 편안함 때문이다. 필름을 넣어달라며 당돌하게 요구해도 군소리 없이 빙그레 웃으며 넣어주고, 주차 단속 중에 있었던 불쾌한 일들을 불평해도 군소리 없이 다 들어준다. 그녀는 정원의 가슴에 잔잔한 파문을 일으킨다. 정원은 새로운 사람을 만나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음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다림이 사진관에 오는 시간을 기다리는 정원. 어느날 갑자기 상태가 악화되어 병원에 실려가고, 이제는 살고 싶어지는게 어떤 것인지 알기에 다림을 보는게 두렵다. 정원의 상태를 모르는 다림은 문닫힌 사진관 앞을 몇번이고 서성인다. 기다리다 못한 다림은 편지를 써서 사진관의 닫힌 문 틈에 억지로 우겨 넣지만 사진관은 쉽게 문을 열지 않는다. 어느덧 다림도 다른 곳으로 전출을 가, 더 이상 사진관에 나타나지 않는다. 정원은 다림을 만나러 근무지로 가지만 까페에 앉아 분주하게 움직이는 다림의 동선을 안타까운 듯 손가락으로 그리며 지켜보기만 하다 돌아온다.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정원은 자신의 영정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그의 죽음과 함께 크리스마스 이브. 다림이 사진관을 찾아온다. 사진관은 출장 중이라는 팻말과 함께 문이 닫혀있다. 사진관 안을 가만히 들여다보던 다림의 시선이 한곳에 머무는데, 그의 죽음을 모르는 듯 얼굴에 함박 웃음이 가득하다. 미소를 머금은 채 떠나는 다림의 뒤로 사진관의 진열장엔 세상에서 가장 밝은 웃음을 짓고 있는 그녀의 흑백 사진이 액자에 넣어져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