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인 그룹 회장 부르스 웨인(발 킬머 분)은 밤이면 정의의 사나이 배트맨으로 변신한다. 인간의 뇌파를 마음대로 조정하는 기계를 발명한 니그마(짐 캐리 분)가 기계의 실용화 자금을 요구하나 웨인 회장으로부터 거절당한다. 그 일로 앙심을 품은 니그마는 회사 상사를 살해한 뒤 자살로 위장한다. 그러던 중 서커스 장에 나타나 배트맨이 누군지 밝히지 않으면 시한폭탄을 터트린다며 위협하는 하비(토미 리 존스 분)를 보고 하비를 찾아가 배트맨을 잡아줄테니 대신 자신이 발명한 기계를 실용화시킬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같이 도둑질을 해달라고 한다. 의기 투합한 두 정신병자는 배트맨을 끈질기게 괴롭힌다. 한편 하비의 정신분석을 의뢰받은 체이스 머리디언 박사는 배트맨한테 관심이 많다. 어렸을 때 양친이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부르스 웨인은 성인이 된 지금도 그 기억의 단편들이 떠올라 고통을 받자 미모의 머리디언 박사(니콜 키드먼 분)를 찾아가 상담을 받는다. 두 남녀는 서로 호감을 느낀다. 머리디언 박사는 배트맨과 부르스 웨인 두 사람 사이에서 애정적 갈등을 느낀다. 어렵게 진실을 고백하기로 한 부르스 웨인이 머리디언 박사한테 고백을 하려는 순간, 하비와 에드웨드의 기습을 받고 웨인은 중상을 입고 배트맨의 기지 마저 완파된다. 에드워드가 수차례에 걸쳐 부르스 웨인한테 보내온 수수께끼를 풀어 에드워드 니그마의 정체를 파악한 배트맨은 체이스를 구하고 정신 병잘 일망타진하러 간다. 이때 배트맨의 파트너 로빈(크리스 오도넬 분)이 등장해 같이 떠나는데, 로빈은 서커스에서 공중 곡예 도중, 시한 폭탄으로 위협하는 하비를 저지하던 부모형제가 모두 추락해 죽고 혼자만 살아남은 고아다. 그 일이 있은 뒤 웨인은 처지가 비슷한 로빈을 데려다 거두며 불타오르는 복수심을 잠재우려고 애쓴다. 결국 파트너로 받아줘 배트맨과 로빈은 어려운 고비를 여러 번 넘긴 뒤 체이스를 구출하고, 하비는 추락사하고 에드워드는 심신이 완전히 망가져 정신병원에 갇힌다.

밥 케인(Bob Kane)이 만화책 '탐정: 제27권'에서 밤의 영웅을 창조해 낸 것은 1939년 5월이었다. 어둠의 영웅 캐릭터가 처음 소개된 이래 지난 56년 동안 무수한 예술가, 작가, 소설가, 애니메이션 작가, 텔레비전 프로그램 및 영화 제작자들이 다양한 모습의 배트맨을 보여왔다. 케인의 l939년판 만화에서 그린 배트맨의 캐릭터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노트북에 스케치식으로 그린, 날개를 퍼덕이며 나는 비행물체에서 착상하였다 한다. 또한 무성영화인 <조로의 흔적>이란 작품의 마스크 쓴 영웅 '조로'과 매리 로버츠 라인하트의 소설 <배트맨의 속삭임>을 기초로 만든 1931년작 극영화의 주인공으로부터도 착상하였다. 이때부터 배트맨은 여러 창작 예술가들과 작가들의 해석에 따라 새롭게 그려지고 묘사되어 왔다. '어둠의 기사'란 인격체로 배트맨이 새롭게 탄생하게 된 것은 1986년에 발표된 4부작 소설로 삽화가 수록된 이 소설의 작품 제명은 '배트맨: 어둠의 기사 돌아오다'이다. 1939년에 탄생한 어둠의 영웅이 어둠의 기사로 다시 탄생한 순간이었고 배트맨은 순식간에 팬들의 우상으로 되살아났다. 마치 중세 기사의 영혼이 부활한 듯한 배트맨의 캐릭터는 팀 버튼의 창의력을 강하게 자극시켰고 결국 워너 브러더스의 1989년작 <배트맨>과 l992년작 <배트맨 2>의 신화를 창조해냈으며 메가톤급 흥행 대작을 탄생시켰다.

머리에서 발까지 수직으로 양분된 인물 '투-페이스'가 최초로 등장한 것은 1942년작 <탐정만화: 제66권>이다. 그러나 이 만화책을 발간하던 DC 만화사는 1954년 3월부로 이 캐릭터를 없애버렸다가 197l년에 다시 등장시켰다. 의아스러운 점은 매력적이면서도 기괴한 캐릭터인 '투-페이스'가 전작 두편에는 출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배역은 배트맨의 발 킬머 보다 먼저 토미 리 존스가 투 페이스로 캐스팅되었다. 반쪽으로 양분된 투 페이스는 그래서 늘 동전을 휴대하고 다니며 동전 튀기기로 찬반 결정을 내리는데 재미있는 점은 동전의 한면에도 자신의 흉물스런 얼굴처럼 흉터가 새겨져 있다.

슈마커 감독이 짐 캐리를 캐스팅한 리들러는 <탐정만화: 제140권>(48)에 처음 등장했다. 그러나 1965년 5월에 다시 출현할 때까지 무려 20여년이나 잊혀졌던 인물이다. 코미디언 프랭크 고쉰이 코미디로 연기한 이래 점차 인기를 누리게 되었으며 l966년에 제작된 텔레비전용 <배트맨> 파일럿 테잎에 소개된 이후 리들러는 고담시의 가장 화려한 악당의 위치를 지켜왔다. 리들러는 영화의 전반부에선 브루스 웨인 앤터프라이즈에 종사하는 애드워드 니그마로 출연하는데 조금은 정신적으로 결함이 있는 캐릭터이다. 그러나 브루스 웨인 앤터프라이즈의 발전실 소장의 꼬드김에 널어가서 대형사고를 일으킨 후 자신의 내부에 도사린 사악한 근성을 표출하게 된다.

로빈은 <탐정 만화:제38권>(40)에 처음 소개되었다. 만화책에서 설정되어 있는 바와 같이 로빈은 곡예사인 딕 그레이슨이다. <탐정 만화:제38권>에서 딕은 서커스 공연 중 가족이 전부 흉악범들에게 살해당하는 비극을 체험한다. 이번 영화에선 그 흉악범은 바로 투-페이스로 설정되었다. 영화 속의 딕은 <배트맨>의 텔레비전 시리즈물에서 소개된 딕 보다 강인하고 터프하며 보다 성숙한 청년으로 그려졌다. 슈마커 감독은 이 배역으로 크리스 오도넬을 캐스팅했다.

이지적이고 아름다운 여닥터 체이스 메리디안 역엔 슈마커 감독이 처음부터 점찍은 니콜 키드만이 연기했다. 배트맨에게 빠져드는 여주인공 역할인데, 키드만이 잘 연기하고 있다. 로빈 이외에 두 명의 새로운 캐스팅은 투-페이스의 정부들인, 슈가 역의 드류 배리모어와 스파이스 역의 데비 마자르이다. 슈가는 순수하고 천사 같으며 달콤한 느낌이 드는 캐릭터이자 투-페이스의 보다 덜 악한 부분을 대변해준다. 반면 스파이스는 투-페이스의 악한 면을 대변해준다.

제작은, 고담시의 주요 모델인 뉴욕에서 촬영을 들어갔는데, 전편 2작품은 모두 실제의 도시나 거리 대신 스튜디오의 내부나 외부에서 촬영된 반면 <배트맨 포에버>의 제작진들은 한결같이 고층건물들이 빽빽이 들어선 맨하탄의 좁은 골목길에서 고담시를 만들어 내자고 의견일치를 보았다. 영화에 등장하는 배트맨의 최신형 차인 배트모빌을 비밀리에 찍기 위해 스텝들은 넓은 송판을 준비하여 익스체인지 플레이스에서 사람들이 볼만한 곳은 모두 가리기도 했다. 고담시의 경찰청의 내부와 외부촬영은 뉴욕의 챔버스가에 소재한 서 로게이트 법정 건물을 활용했다. 현란한 리츠 고담 호텔의 외부는 미국인디언 스미스소니안 박물관이 개관되기 몇 주전에 미국 세무서 빌딩을 빌어 촬영했다. 캘리포니아의 롱비치 돔 내부에 만든 60피트 높이의 배트맨 동굴과 150피트 길이의 웨인 앤터프라이즈 실험실이 볼만하다. 고담의 은행과 리들러의 거대한 아지트 그리고 고담의 서커스장은 워너 브러더스의 스튜디오를 활용했다. 닥터 체이스 메리디안의 아파트와 사무실 고담의 경찰 본부, 고담 플라자 지하철 씬도 모두 스튜디오에서 촬영됐다. 로스앤젤레스의 실제 거리와 빌딩들도 이 영화에서 볼 수 있다. 고담시의 팬아시아 타운은 LA 시내의 피구에로아 가에서 재현되었다 현란한 니그마테크 파티는 팬타지스 씨어터 안에서 촬영되었고 1931년에 지어진 고풍스런 로스앤젤레스 씨어터는 고담시의 그랜드 카지노장과 미장원, 보석상으로 활용했다.

이번 작품에는 새롭게 디자인된 배트맨 자동차와 장비 및 각종 무기들이 선보였다. 모두 전작에서 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미술 감독 바바라 링은 특수 자동차 디자인 전문가이자 소품 일러스트레이터 팀 플래터리와 특수효과 감독 토미 피셔의 자문을 받았다. 토미는 배트모빌의 샤시를 제작한 장본인이다. 또한 특수 자동차 생산 전문 업체인 TFX의 알렌 파이크와 찰리 쥬리안도 기술 및 디자인 고문으로 영입됐다. 배트모빌의 제작 자체가 하나의 커다란 도전이었다. 링은 풍동(기류의 속도를 인공적으로 조절하면서 항공기의 모형, 부품을 시험하는 통 모양의 특수 장치) 속을 날아다니는 박쥐를 촬영한 비디오테잎을 반복해서 검토한 끝에 배트모빌의 최종 디자인을 구상해냈다. 링은 l94l년판 <배트맨 만화: 제5권>에 소개된 배트 모빌의 디자인, 즉 꼭대기에 솟은 지느러미 디자인을 포함하여 고전적인 디자인의 느낌도 최대한 활용했다. 스케치 작업에서 완성된 모형에 이르기까지 배트모빌의 제작에 소요된 시간만 총 4개월이 걸렸다. 전작 2편의 배트모빌이 섬유유리로 제작된 반면 이번 작품은 배트 모빌의 몸체 제작을 위한 가장 내구력이 강한 소재인 탄소 섬유라는 소제를 찾아냈다. 이 소재는 F-16 제트 전폭기와 '포뮬라 원'이란 경주용 차의 외장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특수 섬유이다. 이 섬유는 몸체의 무게를 초경량으로 지탱시켜줄 뿐만 아니라 강도가 매우 높은 소재이기도 하다. 배트윙도 1편의 디자인을 모델로 완전히 새 디자인하여 한결 빠르고 예리하며 다이내믹해졌다. 배트보트는 링과 플래터리가 합작해낸 작품으로 배트모빌의 디자인을 모체로 디자인됐다. 배트보트 디자인과 제작엔 해군 선박 디자인 전문가의 자문도 큰 몫을 차지한다. 배트섭은 존 딕스트라의 특수 영상효과팀이 고안해낸 것으로 컴퓨터에 의한 특수 이미지 창출기법이 도입되었다. 링의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디자인 감각에 의해 탄생된 배트맨 전용 기계장치와 무기로는 배타랑, 끝에 예리한 꺽쇠가 달린 배트맨 케이블, 배트 볼로, 배트맨 화염기, 갈고리, 배트 구 건(Goo Gun) 등이 있다.

투-페이스와 리들러도 자신들의 심벌 장비와 무기를 지니고 다닌다. 투-페이스가 갖고 다니는 동전의 한쪽은 자신의 흉물스런 얼굴처럼 그림이 일그러져 있다. 리들러의 전용 장비는 지팡이다. 이 지팡이를 자유자제로 휘두르며 마치 손 끝에 붙어 다니는 듯한 재주를 펼치기 위해 짐 캐리는 수주일 동안 연습을 했다고 한다. 리들러가 적들의 혼을 빼놓고 판단능력을 흐리게 만들기 위해 사용하는 복잡한 수수께끼용 카드는 일러스트레이터 짐 카슨과 소품 담당 브래드 아인흔이 고안했다.

이번 작품에는 의상 담당 밥 링우드가 새로이 디자인한 배트맨의 의상이 보여진다. 그는 이미 전 두 작품에서 의상을 모두 제작했는데, 이번 작품에는 오스트레일리아 태생의 의상 디자이너로, 조엘 슈마커의 <의뢰인> 의상을 디자인했던 잉그리드 궤린이 합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