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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개의 시선 (2003, If You Were Me)
한국 / 한국어 / 드라마, 단편 / 110분 12세관람가 / 2003년 11월 14일 개봉


출연: 백종학, 변정수, 전하은
감독: 정재은, 임순례, 여균동, 박찬욱, 박진표, 박광수
각본:
촬영: 김병일, 김병서, 김태한, 김재홍, 김동은
배급: 청어람
홍보: 잉카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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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성  (8/10)
대중성  (6/10)
네티즌  (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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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개의 시선 (2003) ★★★ (6/10)

글: djuna
2003년 11월 26일

조회: 9035

[여섯개의 시선]은 국가인권위원회가 대중의 '인권 감수성'을 발전시키기 위해 기획한 '인권영화 프로젝트'로 탄생한 옴니버스 영화입니다. '인권 감수성'. 좋은 표현이네요. 이 표현은 [여섯개의 시선]이라는 영화의 성격을 분명히 설명해주고 있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다루고 있는 소재들의 상당수는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도 않고 그냥 지나쳐버리는 자잘한 것들이기 때문입니다. 영화는 크고 뻔한 이야기들을 반복하는 대신 관객들이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갔던 사례들을 다루며 그들의 둔감한 피부를 바늘처럼 콕콕 찔러댑니다.

옴니버스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듯, 이 영화에 수록된 단편들 중엔 아주 좋은 작품도 있고 그보다 좀 못한 작품도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면 많은 관객들이 영화들에 상대 평가를 매길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전체적으로 보면 [여섯 개의 시선]은 상당히 생산적인 영화입니다. 장편 영화 하나 분량으로 상당히 많은 주제를 다루고 있고 정부에서 만든 공익광고 영화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장르와 스타일을 건드리고 있으며 무엇보다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그녀의 무게

임순례 감독의 [그녀의 무게]는 코미디입니다. [세 친구]나 [와이키키 브라더스]와 같은 임순례의 장편들은 비교적 어두웠지만 단편 [우중산책]만 해도 은근한 유머가 빛을 발하는 작품이었으니 그렇게 뜻밖은 아니죠.

영화는 실업고 3학년인 선경이라는 학생을 따라갑니다. 선경은 그렇게까지 튈 정도로 못생기거나 뚱뚱한 아이는 아닙니다. 누구 말마따나 길에 나가면 사방에 굴러다니는 평범한 외모지요. 하지만 선경의 외모는 취업시 늘 따라다니는 '용모 단정'의 문을 쉽게 통과할 정도는 아닙니다. 집에서 단식원이나 성형수술을 지원해줄 생각이 없자 선경은 쌍꺼풀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과격한 결단을 내립니다.

[그녀의 무게]는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슬픈 영화입니다. 영화가 들려주는 이야기 자체는 참 암담합니다. 특별히 잘못한 것도 없는 한 젊은 여성이 자기가 어쩔 수 없는 외모, 그것도 특별히 엄청나게 뒤틀리지도 않은 평범한 외모 때문에 차별받고, 그를 뚫으려는 시도 역시 좌절된다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영화는 이 모든 이야기들을 냉소적이지도 않고 야유조도 아닌 푸근하고 아기자기한 유머로 덮어 끌어갑니다. 이야기가 끝난 뒤에 나오는 감독의 등장 역시 재치있는 결말을 달아주고요.

그런데 이렇게 생각을 해봐요. 우리의 주인공이 전지현이나 이나영 같은 외모이고 외모가 아닌 다른 이유 때문에 차별받는 이야기였다면 과연 그 이야기도 이런 식으로 자연스러운 코미디가 되었을까...하고요.

그 남자의 사정

정재은 감독의 [그 남자의 사정]은 이 영화에 수록된 작품들 중 가장 위태로운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바로 성범죄자의 인권말이에요.

영화의 시대 배경은 근미래입니다. 결벽증적일 정도로 깔끔한 이 아파트의 유일한 흠은 신상이 공개된 성범죄자인 A씨죠. 영화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소년이 오줌을 싸고 소금을 얻으러 돌아다니면서 시작됩니다. 다니는 집마다 거절당하던 소년은 결국 A씨네 집의 문을 두드리게 되지요.

소재는 도전적이지만 영화의 스토리는 상당히 모호합니다. 오줌싸개 소년이 이웃들에게 당하는 모욕은 A씨에게 가해지는 [진홍글자]식 무언의 린치와 연결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끝도 없이 오줌을 싸대는 소년의 고민은 이 결벽증적인 세계의 반작용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건 영화는 구체적인 해결책이나 정답을 제시하고 싶어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 아마 의견만 제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것인지도 모르죠. 그렇게까지 선악구별이 분명한 소재가 아니니까 말이에요.

정재은이 묘사하는 쿨하고 냉정한 미래 묘사는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우리가 볼 수 있었던 사실적인 도회지 묘사에서 그렇게까지 크게 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거의 이상적인 로케이션과 잘 선정된 캐스팅 덕도 봤지만요.

대륙 횡단

여균동 감독의 [대륙 횡단]은 여섯 영화들 중 가장 정통적인 '인권영화'입니다. 다루는 주제나 소재면에서도 그렇고 그에 접근하는 방법을 봐도 그렇고요.

영화는 뇌성마비 장애인인 김문주의 일상을 아주 잘게 저며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짧은 이야기들에서 김문주는 친구와 술잔을 기울이며 신세 한탄을 하기도 하고 이력서에 실릴 사진을 찍기도 하며 길가에서 거지 취급을 받기도 합니다. 영화는 김문주가 일인 시위하듯 광화문 사거리를 불법 횡단하면서 끝납니다.

여균동은 이 영화에서 될 수 있는 한 자기 자신을 숨기고 있는데, 대충 옳은 선택 같습니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감독이 아니라 삶의 재료를 제공해주고 출연하는 김문주 자신입니다. 그는 영화를 진실된 감정을 심어줄 뿐만 아니라 상당히 좋은 피사체이기도 합니다. 좋은 얼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여균동 자신이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부분은 '음악 감상'이라는 제목을 붙인 짧은 에피소드입니다. 어느 장애인이 지하철 계단의 장애인용 리프트에 앉아 천천히 올라가면서 엘리베이터에서 흐르는 음악을 듣는 장면은 아이러니컬한 여운을 남깁니다.

신비한 영어나라

박진표 감독의 [신비한 영어나라]는 호러 영화입니다. 호러 장르를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호러예요.

영화는 별다른 주석없이 영어의 l과 r발음을 향상시키기 위해 유행이라는 설소대 절단 수술의 전과정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쇼킹하죠. 특수 효과를 이용하는 기존의 호러 영화들과는 달리 진짜로 살이 뜯겨나가는 장면이 화면 위에 뜨니까요. 물론 여러분이 수술 중계 쇼의 팬이라면 여기에도 익숙해져있겠지만... 그래도 불쾌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심장수술과는 달리 설소대 절단 수술은 철저하게 무의미한 짓이니 말이에요. 이 창피한 '의료행위'는 말 그대로 어린이 학대처럼 보이고 이 영화의 메시지도 바로 그것입니다.

영화는 아무 주석없이 수술 과정을 보여주는 내용과 영어 집착증을 비난하는 내용의 노래가 깔리는 엔드 크레딧으로 나뉘어지는데, 후자는 전자가 쌓아올린 충격을 약화시키는 사족이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가사의 내용이 인권이라는 주제에서 조금 벗어나 있기도 한데... 뭐, 그거야 큰 문제는 아니지요.

얼굴 값

[얼굴 값]은 조금 뜻밖인 작품인데, 그건 이 프로젝트에 참가한 감독들 중 가장 목소리가 분명한 사람일 것 같은 박광수의 작품이지만 정작 분명한 '인권'이라는 주제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지요. 아마 관객들과 제작자들의 기대가 너무 분명하니 그걸 그대로 따르는 것도 재미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영화는 병원 지하 주차장에서 벌어지는 운전자와 주차매표원의 실랑이를 그리고 있습니다. 쿨하게 잘 생긴 남자 운전자는 반반한 외모의 여자 매표원의 뻣뻣한 태도를 걸고 넘어지며 계속 시비를 거는데, 이들의 이런 작은 다툼은 갑작스러운 초현실적 결말로 이어집니다.

영화의 주제는 굉장히 불투명합니다. 제목과 설정만 보면 영화는 [그녀의 무게]의 대척점에 놓인 작품 같습니다. 외모에 대한 편견을 다루고 있지만 이번엔 잘생긴 사람들이 대상인 거죠. 하지만 정작 이야기는 어떤 구체적인 메시지도 보여주고 있지 않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뱅뱅 도는 지하 주차장은 어떤 상징적 의미가 있을지는 몰라도 그렇게 직접적으로 관객들에게 와닿지는 않습니다. 더 나쁜 건 숨겨놓은 주제를 잊는다면 이 작품이 그렇게 좋은 장르물도 아니라는 것이죠. 특히 심심한 '반전'은요. 차라리 반전 따위는 잊고 두 사람의 실랑이를 정석으로 다루었다면 흥미로운 작은 드라마가 나올 수도 있었을텐데 말이죠.

사람들의 기대를 거스르는 작품을 내는 건 좋지만 그게 곧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죠. 제 생각엔 박광수가 자신이 다루는 장르에 대해 그렇게 잘 알고 있었던 것 같지 않습니다. 장르를 진지하게 이용했건, 진부한 장르 공식을 농담거리로 삼았건 말이에요.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는 이 옴니버스 영화에 수록된 단편들 중 가장 인상적인 작품입니다. 영화는 인권이라는 소재를 정공법으로 찌르고 있으면서도 가장 분명한 스타일을 갖추고 있기도 하죠.

영화는 1992년 단기비자로 한국에 와 광진구의 섬유회사에서 미싱공으로 일하던 찬드라 꾸마리 구릉이라는 네팔인의 이야기입니다. 93년 11월, 기숙사 친구들과 말다툼을 하고 나온 찬드라 구릉은 지갑을 잃어버린 것도 모르고 분식점에서 저녁을 시켜먹은 뒤 무전취식 혐의로 연행되었는데, 찬드라 구릉을 한국인으로 오해한 경찰에서는 그녀를 행려병자로 취급해 정신병원에 보내버립니다. 그 뒤로 찬드라 구릉은 6년 4개월 동안 정신병원에 수감되지요.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고 그 때문에 창피스럽기도 한 이야기죠. 하지만 바로 그 어처구니 없는 면 때문에 근사한 영화 소재가 되기도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그냥 지나칠 수 있겠어요?

영화는 흑백 화면으로 재현한 찬드라 구릉의 수난기와 네팔로 돌아온 찬드라 구릉을 직접 찍은 컬러 다큐멘터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재현 장면에서 영화는 [호수의 여인]에서 그랬던 것처럼 90퍼센트 이상을 찬드라 구릉의 시점으로 잡고 중간중간에 관련된 사람들의 재구성된 인터뷰를 삽입하고 있습니다. 거의 개념만으로 구성된 작품이긴 하지만 낯선 이국땅에서 영문도 모르는 채 겪었던 악몽과 같은 6년 4개월의 경험을 이처럼 정확하게 묘사하기도 힘들 거예요. 그 때문에 영화가 컬러로 돌아와 실제 찬드라 구릉과 재회할 때 우리의 살갗을 자극하는 수치심과 해방감의 힘이 더 커지기도 하고요.

영화는 '인권 감수성'이라는 프로젝트의 목적과도 완벽하게 맞아 떨어집니다. 이 영화가 말하는 건 한국 사회가 부도덕하다는 게 아니라 상식적인 '선'을 달성하지 못할만큼 상상력이 부족하고 둔하다는 것이니까 말이에요.

하긴 92년이면 외국인 노동자들의 존재도 제대로 머리 속에 담지 못했던 때고 그 동안 세상이 조금 바뀌기는 했지요. 특별히 나아졌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습니다만.

기타등등

그런데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와 아주 비슷한 이야기를 전에도 들은 적 있었단 말이에요. 러시아인 남자가 미국에서 정신병자로 오해받아 정신병원에서 굉장히 오랜 기간 동안 감금되어 있었다는 이야기인데... 제 기억으로는 픽션이었어요. 하지만 또 모르죠. 그 이야기 역시 실제 사건에 바탕을 둔 것인지도요. 그렇다면 이런 일들이 은근히 자주 일어난다는 말일까요?



감독
임순례
정재은
여균동
박진표
박찬욱
박광수

주연
이설희....선경
변정수....엄마
전하은....아이
백종학....A모씨
김문주....김문주
지진희....운전자
정애연....주차매표요원
찬드라 꾸마리 구릉....찬드라 꾸마리 구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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