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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환 (2003, Repatriation)
한국 / 한국어 / 다큐멘터리 / 149분 2004년 03월 19일 개봉


출연: 조창손, 김선명, 김영식
감독: 김동원(A)
각본: 김동원(A)
촬영: 변영주
제작: 푸른영상
배급: 인디스토리
홍보: 룩앳미디어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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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족지수]68%

작품성  (8/10)
대중성  (4/10)
네티즌  (10/10)
[1명]  





비전향 장기수 어른들에 대한 주관적 기억임과 동시에 아직도 지워지지 않은 우리시대 역사적 상흔에 관한 사회적 다큐멘터리. 분단과 통일에 관한 막연한 이상과 현실적 거리감을 모두 인식해 가는 깨달음과 반성의 오랜 여정.

<상계동 올림픽> <하나가 된다는 것은 더욱 커지는 일이다> 등 한국 독립영화계의 대표적인 다큐멘터리 운동을 주도해온 ‘푸른영상’의 김동원 감독은 이번에도 역시 자신이 카메라를 들고 우리시대 분단을 대변하는 상징이 되어버린 장기수 어른들을 기록해가기 시작한다. 이 작품 <송환>은 그가 1992년부터 시작해 김대중-김정일 정상회담 이후, 그들의 북송. 그리고 일 년 후 북에서 가진 그들과의 재회까지, 오랜 시간 지속해 온 작업의 결과물이다.

“나는 이번 작업을 통해 장기수 선생들을 만나오면서 느껴왔던 그 벽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 벽을 인정하고 직시하는 일은 진정한 통일로 가는 길목에서 피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통일은 단지 염원하거나 외치는 것만으론 이루어지지 않으며, 어느 날 갑자기 통일이 선언된다 해도 그 벽이 존재하는 한 통일은 여전히 완성되지 않을 것이다“
- 김동원 감독의 연출의도



“다큐멘터리가 세상을 바꾼다는 말을 믿었던 나도
어느새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어 생활의 유혹을 느끼던 무렵이었다...”

1992년 봄, 나(김동원)은 출소 후 갈 곳이 없던 비전향장기수 조창손, 김석형을 내가 살던 동네인 봉천동에 데려오는 일을 부탁받는다. 나는 그들이 북에서 내려온 간첩이라는 사실에 낯설음과 호기심을 갖고 첫 대면을 하게 된다.

한 동네에 살면서 난, 특히 정이 많은 조창손과 가까워지고 이들의 일상을 꾸준히 카메라에 담게 된다. 하지만, 내 아이들을 손자처럼 귀여워하는 모습에 정을 느끼는 한편 야유회에서 거침없이 ‘김일성 찬가’를 부르는 모습에선 여전한 거부감을 확인하기도 한다. 얼마 후 조창손은 고문에 못 이겨 먼저 전향한 동료 진태윤, 김영식을 만나게 되는데, 이들 전향자들에게는 떳떳치 못한 자괴감이 깊게 배어있음을 확인하게 된다.

난 이들의 송환 운동에 도움이 되고자 장기수들의 북쪽 가족을 촬영할 계획을 세운다. 하지만 입국 절차가 무산되고 되려 허가 없이 영화 제작을 했다는 이유로 체포되는데, 대신 이 사건을 계기로 장기수 할아버지들과 나의 친밀감은 두터워지게 된다.

1999년부터 본격적인 송환 운동이 시작되고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과 함께 송환 운동은 급물살을 탄다. 송환이 현실이 되자 남쪽이 고향인 장기수들, 옥중에서 전향을 하여 북으로 갈 요건이 안 되는 이들, 결혼을 발표하여 동료들의 비난을 받는 이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갈등 상황이 빚어진다. 송환을 앞두고 조창손은 30년 전 체포되었던 울산을 찾아가 죽은 동료의 넋을 달래고 그의 가족에게 전해 줄 흙 한 줌을 퍼 간다. 그리고, 비전향장기수 63명은 2000년 9월 2일 북으로 송환된다.

이제는 자료 화면들을 통해서만 만날 수 있는 그들.
나는 아직도 국가보안법 위반혐의로 그들을 만나러 갈 수 없고, 오랜 고문에 쇠하고 연세도 많은 그들 또한 더 이상 남측과 교류하지 못한 채 돌아가실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시 만날 수 있을까?



1. 간첩을 접한 두려움이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변하기까지

<송환>은 비전향장기수 노인들이 과거 감옥에서 겪은 고통과 현재까지도 추진 중인 송환 운동에 대해 다룬 극히 정치적인 주장일 것이라는 예상을, 두 시간 반의 러닝타임이 지나가는 동안 조용히 뒤엎고 있다.
1992년 특별한 목적 없이 두려움 반, 호기심 반으로 장기수들을 담은 낯설기만 한 첫 번째 촬영이 12년에 걸친 장대한 작업으로 이어진 것은, 감독이 비전향장기수들과의 관계에서 이들이 받은 고통이 얼마나 비인간적인가에 대해 역설하거나 서로 다른 이념의 간극을 치열하게 조망하고자 했음이 아니다. 그 이유는, 그 안에서 ‘사람’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감독은 뒤틀린 역사가 이들에게 남긴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발견하고, 쉽게 아물거나 잊혀지지 않을 그 아픔을 함께 하고, 점차 작품이 이들의 송환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바램을 가지게 된다. 중도에 이루어진 1차 송환으로 작품의 향방을 잃은 듯 했던 감독은, 장기수들과 우리 모두에게 10년의 시간 동안 나누고 느꼈던 모든 것에 대해 마음을 담아 투박하게 손으로 꾹꾹 눌러쓴 편지 같은 영상을 완성하게 된다.

그래서 <송환>은 날이 선 시각을 강요하는 정치적인 선언이 아니라, 사상과 이념을 넘어 사람에 대한 진한 그리움을 담고 있는 만남과 이별에 대한 감동적인 드라마로 다가온다. 특히 북으로 돌아간 남파 간첩 출신의 조창손 선생이 카메라를 향해 남긴, 김동원 감독을 아들처럼 생각한다는 짧은 메시지는, 그 어떤 영화에 등장하는 애틋한 사랑 고백의 순간보다 더 깊고 따뜻하게 김동원 감독 뿐 아니라 관객들의 마음을 적신다.

2. 숫자로 보는 <송환>의 기록들

: 12년의 제작 기간, 500개의 테이프, 800시간의 촬영분량, 2045년의 수감 기간, 그리고 1만년 고통의 역사

<송환>의 제작 기간은 총 12년. 그 동안 촬영에 쓰인 테이프만 500개가 넘는다. 그 옛날 하이팔(Hi-8)미리부터 시작, 유메틱(U-matic)이나 VHS로 찍은 것까지 포함하여 총 500개가 넘는 테이프에는 무려 800시간이 넘는 촬영 분량이 담겨 있다. 이는, 한국영화 역사상 전무후무한 기록이다.

또한 2000년 9월, 북으로 송환된 63명의 비전향장기수들의 수감 기간을 합하면 2045년이란 어마어마한 숫자가 나온다. 이들은 한창 젊은 나이에 체포되어 1평도 안 되는 감방 안에서 3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낸 것이다. 여기에 미송환된 장기수들의 수감 기간까지 합하면 2875년, 그리고 옥중에서 사망한 장기수들까지 합하면 무려 만 년이 넘는다.

3. 세계 영화제가 열광한 감동의 순간들

한국 다큐멘터리 사상 최초로 선댄스영화제에 진출, ‘표현의 자유상’을 거머쥔 <송환>은 영화제 상영 내내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새벽 2시까지 관객과의 대화가 이어지기도 했으며, 자녀들을 데려와 여러 번 관람하는 관객도 있었고, 심지어 거리에서 김동원 감독을 만나 감격하며 껴안는 미국 관객도 있었다.
이미 지난 해,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 초청되어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확인했고 2003 서울독립영화제 대상, 관객상을 휩쓸었던 <송환>은, 2004년 국내외적으로 가장 주목 받는 한국 영화가 될 것을 예고한다.

4.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의 명실상부한 대표작 <송환>

한국 기록영화를 대표하는 푸른영상의 김동원 감독은 다큐 1세대라 불리며 한국 현대사의 질곡에 강력한 이슈를 제기, 영화적 양심의 목소리를 명징하게 들려주는 작품들을 내놓았다. 그동안 김동원 감독을 포함한 한국의 다큐멘터리 작가들은 사회적, 정치적인 불행이 어떻게 개인의 아픔으로 구체화 되었는지에 대한 진솔한 문제제기를 하면서, 가공되지 않은 진실한 감동의 순간들을 포착해왔다.

1992년 당시, 빈민촌 안으로 들어가 도시빈민의 삶을 조명하고 있던 김동원 감독이 우연한 기회로 2명의 비전향장기수를 만나며 시작된 영화 <송환>은, 이제 삶 자체가 한 편의 다큐멘터리가 된 듯한 김동원 감독의 다큐멘터리스트로서의 10년이 넘는 고민과 실천이 그대로 담겨 있는, 그의 필모그래피와 한국 다큐멘터리 영화사를 통틀어 가장 중요한 역사적인 작품임에 틀림없다.
또한 이 작품은, <낮은 목소리>, <숨결>, <밀애>를 연출한 변영주를 비롯, 푸른영상의 대표적 작가인 김태일, 오정훈 감독 등이 함께 참여한 명실상부한 총체적 프로젝트라 할 수 있을 것이다.

5. 오테르 다큐(Auteur Documentary), 사실의 기록, 진실의 힘

<송환>은 국내 최초의 본격적인 오테르 다큐이다. 전 세계적인 사적 다큐멘터리의 열풍과 함께 부각되기 시작한 오테르 다큐는, auteur가 ‘작가’를 의미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감독의 시선이나 주관이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다큐멘터리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다큐멘터리의 선전, 교육적 기능보다는 감독과 대상이 맺는 관계에 초점을 맞추며 거기서 빚어지는 감독의 심리나 가치관의 변화가 솔직하게 보여지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은 집단보다는 개인의 변화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신념에서 비롯됐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보다 직접적인 감동을 느끼게 해 준다.

<송환>은 김동원 감독의 나레이션이 영화 전체에 깔려 있는, 자기 고백과도 같은 다큐멘터리이다. 처음 간첩을 만났을 때의 낯섦과 두려움, 그들과 친해지면서 겪는 갈등, 그리고 이별의 안타까움 등이 감독의 목소리와 함께 솔직하게 드러나고 있다.

의도적인 극적 구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유명 배우가 출연하지도 않지만, 다큐멘터리가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건 바로 사실의 기록이란 점이다. <송환>에는 실제 남파 공작원들이 등장한다. 어릴 적 반공 교육을 통해 무시무시하게 그려졌던 간첩들. 하지만, 그들 역시 남북 분단의 희생양이자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귀소 본능을 지닌 평범한 인간이다.

무의식적으로 박혀 있던 고정관념이 별다른 부연 설명 없이도 극복되는 것, 그것이 바로 다큐멘터리에 담긴 진실의 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