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카시아' 꽃에 대한 정보를 찾던 중 재미있는 사실을 알게됐다. 첫 번째는 아카시아 나무는 우리 나라에서 만큼은 천대를 받았던 나무 중에 하나라는 점이다. 왜냐면 조상의 무덤가에 왕성하게 자라나 침범을 한다라는 구설수에 올라 한간에는 일본사람들이 우리 나라의 산을 망가뜨리기 위해 심었다는 소문까지 이르게 되어 80년대 중반부터 '독나무인가 꿀나무인가'에 대한 논쟁에 휘말리기까지 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인위적으로 제거하려고 원목을 자르면 뿌리가 길게 잘 자라기 때문에 뿌리의 일부에서 가지가 올라와 번식을 하게 된다는 점이다. 위의 두 가지 사실만으로도 일종의 편견이기도 하지만 조금은 아카시아 나무가 무시무시한 괴물로 취급될 수 도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특성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영화 '여고괴담'과 '비밀'을 통해 나름대로 공포의 코드를 잘 맞추어 나가던 박기형 감독은 아카시아나무의 속성을 잘 파악하여 소재로써 또 하나의 비극적 공포를 들고 우리들 곁으로 다가왔다.

거기에 과거 '손톱'이나 '마리아와 여인숙' 등을 통해 차가우면서도 미묘한 공포의 이미지를 심어주었던 배우 심혜진의 5년 공백에 대한 종지부로써도 큰 관심거리로 작용한다.

더 희소식은 이번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폐막작으로 선정되었다는 점에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부분이다. 영화는 나름대로 바싹 조이는 심리적 공포로 다가오기보다는 그리고 피가 난자하는 슬래쉬 공포도 아닌 나름대로 반전을 동반한 현실적 공포로 우리들에게 아픔을 전달한다.

이는 현재 우리 나라에서 겪고 있는 입양이라는 소재를 한번쯤 생각하게끔 만들게 하는 여지를 남기게 한다. 영화에서 표현되는 아이에게서 느껴지는 공포적 요소는 단지 우리의 욕심과 어른들의 고립된 사고방식에서 오는 사치일 뿐이다. 그것은 어쩌면 자신에게 숨겨왔던 비밀과 아픔을 드러내기 싫은 일종의 방어적 자세일수도 있다.

영화는 공포나 스릴러의 장르를 표방하지만 조금만 잘 드려다 보면 가족영화이며 동시에 사회와 시대를 반영하는 우울한 표상의 한 단편이다. 상반기에 개봉한 '장화, 홍련'이나 작년에 개봉한 '폰' 등이 다 이러한 노선을 걷고 있어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먼 곳에서 그리고 황당무개한 상상의 소재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주변과 각자 자신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불안과 대상리비도도 공포라는 테두리 안에서 포함시키고 있다.

서두에서 말하듯 아카시아나무를 자르려고 하면 본능적으로 뿌리를 더 깊숙히 자라게 하는 본능은 곧 모성애이자 어머니의 자궁을 뜻하게 된다. 그 공간은 단순히 나무의 생명적 유지이기보다는 생명의 모태이자 근원으로써 아이(극중 진성)에게는 불안한 현실의 세계보다 편안한 죽음의 세계로 전달된다.

아카시아 나무와 진성과의 관계, 입양아와 부모와의 관계, 제삼자인 시아버지와 친정어머니의 모습 등을 눈 여겨 가만히 살펴본다면 분명 영화는 나름대로의 메시지를 충분히 전달시키고 있다. 만약 영화의 반전이 단순히 일차원적 모습으로 그려진다고 해서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그것은 분명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아픈 자아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는 리얼리티를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좀더 내실 있는 판단에서 기인된다. 실제로 아카시아 나무는 숲을 풍성하고 윤택하게 만든다는 결과보고를 최근에 발표한바 있다. 극중에서 아카시아나무를 잘라버려야 한다는 이와 그것을 자르지 못하게 막는 방어적 자세에 개체간의 모습은 문득 현실에 처해 있는 아카시아 나무와도 사뭇 비슷한 점이 있어 씁쓸한 뒷맛을 남기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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