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안 잡]은 1969년 마이클 케인이 주연한 동명 영국 케이퍼 영화의 리메이크입니다. 하지만 원작과 리메이크의 유사성에 집착하지 마시길. 찰리 크로커라는 이름의 도둑이 엘리트 전문가들을 동원해 미니 쿠퍼를 이용한 한탕을 계획한다는 기둥 줄거리만 빼면 두 영화는 거의 같은 게 없습니다. 심지어 원작과는 달리 이 영화의 주무대는 이탈리아도 아닙니다. 그래도 양심은 있어서 초반 액션 20여분을 베니스의 한탕으로 시작하지만 말입니다.

영화는 존 브리저라는 늙은 도둑이 베니스에서 3천만 달러 가치가 있는 금괴들을 훔치면서 시작됩니다. 작전은 완벽하게 성공하지만 동료 중 한 명인 스티브가 존과 친구들을 배신하면서 일이 틀어져버리죠. 존은 스티브의 총에 맞아 죽고 살아남은 동료들은 복수를 다짐하며 가라앉은 차에서 빠져나옵니다. 1년 뒤, 이들은 할리우드의 저택에서 떵떵거리며 살고 있는 스티브한테서 다시 금괴를 훔쳐올 계획을 세웁니다. 존의 빈 자리를 (합법적인) 금고 전문가인 존의 딸 스텔라로 채우고요.

아까 원작과 큰 유사성은 없다고 했지만 그래도 영화는 원작에서 상당히 큰 부분을 빌려오고 있습니다. 60년대식으로 쿨한 케이퍼물의 분위기 말이에요. 이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자기 분야에서 날고 기는 전문가들이고 이들이 금고털이의 계획을 진행시키는 과정은 능숙한 댄서들과 같은 우아함에 의해 통제됩니다. 결코 엄청나게 긴박감넘친다고 할 수는 없지만 영화는 잘 만든 아르마니 양복처럼 날씬하고 유려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은 또다른 60년대 영화 리메이크인 [오션스 일레븐]과 여러모로 통하는 구석이 있어요.

[오션스 일레븐] 영화들과 [이탈리안 잡]의 차이점은 이 영화의 금괴강탈 계획이 자동차들이 동원되는 속도전이라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세 대의 미니 쿠퍼들이 주인공들이지요. 둔탁하고 커다란 미제 자동차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LA의 러시아워 사이로 이 자그만 차들이 소매치기 소년들처럼 잽싸게 빠져나가는 장면을 보면 상당히 즐겁습니다. 원작이 기억되는 것도 미니 쿠퍼의 추적전 때문이었는데, 개념만 따진다면 속편이 더 효과적인 것 같기도 해요. 미니의 성능과 융통성은 이탈리아보다 미국에서 더 잘 드러날테니 말이에요.

[이탈리안 잡]은 배우들의 연기에서부터 카 체이스 장면에 이르기까지 쓸데없이 힘들이지 않고 가볍게 뽑아낸 오락물입니다. 영화 자체가 미니 같아요. 몇 억씩 들인 여름 시즌용 헤비급 블록버스터들 사이에서 이 영화의 가벼운 즐거움은 더욱 가치있게 느껴지는군요.

기타등등

냅스터의 개발자인 숀 패닝이 자기 자신으로 잠시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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