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 원정대, 목표달성했을까?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 감독이 말한 충격적인 반전은 어디에...


서울 종로에 위치한 서울극장에서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피터 잭슨 감독)이 언론에 최초 공개됐다. 2년 여를 기다려 온 터라 <반지의 제왕> 시리즈 결말에 대한 기대는 사뭇 컸다.

오크족과 인간-요정의 연맹군이 합쳐 20만여 명이라고 하니 그 규모가 실로 어마어마하다. 과연, 반지원정대는 위기에 처한 곤도르 왕국을 구할 수 있을까.

3편을 이끌어가는 이야기 주체는 다섯 캐릭터이다. 프로도(일라이저 우드 분)와 함께 반지 운반 일행이 된 샘(션 어스틴 분)과 골룸(앤디 서키스 분), 연인 사이인 아라곤(비고 모르텐슨 분)과 요정 아르웬(리브 타일러 분)이 그들이다.

먼저, 반지를 차지하려고 프로도를 따르는 골룸의 모습이다. 어쩌면 이 영화에서 가장 인간의 모습에 근접한 캐릭터라고 할까. 욕망과 절제 사이에서 갈등하는 나약한 우리의 자화상인 듯한 골룸의 과거가 3편에 드러난다.

2편 후반부에 프로도를 주인으로 섬기는 골룸과 호시탐탐 반지를 노리는 스미골 사이에서 탐욕과 권력욕을 제어하지 못하는 골룸은 자신의 소유였던 반지를 지닌 호빗족의 프로도에게 끝없이 접근하며 검은 속내를 드러낸다.

반지의 운반자인 프로도는 악의 기운 앞에 서면 여지없이 전혀 다른 인물로 돌변한다. 친구에 대한 우정을 의심하는 한편 그는 중간계의 의지를 대표하듯 반지를 파괴하기 위해 온 힘을 다하는 용기를 선보인다.

그것은 아라곤을 주축으로 하는 반지원정대의 든든한 믿음 때문에 가능하였을 것이다. 서로 다른 공간에 있지만 프로도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버리지 않았기에 그들은 반지원정대로서 명예를 지켰다.

프로도와 함께 샘은 자신의 주인을 따라다니며 거침없는 용기를 발휘한다. 지혜와 용기를 지닌 샘은 아마도 반지 운반의 최대 공로자가 아닌듯 싶다. 3편에서 샘이 주인에게 보여준 믿음은 한결같다. 물론, 자신의 목숨보다 프로도의 안전에 대해 신경쓰는 그의 모습은 환타지 장르에서 볼 수 있는 대표적인 캐릭터이지만. 이 영화의 에필로그에서 감독은 아직 끝나지 않은 또 다른 메시지를 주고 싶어서일까. 3시간이 넘는 광대한 스펙터클과 어우러진 영화 서사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아르웬: 그를 포기하면 영원히 후회할지 몰라요,
내가 선택한 삶이에요.

전편까지 그리 크게 보지 않았던 요정 아르웬의 역할이 눈에 띈다. 3편에서 아르웬의 이야기는 아마도 전 세계의 여성들의 눈시울을 적실 것으로 보인다. 요정 세계의 후계자로서 그가 마음에 둔 사람에 대한 사랑이 구체적으로 나타나 영화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반전시키기 때문이다. 그녀는 몸소 실천하며 희생의 고귀함과 함께 사랑의 아름다움을 가르쳐준다.

악의 지배자 사우론이 인간 종족을 멸망시키려고 곤도르 왕국의 수도 미나스 티리스로 진군하자, 2편에서 요정 아르웬의 도움으로 생명을 건진 아라곤 일행은 로한 왕국의 세오덴 왕과 함께 중간 대륙의 운명을 건 한판 승부를 펼친다. 하지만, 악의 무리를 규합한 사우론에게 이들 전사들은 적수가 되질 못한다. 그들은 어떻게 지혜롭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까.

프로도 일행의 모험과 사우론과 맞서 싸우는 아라곤 일행의 활약을 번갈아가며 절대 반지와 인간 종족의 운명을 숨가쁘게 전개한 이번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에서 감독은 무엇을 말하고자 한 것일까? 광대한 스펙터클도 뛰어나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골룸과 요정들, 반지를 둘러싼 인간 내면을 철저하게 감각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영화가 결말부로 치닫으면서 선과 악의 단순한 대립으로부터 벗어나 관객들은 반지원정대가 되어 우정, 용기, 사랑, 희생, 믿음, 희망 그리고 자유라는 주제들을 하나하나 알게 된다.

결코 포기하지 않는 용기, 조건 없는 희생이 이루어낸 자유, 그리고 우리의 변화가 만들어낸 희망, 이는 <반지의 제왕:왕의 귀환>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 아닐까.

다만 오랜 시간 한 작품에 빠져 있었던 감독의 타성 때문이었다고 할까. 감독이 영화 개봉 전에 약속한 충격적인 반전에 대해선 의문이 남는다.

2003/12/10 오전 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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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선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