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2월로 기억한다. 한창 홍콩에서는 총잡이와 카지노의 영화들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보려고 고심하던 중이었다. 물론 '황비홍'과 '동방불패'와 같은 전통무협물이 그 바톤을 이어받으려는 조짐이 보이기는 했으나 그 또한 리메이크적인 요소가 강한 느낌이 들어 어쩌면 연장선에 들어선 기분이 사실이었다.

그러던 중 일본에서 '혼다 오토바이' 광고를 통해 인기를 얻고 있던 모델 곽부성과 영화 '지존무상'이나 '천장지구'를 통해 다수의 동남아 여성팬을 확보한 유덕화가 주연과 제작을 맡아 영화 한 편을 선보였다. 물론 유덕화 자신에게 있어서는 유덕화가 창립한 영화사인 팀웍크에서 만든 첫 작품인데 더 중요한 의미를 부여할지는 모르겠으나 나름대로 그 당시 신선한 자극으로 다가왔다.

그 이유는 영화적 스타일이 당시 영화와는 달리 블루톤의 색감과 스타일리쉬한 감각적 주인공들의 묘사가 돋보였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시간을 같이한 안성기-강수연 주연의 한국영화 '그대안의 블루'에서 보여준 블루 톤의 색감과 조금은 다른 다이나믹한 모습을 선사한다.

지금으로 표현하자면 뉴웨이브의 테크노적인 감각영화의 탄생이라고 하면 적절할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영화 '신조협려'는 1987년도 작품인 '천녀유혼'에서 보여준 느낌과 함께 신 감각적인 와이어액션을 첨가하여 나름대로 퓨전적인 성격이 강한 영화로 탄생됐다. 전통적인 고전과 현대물의 적절한 조화라고나 할까?!

필자가 뜬금없이 90년대 초반 영화 '신조협려'를 난데없이 들고일어나는 이유는 살기 힘든 요즘에 향수를 불러일으키고자 단지 옛날 이야기를 거들먹거리는 것은 아니다. 지금 소개할 영화 '트윈 이펙트'가 다소 '신조협려'와 같은 느낌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이다. '트윈 이펙트'라는 영화를 처음 접한 것은 타 영화의 상영 전 예고편을 통해서였다.

최근 홍콩영화들이 가뭄에 콩 나듯 1-2편뿐이 개봉되지 않는 시점에서 예고편을 통해 신작 홍콩영화를 접한다는 것은 실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80년대 중반과 90년대 초반 홍콩영화에 매력과 흥미를 느꼈던 아련한 향수를 지닌 20-30대들에게는 홍콩영화의 반가움은 이루 말할 수 가 없을 것이다.

그러한 시점에서 '트윈 이펙트'는 상당히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영화이다. 그 이유 중에 첫 번째는 뱀파이어라는 흡혈귀를 도심 속에서 특히 홍콩의 도심에서 볼 수 있다는 점과 더불어 정이건, 성룡 등의 스타급 배우들을 스크린을 통해 느낄 수 있다는 것이 어드밴티지로 작용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기대만큼의 많은 실망감을 감출 수 없는 것이 이 영화의 특징이다.

성룡(A)은 영화의 오프닝에서 자막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면 우정출연이라는 것을 알게된다. 예고편이나 광고에서는 성룡이 상당하게 비중 있는 인물로 나오는 것처럼 느끼게 되지만 영화의 중반에서 앰블런스 운전자로 맛배기처럼 등장한다. 그밖에 정이건 또한 영화의 클라이맥스에서는 맥없이 그 연기력을 상실하게 되어 대체로 영화의 느낌을 최대한 살리지 못하고 있다.

즉 영화는 오프닝의 현란한 액션 신이 후반부로 갈수록 그 뒷심을 잃고 허술하게 무너지고 만다. 영화를 보면서 영화 '무간도'의 장면이 자꾸만 떠올리는 것은 필자의 착각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홍콩박스오피스에서 여타의 헐리웃 블록버스터들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는 것은 놀라운 사실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영화의 내용보다도 낯익은 영화배우와 영화를 본다는 것만으로도 그들이나 우리에게 있어서는 상당한 뿌듯함을 안겨주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앞으로도 하반기에는 작년보다는 많은 홍콩영화들이 우리들 곁을 다가올 것으로 예상된다. 내용 면이나 기술적인 면에서 나름대로 예전의 홍콩영화의 모습을 찾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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