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관한 담론은 그 어떤 자연과학, 사회과학 이론보다 흥미롭다. 뉴턴의 위대한 발견보다, 유토피아를 제시하는 학자들의 방대한 이론서보다 우리를 자극하는 것은, 구미를 잡아당기는 것은 '사랑'이다. 도처에 널린 사랑학 개론류 책들이 그것을 증명하고, 사랑없이 예술작품을 논한다는 것은 극히 드문 경우에 해당한다. 이것은 다이어트에 왕도가 없어 수많은 방법론이 거론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사안에 명제가 없다는 것은 참으로 골치아픈 일일 것이다. 그래서 작품은 만들어지며 저마다의 정의를 내놓는다. 그렇다면 새삼스러울 것 없는 '사랑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가 왜 이토록 회자되고 있는가?

그것은 '사랑=섹스'라는 방정식을 만천하에 공개하며 섹스를 일상으로 바라보았기 때문이다. 즉 사랑은 에로스다,를 숨기지 않았다.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의 분리는 은연중(아니다. 대놓고) 우열개념이 존재했던 것도 사실이다. 직관적으로(사실 관습적으로 훈련된 것이지만) 섹스는 저속하고 정신적 교감은 고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가. 그 때문인가. 특별한 일상, '사랑'에 대해서는 노래하지만 특별한 일상 '섹스'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킨다. 영화는 바로 이같은 이중성에 '너희들은 우리가 천박한 것 같니?'라며 농을 건다. 연인관계에 있어 생각보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에로스적 욕망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을 뿐, 나는 그들이 특별히 '밝힘증'에 시달리고 있는 유별난 존재들로 다가서지 않았다. 이 영화가 '야해지기'위해서는 섹스를 일상으로 다루지 않았어야 옳다. 그러나, 사랑에 근거한 시와 때를 가리지 않는 섹스는 다만 그들의 사랑의 속성을 반영했을 뿐이다. 연애초입엔 전화기에 불이 나지 않는가. '보고싶어'를 연발하지 않는가. 섹스도 이에 다름아니다.

사랑을 다루는 데 있어 에로스적 욕망을 과소평가하는 것은 되려 변태적이다. 과대평가할 필요도 없다. 영화 속에서 보여주듯 욕망은 감정과 부대끼며 분출되며 소멸하기도 한다. 삶속에서 의미가 있는 것은 '지속적'인 것들이지 '일시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영화에 집중하려면 일시가 아닌 지속의 형태, 즉 그들의 '그리고 사랑'을 봐야할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나는 이 영화가 꽤나 솔직하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은 주체적으로 여성의 성욕을 다룬 것과 섹스로 시작된 사랑이라는 전복적 기승전결로 많은 담론들을 이끌어냈다. 전자와 후자 모두 '오해(여성의 성욕이 남성의 그것보다 낮다)'와 '낯설다'의 효과로 관객몰이에 나섰을 것이며 오해받은 사람들 할 말 많았을 것이다. 그리고 그 낯선 관계에 다양한 시각이 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은 보다 솔직하게 사랑을 다뤘다는 점이다. 설레여하다 다투고, 식어버린 감정에 대해 우리모두 공감하듯이 섹스도 함께 그러한 모습 속에 살아있다는 것. 상징적인 의미에서 섹스를 다룬 것이 아니라면 사랑이야기를 하는데 있어 사랑만 있거나, 혹은 섹스만 있다는 것은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예외? 물론 있다. 그러나 예외 없는 것이 세상에 과연 있을까?

이 영화를 본 직후 성인용 베스트극장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러나 '성인용'이라는 전제는 TV 드라마의 위선을 피할 수 있는 영화의 장르적 힘이 발휘된 것이다. 그러니 'TV 드라마 같다'는 오류가 있는 발상이다. 혹 나같은 생각을 한 분이 계시다면 그 오류에 대해 생각해보시길 바란다. [옥탑방 고양이]의 동거남녀를 떠올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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