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반전들이 적혀있습니다)

<드림캐쳐>는 '필연 같은 우연'을 다룬 스릴러 물입니다. 스티븐 킹의 소설이 원작이란 걸 빠트리면 안 되겠죠. 유년시절의 어떤 사건을 계기로 4명의 친구들은 흔히 말하는 '초능력자'가 돼버렸습니다. 얼마 전에 종영된 '도전! 100만 달러 초능력자를 찾아라’처럼 사이비 초능력자들은 가짜 능력을 이용해 부와 명예를 얻던데 이곳의 네 친구들에겐 어림없는 소리예요.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괴물' 취급을 받으며 인간관계에 심각한 괴리감을 느끼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들끼리의 우정이 지금까지 지속되는 건지도 모르겠네요. 같은 편끼리 뭉치게 마련이니 말이죠.

영화는 이들의 괴물 같은 초능력이 우연히 얻어진 게 아니라는 조짐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네 친구들의 겨울산장 동창회 때 끔찍한 사건이 터지게 되고, 그걸 해결하려면 초능자가 아니고선 불가능하거든요.

어리둥절한 3단 변신

<드림캐쳐>의 막연한 포스터처럼 영화의 정체를 미리 추측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원작을 모르는 관객들에겐 스릴러 분위기를 감지해내는 것 이상의 진전된 예상은 힘들죠. 차라리 스티븐 킹의 전작들인 <미저리>나 <샤이닝>정도의 느낌이 아닐까하는 추측 정도로 가닥을 잡는 게 편할 듯 하네요. 물론 관객들의 이런 반응은 모두가 의도된 일입니다. 사전 지식을 포스터에서조차 최대한 감춰두려는 포석이죠. 예고편을 한번 보시길. 스릴러라는 껍질만 보여줄 뿐 정작 느물거리는 내피의 정체는 완벽하게 숨기고 있잖아요. <황혼에서 새벽까지>에서 은행강도 내러티브가 뱀파이어 영화로 탈피한 것처럼 <드림캐쳐>도 뭔가 음흉한 음모를 꾸미는 있는 거예요.

초능력자들의 심령물이 아닌 <인디펜던스 데이>같은 외계인 격퇴물이었다는 반전은 생각보다 일찍 밝혀집니다. 외계인의 정체 역시 후다닥 처음부터 보여주고요. <레릭>이나 <싸인>처럼 대개 괴물의 정체는 몸의 부위부위별로 보여준 뒤 총알 지나가듯 전체 윤곽을 잠깐 보여주는 수법을 쓰기 마련이죠. 그러다 영화끝나기 몇 분 전에야 수줍게 나타나는 게 관례이고요. <드림캐쳐>는 이런 보일 듯 말듯 괴물 스트립쇼를 거부합니다. 대담하게도 알몸을 처음부터 보여주고 시작합니다. 영화는 대신 추척 영화의 전형적인 내러티브에 주력합니다. 말하자면 세 번의 탈피가 즉석에서 벌어지는 셈이죠. <식스 센스>가 <프레데터>가 되고 다시 <도망자>가 돼버린거죠. ㅡㅡ

어리둥절한 3단 변신이 끝난 뒤 영화는 김빠지는 매듭 풀기를 향해 달려갑니다. 자칫하면 지구 전체가 외계인의 텃밭이 될 뻔한 위기가 어떻게 극복되는지 기대했다면 낭패를 보기 쉽상이죠. 벌여놓은 일이 거대함에도 불구하고 손쉽게 마무리한다면 관객들로선 영화가 회피하고 있다는 이상의 감정을 느끼긴 힘들거예요.

TIP

<매트릭스>의 1.5편에 해당하는 <오시리스 최후의 비행>을 영화 상영 전에 만날 수 있습니다. 이게 유일한 장점이죠. ㅡㅡ

내 의견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