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 조금포함)

싱글즈의 장진영과 엄정화는 정말 쿨하게 산다. '쿨'이라는 외래어가 쉽게 사람들에게 퍼진 건 한국어 발음 상에서도 그렇지만 시원한 느낌을 줘서 그런지 여름밤에는 어울리는 영화다. 무난한 스토리에 편안한 연기, 그리고 동시대인들의 고민을 함께하는 강한 힘!(약하다고 볼 수 있지만 ^^;)

1. 싱글즈?

사실 이 영화는 정확히 말하면 싱글즈라기 힘들다. 포스터에서도 보이듯 두커플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그리고 시점 또한 장진영의 시점으로 일인칭 서술되므로 정확히는 싱글이 맞을 듯 하다.

장진영과 엄정화, 이범수는 죽마고우다. 특히 범수와 정화는 같은 방을 빌려쓰는 룸메이트이고 서로의 사생활에 대해서는 노터치! 그렇지만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순진하고 딱부러지는 곳 없는 범수와 화끈한 섹스, 깔끔한 매너를 추구하는 정화는 이성관에 대해선 천지차이다.

그런 점에서 이 둘의 동거이야기만 따고 보면 미술관옆 동물원을 상상하게 된다. 춘희와 같이 범수가 털털한 매력을 풍기고 있지는 않지만.

2. 싱글맘?

유럽에선 지금 싱글맘이 유행이라고 한다. 연예인 중에 일부와 중산층 이상의 캐리어 우먼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는 새 가족제도인 이 싱글맘은 이제 우리 나라에서도 시각을 달리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이건 사실 '영화에서'나 그렇지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

여전히 우리나라 사회에서는 미혼모는 콩가루 청춘을 보냈다는 상징이고 그의 자녀는 사회로부터 온갖 고난을 당한다. 극중 장진영이 내뱉는 대사 '너의 새끼 성가지고 뭐라고 그러면' 이라는 것으로는 현실에 부족한 면이 많다. 그래도 여전히 관객들에게는 엄정화의 결정에 대해 호의적이다. (나만 느꼈을지도)

섹스에 대해서 유연해진 지금 가족에 대해서도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섣불리 단정짓긴 어려우나 조금, 아주 쬐금 현실이 변해가고 있는게 아닌가라 생각해 본다.

3. 쿨?!

영화 속 사람들은 매우 '현실'적이다. 영화에 사는 사람들과 같지 않게 그들을 속박하는 현실은 매우 더럽다. 직장 상사는 부하직원 아이디어를 갈취해서 자기 이름으로 올리고, 좌천시켜 외식업체로 발령내버린다. 남자 상사는 여자 사원이 프레젠테이션 하게 할 수 없다 하며 성적 노리개로만 여사원을 바라본다. 일상 속에서 여성들의 차별은 곳곳에서 드러나는데, 할 수 있는 일과 하고 싶은 일 사이의 괴리는 크다. 그래서 그들은 가장 빨리 돈 벌 수 있는 결혼에 대해서 고민한다. 무임승차 같은 기분이 들지만 좋은 남자 만나는 건 정말 여러모로 유익하다.

이 영화가 쿨한 건 이들의 선택에 달려있다. 이들은 쿨하게 자신의 꿈을 위해서 사회적 편견 모두를 걷어차고 달려나간다. 도덕 교과서에서 달달 외운 '자아실현'을 위해서 말이다. 우리가 실현할 수 없는 일들, 그리고 우리와 너무 닮아 있는 모습을 보면서 시간 보내는 거 그것도 '쿨'한 피서법이 되지 않을까?

단, 정말 '현실'속에서 이런 사태가 벌어진다면 관객들의 선택은 천차만별이겠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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