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나이츠] 잔머리의 달인, 그리고 성룡표 액션


내가 그 친구와 함께 영화를 본 날은 항상 그에게 묻는다. "어땠어?" 그런데, 그렇게 묻는게 지겨웠던지 <상하이 나이츠>를 보기 전 그는 "어땠어"라고 그만 물어봐 달라고 당부를 한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말했다. "그럼, '재미었어?'라고 물어보지." 그러자, 그 친구가 말한다. "그럼, 미리 말해둘께. 재밌었어. 됐지? 제발, 이번엔 물어보지 마."
성룡의 영화는 이렇게 한마디로 압축되는 듯 하다. 보기 전에 미리 "재밌었어"라고 말할 수 있는 영화. 좋게 말해서 늘 기본은 하는 것이고, 좀 나쁘게 말하면 맨날 그게 그거다, 라는 얘기도 될 수 있겠다. 그러니까, 성룡영화를 특별히 싫어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의 영화는 늘 '기본적으로' 재미가 있고, <상하이 나이츠>도 그 예외 없음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상하이 눈>에서 '총잡이'와 '무술의 달인'으로 기막힌 호흡을 자랑했던 성룡과 오웬 윌슨은 <상하이 나이츠>에서는 '잔머리의 달인'과 '액션 코미디언'으로 적당한 호흡을 맞춘다. (사실, <상하이 눈>에서와 비교하면 이번엔 기막힐 정도의 호흡은 아니다.)
존 웨인(성룡)의 아버지가 죽고 그가 관리하던 옥새가 도난당하자, 성룡은 로이(오웬 윌슨)를 찾아간다. 둘은 <상하이 눈>에서 쌓아놓은 우정으로 옥새를 찾기 위해 영국으로 날아간다.
이번 편에서 눈에 띄는 변화는 과거에 비해 성룡의 액션이 줄어든 반면(사실, 성룡의 액션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그 대표적인 예가 <턱시도>인데 <턱시도>에서 성룡의 액션은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대신, 화려한 컴퓨터 그래픽에 많이 의존했다. 어찌됐든) 다양한 캐릭터를 추가해 성룡의 코믹한 무술액션과 조화를 이루도록 해놓았다. 성룡은 여전히 녹지 않는 무술실력을 과시하며 그만이 할 수 있는 특유의 코믹액션을 보여주는 반면, 주인공 로이를 비롯한 셜록 홈즈, 찰리 채플린이라는 이름을 도용한 주변인물들은 이 영화를 전체적으로 유쾌하게 이끌어 준다. 또한, 린과 '견자단'이 보여주는 액션은 이 영화의 또다른 볼거리다.

과거, 성룡의 영화에는 늘 성룡만 빛났었다. 그러나, 이제 헐리우드도 성룡만의 이름으로는 세계시장을 '제대로' 점유할 수 없다는 성룡만의 약점을 파악한 듯 하다. <상하이 나이츠>가 주는 재미는 성룡식 액션보다 아무래도 오웬 윌슨이 선사하는 그만의 독특한 코믹연기와 주변인물들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재미다.
그러나, 성룡영화는 무엇보다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는 것이 최대 강점일 것이다. 그리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이유 중 첫번째로 뽑을 수 있는 것은 그가 출연하는 영화에는 "피"를 거의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고, 두번째로 꼽을 수 있는 것이 악당이 악당같지 않게 친근하게 그려진다는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성룡과 로스본과의 결투는 로스본이 악당이기보다는 스포츠맨쉽을 갖춘 펜싱선수쯤으로 여겨졌으니까. 그리고, 마지막 세번째가 항상 "재밌었다"라고 말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것이다. 물론, 가끔 실망할 때도 있긴 하지만, 그 실망조차도 '재미가 없어서'라기보다도 성룡의 액션을 기대만큼 많이 보지 못해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또 성룡의 다음 영화를 벌써부터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과거에 비해서 인기가 많이 떨어졌다지만, 내게선 아직도 가장 큰 인기를 받고 있는 영화가 "성룡"표 액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