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결혼한 철부지들이 보이는군요. 교통 방송 리포터인 톰(애쉬튼 커처)과 예비작가 새라(브리트니 머피)는 첫눈에 반해 잽싸게 결혼한 커플입니다. 새라가 엄청나게 부자인 관계로 장인의 거센 반대를 극복하긴 했는데, 정작 문제는 결혼을 반대했던 사람들이 아니라 결혼을 만만하게 본 두 철부지들입니다. 별 시덥지 않은 이유들로 끊임없이 싸우는 이들은 '결혼은 사랑만으로 되는 게 아니야'라는 명언을 몸으로 실감하게 됩니다.

1. 얄팍한 신혼 여행기
손쉽게 결혼하고 가뿐하게 별거하는 톰과 새라나 영화나 마찬가지입니다. 캐릭터를 비롯한 영화의 모든 요소들에게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가 없어요. 충동적으로 벌어진 사건은 즉흥적으로 마무리됩니다. 각 에피소드들이 서로 맞물리고 이격 시키는 데서 오는 아기자기한 재미를 찾아볼 수가 없어요. 극전 연결관계를 고려하지 않은 헤프닝들만 줄줄이 연결시켜놓았을 뿐이죠.

알프스의 호텔에서 뜻밖의 물건(?) 때문에 벌어지는 정전사고나 비행기 화장실에서 벌어지는 슬랩스틱 사건들은 딱 그 장면에서만 단발적인 웃음을 주고 사라집니다. 영화를 보는 동안 적지 않게 웃었는데도 실속없는 영화로 남는 경우가 있죠.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는 그런 영화들의 대표적인 표본입니다. 우둔한 헤프닝들의 물량 공세로 몇 번 타이밍을 적중시켰지만 한번도 관객과 정면 승부를 걸지 못합니다. 우리는 이런 영화들에게 '얄팍한' 상업 영화라는 명함을 수여해야 할거예요.

2. 동물원 영화.

또 한가지, <우리 방금 결혼했어요>에 줄 수 있는 다른 호칭은 '동물원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흥행 포인트는 로맨틱 코메디라는 장르도, 이탈리아의 사치스런 풍경도 아니예요. 스캔들까지 일으켜 주며 톡톡히 영화를 홍보한 브리트니 머피와 애쉬튼 커처 커플이죠. 이국적인 풍경을 가득담아 오긴했지만 그나마 '관광 영화'로 연명할 수 있는 건 화면 안에 두 배우가 나온다는 사실뿐입니다. 그밖엔 빈껍데기 뿐이죠.

단지 우리 안에 갇힌 동물을 구경 왔을 뿐 이예요. 특별한 묘기를 기대했다면 서커스를 보러 갔을 겁니다. 영화를 선택한 관객들은 두 배우의 표정, 몸짓, 그리고 팬들의 질투심을 유발시키지 않을 만큼의 스킨쉽을 보기만 하면 됩니다. 어떤 어처구니없는 각본도, 연기도, 편집도 용납할 아량을 가지고 있기에 영화는 게으름을 부리고 있습니다. <★★1/2>

TIP

●● 언급했듯이 브리트니 머피와 애쉬튼 커처는 영화를 찍다 실제 연인 관계로 발전했다고 하는군요.

●● 혹시 <클루리스>의 브리트니 머피를 기억하시나요? 셰어(알리시아 실버스톤)가 촌티를 벗겨 주겠다던 못난이 역할이었죠. 믿을 수 없을 만큼 이뻐졌군요. 사실, 안 믿고 있는 중입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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