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현재, 미래. 그리고 아픈 우리들의 모습을 위하여 건배!

시간이 지나 벌써 2월도 반 이상이 지나고 3월의 문턱에 들어서려는 준비를 하고 있다. 필자는 2월을 '겨울의 여운, 봄의 기다림'이라는 표현으로 대신하고 싶다. 그만큼 다른 날보다 일수도 적고 많은 행사가 있기 때문이다. 매달마다 그 달만의 느낌이 있고 색채가 있다. 살아가는 것, 존재하는 것, 호흡하는 일상적인 반복적 삶의 모습에서 나를 또다시 발견하는 영화한편이 우리의 자리 속으로 파고 들어간다. 영화 <디 아워스>는 우리의 진정한 삶의 모습을 같이 성찰해 나간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어쩌면 그만큼 버거운 짐도 없을 것이다. 태어나고, 공부하고, 그리고 취업하고, 결혼하고, 자식을 낳고, 언젠가는 죽음에 이르는 그 순간까지 매 순간마다 나 자신이라는 존재와의 전쟁은 계속적인 질문으로 이루어진다.

문득 필자의 어머님께서 예전에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남들과 같이 똑같이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다"라는 말씀은 지금 30이라는 나이를 눈앞에 둔 필자에게, 그리고 세상의 문 앞에서 망설이고 있는 필자에게 가장 절실히 귓가를 맴돌고 있다.

간혹 철학서적이 아니더라도 TV교양프로그램이나 여타의 다른 매체를 통해 '실존주의 철학'이라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여기서 실존이라 함은 삶 그 자체를 말하는 것으로 진실 그 자체에 접근하는 철학이다. 추운 것을 춥다고 말하는(인간의 실존에 대해서, 혹은 그것을 바탕으로 해서 이야기 하는) 것. 그것이 실존주의이다.

이러한 실존주의의 시적 특성은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의 유명한 말에서 비롯된 비 신학적 논거에서 출발한 근대 철학의 연장선상이라 할 수 있다. 낭만주의 철학의 과도한 반항에서 그것을 넘겨 니이체에 이르러 세련되고 심오해졌다. 최근 개봉을 앞둔 영화 '디아워스'는 바로 실존주의적 맥락에서 출발한다.

<디 아워스>는 여러모로 거대한 산과도 같은 영화다. 아직 국내에서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영화가 개봉한 후 한 달이 지나면 아마도 소리소문에 입가를 맴 돌 것이다. 그 이유는 이 영화에 출연한 배우와 구성방식에서 압도되기 때문이다.

80년대를 풍미했던 <아웃 오브 아프리카>의 메릴 스트립, 90년대를 장악한 <아이즈 와이드 셧>의 니콜 키드만, 그리고 21세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한니발>의 줄리안 무어! 어떤 화려한 수사어구보다도 이들의 이름만으로도 충분히 영화를 이끌어갈 수 있는 힘이 느껴진다.

대략적인 중심내용은 '미세스 달로웨이'를 쓴 버지니아 울프와 그 책을 읽고 있는 가정주부 로라 브라운, 댈러웨이 부인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출판 편집자 클라리사를 교차 편집으로 번갈아 보여주면서 주제를 전달하고 있다.

메가폰을 잡은 스티븐 달드리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그의 작품을 이야기하면 바로 아! 라는 감탄사가 나온다. 탄광촌 소년의 희망을 담은 영화 <빌리 엘리어트>로 2000년 아카데미 감독상을 포함해서 3개 부문을 휩쓴 그가 바로 이 영화의 연출을 맡았다. 그리고 세 명의 여배우 못지 않게 강인한 인상을 남기고 있는 <뷰티풀 마인드>에 귀신으로 출연했던 에드 해리스의 에이즈 환자 연기는 가히 충격적이다.

교차편집이라는 이유로 시종일관 영화를 보면서 약간은 영화를 따라가는데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후반부로 가면 영화의 맥을 느끼게 되는 것도 이 영화 속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지금 행복을 느끼거나 한번도 자기의 존재에 대한 비애를 느끼지 못한 사람이라면 이 영화를 추천하고 싶지 않다.

이 영화는 육체와 영혼, 삶의 의미와 무의미, 시간의 직선적 진행과 윤회적 반복의 의미, 존재의 가벼움과 무거움, 부정과 긍정의 개념, 우연과 운명이라는 개념 안에서 작가 밀란 쿤데라의 소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

<디 아워스>라는 제목이 상당수의 사람들에게는 처음에 <디 아더스>가 잘못 표기된 줄로 알았다. 필자가 생각하기론 2년 전 <디 아더스>로 겨울에 우리에게 마지막 반전을 심어주었던 니콜 키드만이 시간이 지난 뒤 약간 이름이 비슷한 <디 아워스>로 다시 우리와 조우한다는 점에서 그의 연기변신에 다시 한번 주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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