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제이슨 스태덤)의 직업은 트랜스포터 'The Transporter' 즉, 배달하는 남자입니다. 이 남자가 배달하는 물건이 좀 특이해요. 은행을 털고 막 나온 은행털이범, 세탁해야 할 검은 돈, 마약 가방, 어쩔 땐 미모의 동양 여인을 담은 여행 가방까지. 그런고로 보통 택배는 취급을 안 한다는 거죠. 특이한 직업처럼 프랭크에게도 직업의 룰이 있는데 내용물을 절대, 결코, 열어보지 않는다는 것. 철저하게 지켜 오던 이 원칙이 깨지기 시작하면서 프랭크는 생사를 건 액션을 벌입니다.

1. 짜고 치는 고스톱.

액션 영화의 딜레마는 액션을 펼칠 멋진 장소와 액션에 대한 기막힌 디렉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이야기'라는 전체 맥락에 끼워넣느냐죠. 가파른 절벽에서 싸우게 되었다면 절벽까지 오게 된 과정이 설득적으로 다가와야 합니다. 절박한 상황이 인물을 밀어붙인 것과 어쩌다 오게 된 상황은 액션의 긴장감에서 질적으로 차이가 있습니다. 거기다 요즘 관객들은 모든 상황에서 '개연성'을 따지거든요. 일단 관객에게 짜고 치는 영화라는 인상이 들면 그때부터 영화는 3류로 전략하게 됩니다.

<트랜스포터>의 액션 장면들은 모두 짜고 친 듯한 느낌이 듭니다. <리쎌웨폰 4>와 <더 원>의 무술 지도를 했던 원규 감독은 개별 액션 장면에 대한 연출은 만족스럽지만 이야기 안에 배치된 장면의 인과관계가 상당히 미숙해요. 그림에만 신경 쓰다 이야기를 놓치는 C.F 출신 감독들의 한계와 같은 거죠. 전체 맥락에서 딱 거기에 있어야 할 절실함이 없는 액션 장면은 순간적인 흥미만 자극할 뿐입니다. 홍콩에서 영화를 만들던 시절의 고쳐지지 않던 습성이 여전히 <트랜스포터>에서도 지속되고 있습니다.

2. 줏대없는 캐릭터

<트랜스포터>는 캐릭터를 일관적으로 묘사하는데도 실패를 하고 말았습니다. 캐릭터의 중심이 흔들려 버리면 영화 전체가 갈피를 잃어버립니다. 캐릭터가 겪는 혼란과 캐릭터의 설정 자체가 혼란에 빠진 건 다른 의미죠. 전자는 극의 갈등을 부여하지만 후자는 영화의 몰입하는 관객의 집중력을 방해하니까요.

프랭크는 결벽적으로 '배달하는 물건을 열어보지 않늗다'라는 원칙을 지킵니다. 어떤 영화든 주인공에게 소중한 인물과 중요한 원칙은 손상되기 마련이죠. 프랭크의 원칙의 깨지는 건 자연스런 이치지만 문제는 어떤 계기냐죠? 단지 배달해야 할 물건이 부시럭거려서 열어보는 상황은 결코 <트랜스포터>의 프랭크가 해서는 안될 짓이예요. 좀더 절실한 상황이 그에게 하여금 원칙을 깨게금 만들어야 합니다. 설득력 있는 아이디어 내기는 귀찮고 이야기는 전개시켜야 하니 그렇게 처리하고 만 거죠. 영화의 허술함을 태연하게 드러내는 <트랜스포터>에게 과연 관대할 수 있을까요?

보태기

●● 금고털때 청진기를 대보던 구닥다리 홍콩 영화 클리셰가 여기에도 등장한답니다. 세상에나...

●● 프랭크가 모는 차는 무조건 BMW더군요. ㅡㅡ 아.. 분명 간접 광고가 영화를 망칠 날이 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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