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날로 발전하는데 드라마가 따라주질 않는구나. <보물성>을 보며 눈은 휘둥그레지는데 엉덩이는 자꾸 의자 끝으로 밀려났다. 잘 알고있다시피 <보물성>은 스티븐슨의 명작인 <보물섬>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너무도 유명한 이야기인지라 영화는 미래로 그 배경을 바꾸고 캐릭터도 새 옷을 입혔다. 허나 배경은 바다에서, 하늘바다 즉, 공해(公海)로 바뀐 정도다. 캐릭터 또한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지겹게 보던 괴상망측히 비틀어 놓은 생물류 뿐이다. 매력적인 캐릭터라곤 귀여움 떠는 모프가 그나마 기억에 남는다. 이와같은 안이한 노력을 기울인 디즈니는 결국 범작을 맹그는데 그쳤다. 그나마 범작이라 불릴 수 있는 이유는 힘쓴 애니메이션 기술 때문이다. 영화 초반, 최근 인기 있는 익스트림 스포츠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보드 장면은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딥 캔버스라는 기법을 이용한 장면이라는데 이 기술은 앞으로의 애니메이션에 상당한 박진감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디즈니의 이러한 기술 진보는 애니메이션을 더욱 화려하고 동적이게 만들었지만 드라마는 제대로 돌보지 않는 우를 범했다. 어쩌면 모험 스토리를 가진 원작을 90분이라는 짧다만 짧은 시간 안에 담는 다는 시도 자체가 모험이었을 지도 모른다. 재미와 완성도를 갖췄던 데자키 오사무의 <보물섬>이 TV시리즈(일본, 1978년 10월 8일~1979년 4월1일, 전 26회 방영)였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역시 <보물성>은 애초 출항을 조금 더 신중히 생각했어야 옳았다.

이제 디즈니는 올해 안으로 <니모를 찾아서>를 내놓아 <몬스터 주식회사>에 이어 거대 수익을 거둘 것이다. 그러나 이 작품은 픽사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디즈니 작품이다. 결코 디즈니가 명예를 챙길 수는 없다는 얘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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