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남은 몸 에너지를 갖고, 의자에 비스듬히 턱 괴고서 본 <어바웃 슈미트>는 제목대로 '슈미트 씨에 대한' 이해는 하게된 영화였다.

사실 이런 영화는 관객 적은 변두리 재개봉관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싶은 작품이다. 그 극장 안에 머리를 검게 염색한 연륜 있는 어르신 또는 넥타인 풀어헤친 아저씨들이 있다면 더더욱 좋겠지. 그랬다면 시종 슈미트 씨의 행동에 최불암 웃음을 보이던 극장(시네마 오즈) 어둠 속 아저씨와 계속해서 눈물을 훔치던 어떤 아주머니의 솔직한 반응이 내게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나는 환경 탓인지, 아니면 아직은 벼베기가 끝난 논 같은 삶을 걱정하고 싶지 않아서인지 많이 공감하지는 못했다.

<어바웃 슈미트>의 첫 장면은 파이란 씨가 추운 겨울, 텅 빈 방안에서 웅크리고 있던 장면을 부감으로 찍은 것과 같은 느낌이다. 회사에 전부를 바쳐 달려온 인생, 결승 테이프를 끊긴 했지만 더 달리고 싶은 마라토너 심정인 슈미트 씨는 더 달릴 수가 없다. 은퇴. 그 이유는 이후 그로 하여금 그의 주변을 둘러보게 한다. 하지만 아내와 딸, 고향과 모교는 그를 반기지 않는다. 결국 혼자가 되어 죽음의 날을 생각하는 슈미트 씨. 그의 삶은 그렇게 초라하게 마감되고 마는 것인가. 영화는 그러나 마지막에 슈미트 씨의 인생에 의미있는 마침표, 혹은 쉼표를 찍어준다. 세상의 저편에서 누군가가 그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 이 작은 사실 하나는 시들어버린 한 사람의 삶에 에너지가 된다.

나는 지금 외롭다. 누군가 곁에 있어도, 사람들을 만나도 나는 외롭다. 사치스럽지만 세상 저편, 혹은 이 땅 어디에선가 나에게 편지 한 통 보내주었으면 좋겠다. 편지지에는 엉성한그림과 함께 "힘내세요"라는 말이 적혀있다면, 나는 좋겠다. [★★★]

내 의견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