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나 영원하다-

-다른 버전으로 많은 분들이 보신 작품이므로 <스포일러>를 달았습니다.-

비디오테이프 안에서 흘러나오는 기묘하고도 충격적인 영상은 실로 자연스러운 공포를 자아낸다. 서로 뒤엉킨 듯한 내용의 영문 모를 비디오가 끝나면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벨에서 흘러나오는 음산한 목소리의 내용은 "7일 후에 당신은 죽어!" 전화가 끊어지고 난 후 비디오를 본 사람의 표정은 일그러진다. 2003년 1월 10일 개봉예정인 <링 미국 판>은 일본과 한국에 이어 세 번째로 미국에서도 제작된 영화로써 그 인기는 식어들지 않는다.

정체 모를 비디오를 본 4명의 젊은이들은 모두 같은 날 밤 10시에 끔찍한 얼굴로 변해 버린 채 죽어버린다. 그들의 공통점은 오로지 하나 비디오를 봤다는 것 뿐, 사건을 파헤치던 기자 레이첼은 그 비디오를 보고 똑같이 7일 후에 죽는다는 전화 메시지를 받는다. 자신과 그리고 아들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비디오의 진실을 밝히면서 생기는 일들을 영화 속에서 시종일관 충격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필자는 이 영화를 한국판으로 1999년도에 처음 접했다. 1998년도에 소설로 지하철에서 많은 사람들이 읽고 있는 것을 보면 조금 의아스러웠다. <링>이라는 제목자체에서 풍기는 단어의 이미지는 그다지 공포스런 느낌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저 그런 심리스릴러 정도로 취급될 뿐이었으나 처음 영화를 접하고 난 후 그 충격은 빨리 시들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마지막 장면은 공포영화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을 장면 중에 명장면이라고 생각이 든다.

우리 나라에서 <링>은 원작이 일본임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한국판으로 먼저 소개가 됐다. 물론 발빠른 일부 매니아 층들에서는 일본해적판으로 처음 접한 사람들로 있기는 하다. 한국판에서는 일본판과 다르게 여주인공의 아이가 아들이 아닌 딸로 바꾸었고, 미스테리를 추적하는 파트너도 전남편에서 외과의로, 여주인공의 직업도 방송국 기자에서 신문 기자로 바꾸었다. 미국판은 일본판의 코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전작의 영화들을 본 사람들이라면 그다지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도리어 전작들에서 이해하지 못한 부분들을 명확하게 설명해 준다고 보면 된다.

영화<링>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가지 공포영화의 코드를 공통적으로 찾아 볼 수 가 있다. 첫 번째는 비디오를 보고 난 후 전화벨소리가 울린다는 것이다. 이는 <스크림>에서도 나오는 기법으로 공포의 시작을 알리는 청신호이기도 하다. 80년대 미국 B급 공포영화에서 보여주는 전화벨소리는 유독 크고도 기분 나쁠 정도의 심리적 예시를 나타내고 있다. 두 번째는 희생자들이 몇 명 생기고 난 후 남녀 한 쌍이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나간다는 것이다. 여기서 항상 마지막 생존자는 여자라는 점에서도 흥미로운 발견을 나타낸다. 세 번째는 원한이 항상 공포의 원인이라는 점이다. 이런 점에서는 한국에 <전설의 고향>과도 비슷한 점으로 국경을 초월한다는 생각이 든다.

<링>은 대다수의 많은 사람들이 본 작품이므로 결말구조에 대한 이야기를 잠시 피력하고자 한다. 여기자 레이첼은 7일이 지나도 끝내 죽지를 않는다. 반면 같이 비디오를 본 동료 노아는 죽음을 맞이한다. 여기서 레이첼은 노아가 한 것과 자기가 하지 않은 것에 대한 행동에 차이를 통해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다. 바로 비디오 복사인데 그렇다면 왜 비디오를 복사한 사람은 7일이 지나도 죽지를 않는다는 것일까? 이는 죽은 소녀 사마라의 대사를 통해 좀더 명확해 진다. 바로 정신과 치료 시 나눈 대화 중에서 "나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라는 대사의 모티브를 통해 소녀의 염력이 담겨진 유일한 테이프를 복사하여 자신의 또 다른 생명력인 비디오를 탄생시키면 이는 자신의 생명체를 다시 소생시켰다는 영원히 죽지 않는 영원불멸의 의미로써 자기를 구원해준 차원으로 해석되어 죽음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비디오 속에 있는 링 바이러스를 유포시키는 견인차 역할이면서 동시에 종교적 차원에서는 전도사와 같은 전파의 의미로도 해석될 수 있다. 바로 소녀 사마라가 생도와 같은 역할을 만들려는 의도일 수 도 있다. 제목<링>은 우물의 동그란 테두리인 <링>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비디오 전파의 끝없는 뫼비우스 띠와 같은 끝을 수 없는 영원한 죽음의 순환선인 <링>을 의미하기도 한다. 숲에 홀로 있는 우물, 비디오 속에서 거울을 보고 머리를 빗고 있으면서 잠시 우리를 주시하는 여자의 모습, 비디오를 본 후 찍은 사진 속에서 나타나는 일그러진 얼굴들, 아무리 미국에서 리메이크를 했어도 극히 여러모로 동양적인 느낌이 많이 풍기는 영화다.

일본공포영화에서 느끼는 개운치 않는 뒷맛과는 달리 다소 깨끗한 결말을 보여주는 이 영화에서 문득 <링>은 어느 나라에서 만들어도 항상 무서운 공포감은 계속 유지된다라는 생각이 든다. 시사회장에서 영화를 보기 전 뒤에 있는 기자한 분이 말씀하신 생각이 난다. "<링>가지고 정말 여러 나라에서 욹어 먹는구나!" 필자는 만약 프랑스나 유럽에서 이 영화를 리메이크 하면 어떤 느낌이 들까라는 생각이 잠시 스쳐지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