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주아의 은밀한 매력이라니! 이 영화는 부르주아의 매력과 하등 관계가 없다. 이 영화의 제목은 반어다. 관객들은 부르주아의 매력이 아니라 그들의 우유부단함과 어리석음과 무능함을 목격한다. 한 부르주아 남성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영화는 그 남자가 계획하는 한 모임이 연기되고, 갑작스럽게 중단되고, 또 연기되고 하는 과정을 반복해서 보여준다. 남자의 노력은 모임이 지연될수록 그 집요함과 절박함을 더해 가지만 결국 모임은 성사되지 않는다. 일견 사소해 보이는 내러티브는 아주 효과적으로 부르주아들을 풍자한다. 그들의 자기만족적인 우아함은 공허한 것으로 밝혀진다. 사적인 모임 하나 성사시키지 못하는 부르주아지들이라니! 그런데도 그들은 반성은 고사하고 자기회의조차 할 능력이 없다. 게다가 그들의 단정한 복장과 자신감 있는 태도라는 매끈한 표면 아래에는 그들의 모임이 영원히 성사되지 않는 것처럼, 영원히 해소되지 않을 리비도가 고여 있다. 브뉘엘은 그들의 리비도가 발작을 일으키는 그로테스크하면서도 희극적인 순간을 잘도 잡아낸다. (브뉘엘은 참 고약한 영감탱이다!) 하여간 브뉘엘은 부르주아들의 악덕을 폭로하고 부도덕을 단죄하지 않고도 그들의 자기만족적인 자기상에 흠집을 내는 방법을 일러준다. 그러나 브뉘엘의 부르주아지 풍자가 한국의 관객들에게도 유쾌함을 선사할 지는 잘 모르겠다. 한국의 부르주아지는 그렇게 우아하지도 않기 때문이다. 아예 내놓고 돈지랄을 하는 그네들을 풍자하는 데는 텔레비젼의 시사고발 프로로 족하다. 그렇게 다른 문화권에서 휘발해 버리는 사회·문화적 의미를 차치하더라도 브뉘엘의 영화가 즐길 만한 것은, (당연한 얘기지만) 그의 영화가 순수-영화적으로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히치콕이 어느 자리에선가 그런 말을 했다지, 아마.. 기술에 관한 한 언제나 최고임을 자부했고, 남들도 그렇게 생각했던 그 자존심 강한 영감탱이가 브뉘엘을 지목하며, 멍청한 좌중에게 중요한 사실을 상기시키려는 듯, "당신네들은 지금 세계에서 영화를 가장 잘 만드는 사람을 보고 있는거요."라고. 특히 꿈과 현실을 뒤섞는 데 관심이 있는 영화학도라면 꼭 일람(一覽)을 권한다. <매력>은 특수효과 없이 내러티브의 재치있는 구성만으로도 관객들을 완전히 미궁에 빠뜨리는, 꿈과 현실의 현란한 상호침투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