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같이 있지 않아도
당신과 말을 하지 않아도
당신을 볼 수 만 있으면 그것으로 만족합니다
저는 당신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는 영원한 스토커입니다
당신은 나를 보지 못해도
나는 당신을 볼 수 있는
나는 항상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12월 6일 개봉예정인 로빈 윌리암스 주연의 영화 <스토커>는 악랄한 범죄적인 요소를 부각시키기보다는 도리어 그의 처지를 이해하고 그를 동정하게 되는 조금은 심리적인 요소를 가미시킨 신작이다. 미국에서는 올해 여름 8월 21일 개봉하여 로빈윌리암스의 연기력과 마크 로마넥의 연출력에 찬사를 보냈던 작품이다. 선댄스 영화제와 부천 판타스틱 영화제에서도 초청되어 화제를 모았다.

싸이는 쇼핑몰 내의 사진 현상소에서 일하는 중년의 남자다. 홀로 외롭게 살고 있는 그의 유일한 즐거움은 사진 속 행복을 훔쳐보는 것이다. 그 중에서도 10여 년간 지켜본 니나 욜킨의 가족에 대한 관심은 이제 수준을 넘어섰다. 싸이는 사진 속에서 더없이 행복한 표정의 그들을 보며 자신이 단 한번도 누려보지 못한 행복을 공유하고 싶어한다. 그때부터 싸이와 욜킨가족에게는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한다.

싸이 역을 맡은 로빈 윌리암스는 그 동안 <죽은 시인의 사회>나 <굿모닝 베트남> <굿 윌 헌팅> <미세스 다웃파이어> 등에서 대체로 따뜻한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한 연기를 선보였다. 하지만 올해 여름 개봉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썸니아>나 이번 작품인 <스토커>를 보면 악역에 더 재미를 붙여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차기작인 배우 대니 드 비토의 연출작 <데쓰 투 스무치>에서도 로빈 윌리암스는 악역을 연기하고 오히려 에드워드 노튼이 강직한 심성을 가진 젊은이로 나온다고 한다.

뮤직 비디오 작업을 주로 하던 로마넥 감독은 독특한 비주얼 작업과 특이한 카메라 워크로 유명했다. 극영화 데뷔작인 이 작품으로 데이빗 핀처와 코엔 형제의 뒤를 잇는 비주얼 아티스트 감독으로 인정받았다. 영화 <택시 드라이버>와 같은 외로운 솔로의 내면적 존재의 부각을 이번 작품에서도 어김없이 감각적이면서도 세심한 연출력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간다.

스토커라는 단어의 어원은 '몰래 접근하다', '미행하다' 라는 뜻의 영어 'stalk' 에서 유래된 말이다. 스토커는 본인이 일방적으로 관심 있는 상대를 병적으로 쫓아다니는 사람으로, 그런 행위를 스토킹이라 한다. 외국에서는 비틀스 멤버였던 존 레논, 미국 여배우 레베카 셰퍼, 이탈리아의 패션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 등이 스토커에 의해 살해되는 등 스토커에 의한 피해사례가 급증하면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영화 <미저리>의 경우에서처럼 여성이 남성을 스토킹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남성이 여성을 스토킹한다. 심리학자들은 그 이유를 남성의 공격적 기질과 소유에 대한 강한 집착에서 찾는다. 스토킹을 주제로 다룬 영화에는 로버트 드 니로 주연의 <더 팬>과 최근 개봉작 <위험한 유혹> 등이 있다.

<스토커>는 가족을 이루지 못하고 사는 한 중년의 남자가 가족이라는 어떤 집단의 형성부터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귀속되어 가면서 그 일원으로 심리적인 동화에 입각하여 스토커에 귀인됐다는 논리적인 타당성과 함께 그의 인간적인 내면적 가치를 부각시킴으로써 기존의 스토커를 소재로 한 영화에 대한 반증 적인 성향을 띄고 있다. 물론 '스토커'라는 자체를 타당화 시킨다는 것이 아니라 어떤 특정인물을 대상으로 그의 외로운 존재적 가치를 느끼게 했다는 것이 이 영화의 작품성을 입증한다고 본다.

최근 스토커는 사회적 이슈로 작용하고 있다. 많은 인기배우나 가수들이 스토커에 의해 고통을 당한 경험들이 있다. 그들을 무조건적으로 내몰기보다는 스타는 어깨에 힘을 조금은 빼고 그들을 팬으로써 인정하며, 그들은 스타를 자기만의 소유인 양 집착하지 말고 공인으로 인정한다면 조금은 극단적인 성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지양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원제가 'One Hour Photo'라는 점에서 감안할때 사진현상소를 지날 때마다 이 영화가 문득 떠오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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