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히 엿먹은, '노웨어'와 함께 '그렉 아라키'의 묵시론적 틴무비 3부작 중 하나인 <둠 제너레이션>은 '비버리힐스 아이들' 류의 주류 틴에이저 영화에 대한 일종의 안티테제로 응수하는 작품이다. 90년대 LA를 배경으로 살아가는 10대 아이들의 일탈적인 하위문화와 키취적 감성을 마약과 섹스, 폭력이 뒤섞인 언어로 쏟아놓은 것이다. 여기서 에이즈에 대한 공포나 종교화된 미디어, 지배적인 성윤리에 대한 코드들은 모두 조소와 풍자의 대상이 된다. 결코 기성세대 혹은 주류문화와 타협할 수 없는 것 같은 10대의 일탈된 욕망과 공상들을 콜라쥬된 이미지들처럼 재배열하고 낯설게 만들어버린다. 헤테로섹슈얼 섹스를 묘사하고 있는 <둠 제너레이션>은 '그렉 아라키'의 이전 영화들에 속에 팽배해있는 호모 에로티즘이 서브텍스트로 작용하고 있으며, 미국 사회의 억압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있는 호모 섹슈얼리티는 파괴되고 헤테로섹슈얼리티만이 용인된다는 것을 암묵적으로 얘기함으로써 자신의 성정치학을 규정지으려는 어떤 비평적 시도를 미리 예견하고 조롱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또한 <둠 제너레이션>은 '그렉 아라키'의 영화가 빛의 세계로 들어가는 진입로이다. 핏빛의 붉은 색, 네온빛 그린 색, 불붙을 것 같은 오렌지색 등은 이 작품을 괴이하고 초현실적인 세계로 인도하며, 하루에도 열 번도 더 죽고 살기를 반복하는 틴에이저들처럼 더 빠른 속도와 혼란스러움으로 일탈을 꿈꾸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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