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드라이버>의 주인공 트래비스가 그랬듯 택시운전사는 외로운 직업이다. 항상 처음 보는 손님들을 상대해야 하는 것도 그렇지만, 자신보다 손님이 더 잘 알고 있는 거리나도시를 방황해야 하기 떄문이다. <슈람>의 주인공 '로더 슈람'도 외로운 택시운전을 직업으로 삼고 있다. 게다가 그는 옆방에서 들려오는 창녀의 끊임없는 신음소리를 들으며 인형에세 자위를 해대는 사회부적응자다. 어느날 집을 하얀색으로 칠하고 있는 '슈람'에게 낯선 손님이 찾아온다. 그들은 여호와의 증인들, '슈람'은 일을 멈추고 차를 대접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슈람'은 곧 그들을 망치와 칼로 죽여버린다. 그리고는 벽에 묻은 그들의 피를 없애기 위해 다시 하얀색 페인트를 칠하기 시작한다.
감독 '요르그 뷰트게라이트'는 바로 <네크로맨틱(1987)>이라는 엽기적인 작품으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킨 독일감독이다. 미국에서조차 구하기 힘들었던 이 작품은 대부분의 공포영화가 그러하듯 내용은 물론 완성도면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족시킨 작품은 아니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이 추구하는 죽음과 섹스의 상관관계나 영상의 실험적인 측면에서는 높이 평가할 만했다.
<네크로맨틱>이 완성된지 6년의 시간이 흐른 후 발표한 <슈람>은 전작이 추구했던 죽음의 미학을 한 단계 높여 놓았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주류영화들처럼 살인자와 경찰간의 대립을 보여주기보다는, 대머리에 배가 불룩 튀어나온 볼품없는 살인자의 일상을 여과없이 보여줌으로써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듯 관객이 스스로 보고 판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런 형식상의 특징은 <헨리:연쇄살인마의 초상>이나 <매니악>처럼 비슷한 형식을 취하고 있는 걸작 호러들과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하지만 이 작품은 보는 이의 취향에 따라 최악의 영화가 될 수도 있다. 자신의 성기를 책상위에 올려놓고 그위에다가 못질을 한다던가 치과에서 눈알을 빼는 등 혐오스러운 장면이 즐비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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