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즈

-행운의 여신(?) 불행의 여신(!)-

영화배우, 시나리오작가, 영화감독 이들의 공통점은 아마도 영화창작능력에서 비롯되는 한계의 스트레스일 것이다. 기발한 발상과 독특한 아이디어, 번득이고 재치 있는 대사는 아마도 바로바로 머리 속에서 나오기는 힘들 것이다. 어쩌면 이는 꼭 영화관련자들 뿐만 아니라 예술전반에 걸친 종사자들과 일반회사원들에게도 사회생활에 있어 부딪히는 공감이 가는 부분일 것이다. 11월에 개봉하여 최근 비디오로 출시된 샤론스톤 주연의 <뮤즈>는 바로 그러한 맥락에서 출발된다.

아카데미상 후보에까지 올랐던 작가 스티븐은 자신의 글 속에서 날카로움을 찾아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전속회사에서 퇴출 당한다. 하지만, 친구 잭으로부터 신화에 나오는 뮤즈가 실존해 있다는 말을 듣고 뮤즈로부터 가지각색의 이상한 주문을 받기 시작한다. 하지만 고진감래로 일궈낸 자신의 뮤즈로만 생각하던 스티븐은 자기의 아내가 뮤즈의 도움을 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일어나는 해프닝을 시종일관 코믹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뮤즈>는 배우들의 대사를 통해 극히 미국식 코미디가 다분한 영화다. 아니 너무 넘쳐 나서 주체하기가 힘든 영화다. 영화초반 시상식에서 스티븐의 소감 중 "난 이방의 왕이다! "라는 표현이나 딸의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인도주의자에 대한 설명이 "오스카를 한번도 못 탄 사람을 말한다"는 등의 표현은 극히 헐리웃 코미디의 말장난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아카데미나 헐리웃 전반에 걸친 냉소적인 비판의 코미디를 담고 있는 것도 부정할 수 는 없으나 약간의 반감적인 면도 수반하고 있다.

스티븐이 들어간 소속사의 사장 방에 촬영 후 남긴 협찬소품으로 채워진 것이나 메이저 영화사에 통행증이 없어 하루종일 걷는 실직자 주인공의 모습 등 <뮤즈>라는 신화의 제목에서 느껴지는 동화의 분위기와는 달리 창작의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표현되어 지고 있다. 여기서 뮤즈는 점쟁이 같은 역할을 하지만, 창작과정을 뮤즈를 통해서 고되고 힘든 느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다. "이방의 임자는 항상 바뀐다"는 영화사 사장의 말처럼 냉혹한 헐리웃의 약육강식도 살짝 보여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쿠키를 만드는 아내의 대사 중에 한국에서 드라마로 만들어진 <국희>가 표현되어진다거나 동의어를 통한 유머 발산 등은 그래도 웃음을 자아낼 수는 있겠으나 주인공의 극중 대사에서 "살아있는 깜찍한 처키"라는 표현까지 우리들이 웃음을 낼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극중 엘튼존의 음악이 흐르면서 경쾌하고, 희망적일 수 있다. 뮤즈의 마음을 끌기 위해 티파니 보석이 항상 필수조건으로 등장하는 것도 극히 미국적인 냄새가 나는 설정이다. 까메오로 로브라이너, 제임스 카메론, 마틴 스콜세지 등의 유명감독이 출연하는 것은 극의 재미를 조금은 업 하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헐리웃 스타일의 코믹대사나 말장난 등을 떠나 영화에서 비쳐지는 창작의 어려움과 헐리웃을 조롱하는 블랙코미디에 초점을 맞춰 영화를 본다면 나름대로 재미를 줄 수 있는 영화다. 또한 뮤즈의 정체를 마지막 반전을 통해 알게 되는 재미 또한 만만치 않다고 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