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치는 대통령.

-정말 이런 대통령 없나요?!-

2002년 11월 25일 새벽 12시, 노무현 민주당후보의 단일화후보승리에 전국이 떠들썩하던 하루, 오후2시 서울 충무로에 위치한 대한극장에서는 대통령을 소재로 한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 기자시사회가 열렸다. 감독과 스텝을 포함한 주연배우인 안성기, 최지우씨를 비롯, 이범수, 박중훈, 이정재, 박수홍 등의 친분이 있는 인기연예인등이 대거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다. 국민 배우 안성기씨가 오랜만에 주연을 맡은 영화답게 기자시사회장에는 각종 매스컴에서 몰린 취재인파에 시종일관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대선 열기와 42년만에 2강구도의 치열한 대선 운동 열기와 맞물려서 인지는 몰라도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은 그 기대치가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

교육자로서의 소신이 강한 나머지 여러 학교를 전근 다닌 국어교사 최은수는 부임첫날 대통령의 딸 영희와 트러블이 생긴다. 영희와의 가정상담으로 인해 대통령과 친해지면서 점점 로맨스에 빠지게된다는 내용이 이 영화의 기둥줄거리이다. 대통령 한민욱 역을 맡은 배우 안성기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배우다. 1957년 다섯 살 때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로 아역배우로써 데뷔를 한다. 1978년 한국외국어대학교 월남어과를 졸업했으나 다시 영화를 할 결심을 하고 김기 감독의 '병사와 아가씨들'로 배우 생활을 시작한다.

1980년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로 그는 한 시대를 풍미하는 배우의 길로 들어선다. 80년대 만다라, 어둠의 자식들, 안개마을, 깊고 푸른 밤, 고래사냥, 어우동, 겨울나그네, 90년대 남부군, 그대 안의 블루, 투캅스, 영원한 제국, 구멍, 그리고 21세기에 들어와 그는 킬리만자로를 시작으로 흑수선, 취하선 등 30년 가까이 우리 곁에서 그의 존재 감을 느끼게 한다. 한때 배창호-최인호-안성기 트리오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흥행배우로써의 대열에 섰었다. 이번 작품에서는 커피 CF광고처럼 편안하면서도 부드러운 대통령의 이미지를 우리에게 선사한다.

국어 교사 최은수 역을 맡은 최지우는 1994년 MBC 탤런트 24기로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뛰어난 외모에 비해 미숙한 발성과 연기로 평론가들 사이에서는 평가 절하되는 부분이 없지 않았으나 이번 '피아노 치는 대통령'에서는 나름대로 자기만의 연기 관을 구축해 나가는 편이다. 이번에 같이 호흡을 맞춘 안성기와는 인연이 나름대로 있는 편이다. 1996년 '박봉곤 가출사건'과 1999년 '인정사정 볼 것 없다', 그리고 2002년 올해 '피아노 치는 대통령' 이렇게 세 작품에서 같이 연기를 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감독 전만배는 시나리오 전문작가다. 인터뷰에서 이 영화가 만들기까지 7-8년의 세월이 걸렸다는 이야기는 우리 나라의 정치현실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각색은 작년에 개봉한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 감독이 맡았으며 음악은 80년대 '경아'와 '도시의 삐에로'를 불렀던 박혜성씨가 음악을 맡았다. 현재는 드라마 '야인시대' OST도 담당했다.

지하도에 노숙자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대통령, 지하철과 버스에서 시민들에게 격려를 하는 대통령, 피아노를 치는 대통령, 딸의 생일에 박진영 춤을 추는 대통령, 한 여자를 사랑하는 대통령, 그리고, 자기의 잘못을 인정하는 솔직한 대통령!!! 영화 '피아노 치는 대통령'은 그러한 우리의 바램을 바라는 희망에서 나온 영화다. 현실적으로 아직까지는 그런 대통령을 우리는 볼 수가 없었다. 선거운동 시에만 서민들과 만나고 대통령에 취임된 후에는 공략을 등한시하며 남몰라하는 그런 모습이 우리의 인식 속에는 굳게 자리잡고 있다.

이제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27일 수요일에는 중앙시네마에서 대선 후보자들이 이 영화를 관람하는 특별시사회가 열린다고 한다. 대선 후보자들이 이 영화를 보고 조금은 대통령의 인식과 책임감, 의무를 느꼈으면 한다. 버스 안에 앉아서 대통령과 같이 이야길르 편히 나눌 수 있는 시대가 정말 다가왔으면 한다. 그런 사회 속에서 우리가 살아 숨쉰다면 분명 살맛 나는 세상이 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