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시인의 사랑'을 추적하는 영화 <포제션>은 그 작성한 지도가 눈에 선히 보이면서 흥미로움을 잃는다. 뭔가 거대한 감추어진 진실이 드러나 놀라고 싶지만 영화는 비틀기에 능하지 못해 관객을 심드렁하게 만든다. 또 영화의 주체인 빅토리아 시대의 시인 애쉬와 진보적 페미니스트이자 레즈비언이었다는 여류시인 라모트가 허구의 인물이라는 데선 더욱더 드라마에 공감하고 싶어지지 않는다.

책(또는 문서)을 통한 환상 여행을 떠나는 비견한 소재의 영화 <웨이트 오브 워터> <나인스 게이트>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장미의 이름> <영원한 제국> 등이 예측할 수 없는 클라이맥스에 올라 흥미로움을 주는 데에 비해 <포제션>은 관객의 추리대로 쉽게 정답을 내 놓는 심심함에 다소 따분함이 느껴진다. 또 현실과 과거를 겹쳐 놓고 설명하는 부분도 매끄럽지 못하고 효과적이지도 못하다. <포제션>과 흡사한 <웨이트 오브 워터>는 그 연출 방식에 있어 <포제션>의 반대 지점에 있었다. 이 영화는 과거와 현대를 오가며 겹쳐지는 이야기가 서로 긴장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나 <포제션>은 절묘하지 못하다.

<포제션>이 그나마 그럭저럭 볼만한 데에는 기네스 팰트로와 닐 라부트 감독 영화에 자주 얼굴을 내민 애론 에크하트(<너스 베티> <나스타샤 킨스키의 스와핑> <남성전용회사>) 덕분이다. 문학적 풍모를 지닌 기네스와 주목할만한 얼굴을 가진 닐은 서로 어울리지 않지만 각기 잘 놀고 있다. [★★]

※덧붙이기
1. 우리 영화계도 '기형도'라는 매력적인 시인을 찾아 떠나보는 여행을 한 번 시도해보면 어떨까 싶다. 삼류영화관에서 쓸쓸히 영혼을 위로하곤 하던, 또 그곳에서 최후를 맞이한 그 시인의 흔적 참으로 영화적인데 말이다.

2. 영화 <포제션>은 영국의 BOOKER 상에서 소설부문 대상을 수상한 A.S. 바이어트의 동명 소설 [Possession](1990년)을 원작으로 하고 있다. 국내에는 <소유>라는 제목으로 두산동아에서 출판된 적 있는데 현재는 절판상태이다.

내 의견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