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도 잃고 애인한테까지 버림받은 주인공은 은행을 털기로 결심하고 마스크를 사러 편의점에 간다. 하지만 돈이 한푼도 없는 그는 마스크를 훔치고 은행을 털기는커녕, 편의점 종업원에게 쫒기는 신세가 되고 만다. 그를 쫒던 편의점 종업원은 실수로 행인을 죽이게 되고, 그것을 본 멍청한 야쿠자는 편의점 종업원을 뒤쫒기 시작한다.
달리기가 전부인 다소 황당한 영화 <탄환 러너>는 인생의 목표를 잃은 세 젊은이가 쫒고 쫓기면서 동경의 수많은 골목과 대로를 달리다가, 어느덧 육체에서 땀이 흐르는 그 달리기 자체가 그들의 목표가 되고 엑스터시가 된다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야쿠자가 뛰어들고 창고에서의 총격전이 벌어지지만 그들의 좌절과 대응방법을 통해 현대 일본 젊은이들의 가치관을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다.
<탄환 러너>의 감독인 '사부'는 일본의 저예산 인디펜던트 영화계에서 단 4편의 영화로 '사부 월드'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자신만의 독특한 세계관과 감수성으로 주목받아온 감독이자 배우이며(87년 '영원의 1/2'부터 연기생화을 시작한 그는 '아키라'의 '오토모 가츠히로'가 연출한 '월드아파트먼트 호러'로 요코하마영화제 신인연기상을 수상했으며,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뱀장어',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이치 더 킬러'등의 작품들에 출현했다. 자신의 연출작 '탄환 러너'와 '포스트맨 블루스'에는 야쿠자 역으로 등장하며엔딩 타이틀에 나오는 주제가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국내에도 두 번째 연출작인 <포스트 맨 블루스>가 소개되면서 대중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끊임없이 관객들의 타성과 상식을 공격하는 물격같은 아이디어로 저예산의 한계를 극복해내는 '사부' 감독의 데뷰작인 <탄환 러너>는 그의 영화적 재치가 집약되어 있는 작품이다. 어떤 점에서 아주 무거운 주제를 아주 쉬운 방식으로 접근해가는 '사부' 감독의 영화만들기는 '타란티노'적인 미국영화와 90년대 후반의 새로운 일본영화가 경제적으로 결합한 좋은 예가 될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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