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키.

-꿈은(★) 꼭 이루어진다.-

석양을 등지고 한 남자가 야구글러브를 낀 채 서 있다. 아무도 없는 잔디밭에 저무는 태양의 모습보다 그의 움켜쥔 오른쪽 주먹의 의지가 더 강렬하게 느껴진다. 영화 '루키'의 메인 포스터 장면이다.

9월 27일 개봉한 영화 루키는 실제 메이저리그 최고령투수였던 짐모리스의 일대기를 그린 작품이다. 어릴 때부터 군인인 아버지 때문에 무수하게 이사를 다녔고 그 이유로 유년기에는 한번도 안정된 야구생활을 하지 못했다. 1983년 밀워키 브루어스 Class A팀에서 좌완투수로 활약했지만 1986년 치명적인 어깨부상으로 1989년에 은퇴한다. 그 후, 1993년 텍사스 빅레이크 고등학교에서 평범한 과학교사로 재직하면서 고교야구팀 감독직도 겸임한다.

혼자서 투구하던 모습을 본 제자들이 챔피언 전에서 우승을 하면 메이저리그에 다시 도전하자는 제안에 그는 조금은 불안한 승락을 하게 된다. 메이저리그 트라이아웃에서 157km의 광속구를 뿌리며 마이너리그에서 재기의 야구인생을 시작한다. 1999년 그의 나이 마흔살, 엘링턴 볼파크 경기장에서 텍사스레인저와 데블레이스의 경기에서 5:1의 주자만루상황, 그는 157km의 연속 스트라이크 아웃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다.

영화루키는 얼핏 봐서는 다른 기타의 야구 영화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다고 생각할 수 있다. 어려운 환경 속에서 결국은 승리를 거둔다는 휴머니즘에 바탕을 둔 여타의 영화들과 마찬가지로 기본 노선을 걷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유독 관심을 끌 수 있는 요소는 베이브루스와 같이 계속 야구를 해오던 선수가 아니라 중도에 환경적 요인으로 포기를 했던 선수가 마흔 살에 늦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꿈을 이룬다는 논픽션을 픽션화시켰다는 점에서 특이한 것이다.

이는 일반 사람들에게도 투영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기만의 어렸을 적 꿈을 가지고 살아간다. 하지만, 많은 경제적인 것과 사회적 요인으로 인해 중도에 포기를 한다. 그리고 그 꿈은 단지 꿈에 머무르게 되며 아련한 추억으로 접게된다. 그렇지만 영화'루키'에서 기억저편으로 떠나가 버린 그러한 꿈을 실현시켜 준다.

각본을 맡은 마이크리치는 영화 '파인딩 포레스터'의 작가다. 30대 후반에 와서야 '파인딩 포레스터'를 완성했으며 이번 첫 시나리오작업은 그에게 있어서 새로운 도전이라는 점에서 영화'루키'의 주인공 짐모리스와 비슷한 인생유전을 밟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짐모리스역을 맡은 데니스 퀘이트는 영화 '프리퀀시'나 '애니 기븐 선데이', '와이어트 어프', '드래곤하트'등에 출연했으며 최근에는 '오션스 일레븐'을 연출한 스티븐 소더버그감독의 2000년도 작품인 '트래픽'에도 출연한 바 있다. 하지만, 배우 데니스퀘이트의 캐릭터를 가장 잘 표현한 영화는 이번 '루키'다. 텍사스 출신이며, 왼손잡이, 기타 영화에서 운동선수로 출연한바 있는 경력을 포함하면 짐 모리스 역에 제격인 셈이다. 실제 영화에 있어서도 원래 야구선수가 아닌가 할 정도로 운동선수로서의 역할을 100%소화해 낸다.

짐 모리스 부인 역을 맡은 레이첼 그리피스는 호주출신으로 '뮤리엘의 웨딩'으로 호주영화비평가상과 협회상을 수상한 바 있다. 거기에 '힐러리와 제키'라는 작품으로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지명된 바 있다. 영화 '루키'에서는 짐모리스의 제2의 야구인생에 있어서 결정적인 선택의 요소로 작용하고 있으며 든든한 정신적 스폰서역할로서 의지력 강한 미국 텍사스 여성의 연기력을 보여준다.

감독 존 리 핸콕은 케빈코스트너와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출연한 '퍼펙트 월드'의 각본을 썼다. 영화 '퍼펙트 월드'에서도 텍사스를 배경으로 홀어머니 밑에서 비정상적인 교육을 받으며 성장한 8살 소년 필립 페리가 탈옥한 죄수와의 희망을 만들어 간다는 이야기가 주된 스토리였는데 이번 '루키'에서도 영화 초반 짐모리스의 어린시절을 배경으로 아버지와의 트러블을 넌지시 비쳐주고 있다. 영화 속에서 텍사스를 주 배경으로 등장시키는 것은 존 리 핸콕의 출생지이기 때문이다. 베일리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휴스턴에 있는 법률회사에서 4년간 변호사일을 한 탓에 영화도 논리적이고 사실적이다. 또한, 사회에 대한 저항적인 모습도 담고 있다.

'리멤버 타이탄'을 제작한 월트 디즈니와 '레인맨'을 제작한 마크 존슨, '퍼펙트월드'의 각본을 썼던 존 리 핸콕의 작품이라면 두말 할 것 없이 인간과 희망을 전달하는 메시지가 기본일 것이다. 영화'루키'를 관람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동을 받았겠지만, 한편으로는 짐모리스와 같은 경우는 극히 일부분 일뿐 현실적으로는 많은 제약이 있다고 말할 것이다. 그렇다. 미국과 한국의 공간적 차이도 있을 것이고, 개인적인 능력의 차이도 있을 것이며, 사회, 경제, 문화적인 차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루키'에서도 결코 쉽게 꿈을 이루어 내는 모습을 보여주지는 않는다. 영화에서도 시종일관 짐모리스가 자기의 꿈에 대한 불확실성과 견디기 힘든 인내, 능력을 초월한 훈련 등을 통해 결코 평탄하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다. 세 아 이의 아버지이자 한 여자의 남편으로서 그가 짊어진 무거운 짐들을 함께 야구공으로써 던지는 그의 마운드는 결코 가볍지 않다. 영화에서도 그러한 모습을 보여준 그가 실제 생활에 있어서는 얼마나 더 큰 아픔이 따라왔겠는가!

이는 가족과 꿈에 대한 사랑의 증거이자 포기하지 않는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역사는 소수의 유능한 인간들에 의해 이끌어 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바로 이러한 꿈을 현실화하려는 많은 사람들의 노력 속에서 이사회는 발전되어 가는 것이다. 꿈을 실현시키는데는 많은 희생과 아픔, 외로움이 수반한다. 하지만, 지난 월드컵에서도 우리국민들은 이러한 슬로건을 잊지 않고 있다. "꿈은(★) 꼭 이루어진다." 그렇다. 꿈을 버리지 않고 지키고 나가는 자에게는 언제나 기회가 주어지고 이루어진다. 아직 꿈을 버리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리고 꿈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에게 또, 꿈을 버렸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도 이 영화는 꿈을 소생시키기에 분명 가치가 있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