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운스

-일본원조교제의 현장을 찾아가다-

★ko Gals/고갸르: 넓게는 '현역 여자 중고교생', 좁게는 최신의 유행을 만들어 내는 '보통 여고생'과 시부야를 거점으로 하는 '야맘바(깊은 산에 사는 마귀)'를 의미. 원조교제, 썬텐한 까만 피부, 18cm나 되는 신발, 루즈, 삭스, 짧은 교복치마로 상징되는 고갸르는 일본 대중문화의 한 코드이자, 자유분방한 신 인류인 이들에게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하는 무기력한 일본사회가 붙인 조어이다.

한 남자가 일본중심 가에서 황급히 어딘가를 가고 있다. 목적지에 다다른 그는 계단을 올라간다. 도착한 곳은 여고생들의 속옷들이 즐비하게 늘어져 있는 섹스샵이다. 직장인으로 보여지는 그는 갓 벗고 나간 여고생의 속옷을 빨리 손안에 집어든다. 고향의 흙 냄새를 맡듯 그는 그 속옷의 향취를 느낀다. 12월 6일 개봉한 일본 영화 '바운스'는 일본사회 속에서 뿌리깊게 내려진 원조교제의 실태를 3명의 여고생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

어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시부야에서 하룻밤만에 돈을 벌려는 '리사', 직선은 절대 밟지 않으며 원조교제를 알선하는 고갸르계의 비즈니스 걸 '라쿠', 절대 잠자리를 갖지 않고도 수입이 제일 많은 베테랑 '존코' 이들 3명의 여고생들이 리사의 미국 행 비행기 티켓을 만들어주기 위해 벌어지는 원조교제를 중심으로 극은 전개되어 간다.

연출을 맡은 하라사 마사토는 2년 전 한국에서도 개봉한 영화 '쥬바쿠'의 감독이다. 영화평론가 출신답게 일본사회를 비판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접근한다. 거기에 '셀 위 댄스'와 '우나기', '실낙원'등을 통해 국내에서도 인기가 많은 일본의 국민 배우 아쿠쇼 코지가 출연한다. 그리고 '링'과 '링2'에서 연기한 사토 히토미가 존코 역을 맡았다.

대체로 영화스타일은 우리나라영화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나 '눈물', '스무살'등과 같은 10대들의 '섹스'와 '사랑', '우정', '방황', '꿈' 등을 영화적 소재로 삼아 적절하게 그리고 있다. 2001년도 부산국제 영화제에서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하라다 마사토는 단지 10대의 가치관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일본 중년남성들이 왜 10대의 팬티를 구입하고 그들과 교제를 하는지에 대해 느껴보고 싶었다고 했다. 영화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일본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짜 맞춘 것이며 의외로 베드신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특이할 만한 사항이다.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10대 소녀들에게 있어서 원조교제의 의미와 그들의 눈물겨운 우정, 40-50대들의 아픈 현실이 영화 속에서 조화를 이루려고 는 했으나 한가지 문제점이 있다. 97년도 작품인 이 영화가 왜 이제서야 개봉이 됐는지가 의문이다. 또한 영화광고홍보문구는 원조교제를 부추기는 듯한 상업적인 냄새가 강해 과연 이 영화의 주제의식을 잘 전달할지가 의문이다.

'일본의 원조교제'라는 문구만으로 한국영화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요소로 작용하기에는 이제 부족하다. 그만큼 인터넷 사이트로 일본원조교제를 쉽게 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나라에서도 채팅이나 전화 방 등을 통해 원조교제는 성행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기법 등을 통해 여자학생의 변을 먹는 중년남자의 모습은 충격요법으로 작용하기보다는 90년대 말 개봉한 '쇼킹아시아'와 같은 느낌이 들 정도다. 90분 가량의 런닝타임을 통해 대체로 기자들의 분위기는 반신반의하는 태도였다. 조금은 지루한 듯한 어쩌면 차라리 예술과 외설의 확실한 개념이 서지 않는 영화의 주제는 이미 다른 곳에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