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큼녀 김현수, 로마의 휴일에 오드리 햅번이 되다-

어젯밤에도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 / 벌써 몇 달째 불었네 휘파람 휘파람 / 복순이네 집앞을 지날 때 이 가슴 설레여 / 나도 모르게 안타까이 휘파람 불었네 / 휘휘휘 호호호 후휘 호호 호 / 휘휘휘 호호호 휘휘 호호 호 / 한번 보면은 어쩐지 다신 못볼 듯 / 보고 또 봐도 그 모습 또 보고 싶네 / 어젯꿈에 내게로 다가와 생긋이 웃을 때 / 이가슴에 불이 인다오 이 일을 어찌 하랴 / 휘휘휘 호호호 후휘 호호 호 / 휘휘휘 호호호 휘휘 호호 호
~간주중~

위의 노래는 90년대 초 북한의 인기 여가수 전혜영이 불러 선풍적인 인기를 끈 '휘파람'이다. 2000년 남북 정상회담의 성공적 분위기를 타고 지금까지 남한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북한노래로는 처음으로 국내에서 음반으로까지 나온 이 노래는 '통일소녀'라는 예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남한가수 길정화씨가 부른 것으로 북한 귀순자 출신인 안혁씨가 기획했다. 이 노래의 제목을 컨셉으로 한 듯한 영화 '휘파람 공주'가 12월 24일 개봉을 앞두고 11일 기자시사회를 가졌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딸 지은은 평양예술단의 수석무용수로 남한에서 성황리에 공연을 끝내지만 탈출을 시도하면서 록그룹 노펜스의 리더 준호를 만나게 된다. 이와 동시에 미국 CIA는 남북 화해의 무드를 저지시키고자 비밀테러요원들을 한국에 급파하여 지은을 제거하려는 음모를 꾸민다. 이에 첩보를 입수한 남한측 NIS요원 석진과 북조선 인민무력부요원 상철은 남북 공조 프로젝트팀을 결성, 정면으로 맞서게 되면서 얽히고 섞이게 되는 이야기를 다루었다.

영화상영동안에 영화의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어디선가 비슷한 느낌이 든다. 북한최고지도자의 딸 지은이 탈출을 하면서 가난한 록그룹과 만나 잠시 생활을 하다 떠난다는 설정이 1953년도 그레고리팩과 오드리 햅번이 주연을 맡고 윌리럼와일러 감독이 연출을 한 '로마의 휴일'과 비슷한 포맷을 갖추고 있다. '로마의 휴일'에 기본내용이 앤공주가 로마를 여행하다가 그녀의 일상적인 삶으로부터 잠시 빠져나가기로 결심한다. 그녀는 미국인 기자와 사진가를 만나고 그들은 그녀를 안내한다. 기자는 처음에는 공주보다는 특종에 관심이 있었지만 점점 그녀에게 빠진다는 내용을 가지고 있는데 우리 나라 영화 '휘파람공주'도 준호가 처음에는 음악에만 관심이 있다가 지은에게 점점 애정을 느끼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약간 신분상의 차이에서 나타나는 사랑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CIA비밀 테러요원들을 등장시켜 최근 미국의 어이없는 정치노선과 절대적인 권력의 폭력화에 어쩌면 반기를 드는 재치를 보여주면서 동시에 끊을 수 없는 남북한의 동질성에 대해 부각을 시켰다는 점에서 나름대로 그 가치는 높이 평가된다. 하지만, 영화에 출연하는 연기자들의 모습을 가만히 살펴보면 영화'2424'의 모습에서처럼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느낌을 전달한다. 휘파람 공주인 김현수나 록커로 분장한 지성, 국가정보원 팀장 박상민등의 오버하는 듯한 응집성이 떨어지는 연기나 CF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이정황감독의 연출력에도 다소 문제가 드러난다.

특히 비가 오는 가운데 미국CIA 비밀 요원들과의 격투신은 이명세 감독의 1999년도 작품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안성기와 박중훈의 격투신과 비슷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영화 '휘파람 공주'는 어쩌면 지금 가장 적절한 시기에 나온 영화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남북의 문제와 미국간의 심리적 대립양상보다는 김현수와 지성이라는 신세대 스타에 초점이 간 나머지 그 주제는 어디론가 떠나가 버린다면 관객의 입장에서는 다소 실망함을 안겨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