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영 감독의 전작 <휴머니스트>는 매우 불편했다. 예술창작적 고뇌로 여과하지 않은 자의식 과잉의 표현들은 화면을 지켜보기 힘들게 했다. 목소리에 힘있고 똑바른(똑발라 보였던) 달변가이던 그에게서 그러한 영화가 나왔다는 것에 첨엔 좀 놀랐었다.

이번 두 번째 작품 <철없는 아내와 파란만장한 남편 그리고 태권소녀>(헉헉 힘들다. 이하 <철파태>)은 그러나 시사회장 가기 며칠 전에야 겨우 감독의 이름을 알았다. 철없는, 아내, 태권소녀 등의 제목 단어와 우스꽝스런 밝은 분위기의 포스터가 불편한 영화를 만들었던 감독 이무영과는 전혀 매치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철파태>는 전작처럼 막가파식 표현은 많지 않다. 한 호흡 후 던지는 자기 얘기가 늘었다. 그렇지만 도발정신은 여전하다. 감독의 혀는 거침없다. 그는 현재 혹은 근 미래 한국사회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두며 동성애, 새로운 가족체제 등을 내놓는다. 헛소리가 결코 아니기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철파태>는 다소 자의식을 억제하지 못한 세련되지 않은 표현들(화자 개입, 성보조기구 부분 등)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이를 상쇄할만한 창작적 도전정신이 있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남이 가려하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은 예술가로서 꼭 필요한 자세이다. 당장 욕을 먹을걸 알면서도 금기와 쉬쉬하는 것에 도전하는 창작자의 모습은 반갑다. 이무영의 진심은 작품 곳곳에서 또 상업적으로 하등 도움이 되지 않는 긴 제목에서 만나볼 수 있다. 다음 작품도 기꺼이 기대하겠다. [★★★]

※덧붙이기

<철파태>를 터무니없는 얘기로 읽히지 않게 만든 데는 배우의 힘이 무엇보다도 컸다. 특히 파란만장한 남편 오두찬 역을 맡은 최광일의 자연스런 연기는 영화를 끌고가는 에너지가 강하다. 철없는 아내 역에 딱 어울리는 조은지의 열연, 매번 안정된 수준의 연기를 보여주는 공효진의 호연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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