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무비.

-남자, 그리고 남자와의 슬픈 섹스-

[동성애]: 같은 성을 사랑하는 성적 정체성, 즉 남성의 성 정체성을 가지고 남성을 사랑하거나 여성의 성 정체성을 가지고 여성을 사랑하는 것. 동성애를 사전적의미로는 이렇게 정의를 내리지만 글쎄 그 이면에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많은 요소들이 있을 것이다.

두 남자가 서로 엉켜 각자의 몸을 수색하듯 서로 어루만지며 감각적으로 느낀다. 영화 '로드무비'의 첫 장면에서 느껴지는 동성애의 섹스 신은 거부감보다는 슬프도록 처절한 한 장의 사진과도 같다.

거리에 쓰러져 있던 석원을 구해준 대식! 일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절망 속에 허덕이던 석원을 돌봐주는 대식, 대식은 이름 외엔 아무 것도 석원에게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묵묵히 자신을 돌봐주는 대식을 석원은 점점 의지하게 된다. 무작정 서울을 떠난 두 사람, 바닷가 변두리 마을에서 일주를 만난다. 바닷물에 빠진 일주를 대식이 구하고, 일주는 그런 대식에게 빠져든다. 한사코 뿌리치는 대식을 따라 일주는 대식과 석원을 따라 나선다. 그러던 어느 날 석원은 대식이 자신을 사랑하고 있음을 알게 된다. 남자를 사랑하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석원, 그런 석원에게 떠나달라고 다그치는 일주, 석원이 떠날까봐 불안한 대식, 이들의 불편한 사랑이 시작되면서 이야기는 진행해 나간다.

대식 역을 맡았던 배우 황정민은 1970년 1월 1일생으로 서울예전연극과를 졸업했다. 연극 '개똥이', '의형제', '장보고의 꿈', '뮤지컬 지하철 1호선', '모스키토'등 다수의 연극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연기인생을 쌓아갔다. 작년 이맘때쯤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에서 코믹한 짧은 머리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순진한 드러머 역을 통하여 조금이나마 우리의 눈에 익숙해 졌다. 2002년 올해 그는 2편의 상반된 역할을 통하여 우리의 머리 속에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YMCA야구단'에서 극중 호창 역을 맡았던 송강호의 꺼벙한 친구이면서 동그란 안경테를 쓴 포수 류광태 역할에서 이번 '로드무비'에서는 그와 180도 정반대인 거칠면서도 슬픈 과거가 있는 게이 대식역할을 충분히 연기해 변신에 성공한다. 나는 그의 내년도 연기변신에 주목하고 싶다. 분명 한국영화중심에 우뚝 설 것이라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 육체와 정신이 일체 하는 그의 연기는 노력파에서 나타나는 향기가 느껴진다.

잘나가던 펀드매니저에서 일순간 노숙자로 인생이 전환된 석원 역으로 분장한 정찬은 그 동안의 연기모습에 덤으로 내면의 연기모습도 추가로 선사하고 있다. 나는 이 정찬의 연기모습이 180도 바뀌어졌다고 보지 않는다. 어쩌면 그 동안 마음 고생했던 그의 연기인생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모습이 아닐까 하는 생각에 나름대로 숙연해 졌다. MBC드라마나 기타 공중파 방송에서 연기자로 활동하다가 올해 '오버 더 레인보우'와 '로드무비'등 2편의 영화를 통해 그의 연기인생을 확장해 나가려고 한다.

바다까지 커피를 배달하는 일주 역을 맡은 서린은 SBS공채 8기이며 신인배우라는 명함이 더 어울린다. 물론 '아이 러브 유'라는 영화로 작년에 데뷔를 했지만, 그다지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 게이를 사랑하는 여자역할과 동시에 술집잡부역할을 충분히 소화해 내기에 무리가 없다. 감독 김인식은 소설가이다. 프랑스 파리에서 영화학교를 수료하고 3권의 소설을 출간했다. 감독의 인터뷰에서 "그가 동성애든 이성애든 사랑은 누구에게나 힘들다"라는 말은 공감대를 형성한다.

영화'로드무비'는 제21회 벤쿠버 영화제 용호상 진출과 제46회 런던 영화제 진출에 이어 이번 2002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출품이 됐다. 10월에 개봉이 되어 그다지 많은 관객이 몰리지는 않았으나 많은 사회적 이슈를 가지고 왔다. 기자시사회장에서 필자는 내심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영화를 관람하던 중 동성애 섹스 신에서 거부감에 혹시나 나가는 사람은 없는지 아니면 영화의 전체적인 요소를 놓쳐버리지는 않은지 약간의 불안을 안고 있었으나 영화가 끝나고 박수로서 화답하는 모습에 나는 기쁨의 환희를 안고 말았다. 영화 '로드무비'는 배우와 감독들이 정말 열심히 만든 영화다. 연기하기 힘든 여러 동성애 섹스 신에서 배우들은 혼신의 힘을 다해 연기를 했다. 그들의 노력과 땀방울이 실제로 스크린 속에서 느껴진다.

이 영화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동성애에 대한 인식이 바뀌어졌으면 한다. 그 동성애를 사랑으로 인식했으면 한다. 정신과의사에 의하면 "동성애는 병이 아니라 성향이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이제 동성애에 대한 편견을 조금이나마 버리고 그들과 조금이나마 마음의 벽을 허물필요가 있다. 메인 포스터에서 일주가 홀로 떠나는 모습과 남아있는 대식과 석원의 모습에서 그들만의 행복이 느껴진다. 남성과 여성이 아닌 제3의 인종으로 취급되는 게이라는 사회적 인식 속에서 그들은 냉혹한 사회 안에서 이상한 아웃사이더로 분류된다. 이런 점에서는 장애인과 전과자를 다룬 영화 '오아시스'와 일맥상통하는 부분도 있다. 이 영화의 시도가 단순히 한국영화의 발전에만 국한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사람들의 인식전환과 더불어 우리들에게 희망과 사랑을 전달한다는 점에서 더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