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
강제규 제작의 <단적비연수> 릴레이시사회 중 "수" 시사회에 참여하다.
시사회 참석률 120%. 이 수치는 이 영화에 대한 대중의 기대가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
로 보여준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적비연수>는 기대가 클수록 재미는 반감된다
는 설을 입증해 보인다. 그럼에도 호기심 많은 관객들은 뚜껑이 열리면 기꺼이 볼 것이
다.
볼테면 봐라! 적어도 마지막 30분은 재미있으니까. 이 시간은 설경구와 김윤진의 에너
지를 드디어 볼 수 있는 시간이며 <와호장룡> 격투신의 절반 정도에 해당하는 긴장감을
맛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끝에 가서야만인가!
초반부터 휘어잡아 끈덕지게 물고 늘어질 순 없는 건가. 아역들의 연기는 지나치게 눈
에 거슬리며 바통을 이어받은 다섯 인기스타도 다분히 현대극적인 연기를 보여준다. 다섯
명의 배우 모두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했으며 멜로에 익숙한 김석훈과 최진실이 그나마
안정된 목소리를 들려준다.
시대 고증 또한 다분히 현대적이다. 고시대의 느낌이 드는 건 부분 부분이다. 화산족의
공기는 완전 세트의 냄새가 난다. <단적비연수>에서 <글래디에이터>가 보여준 초반 전투
신의 공기를 기대해보는 건 지나친 기대일까? <은행나무침대>에 이어 수고한 박윤정의
의상에서야 비로소 고시대에 있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 준다.
박제현은 어떤 이력을 가진 감독일까? 강제규는 왜 이 대작에 그를 택했을까? 활시위
는 당겨졌다. 과연 그 화살이 몇 점 대에 박혀줄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