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 로마가 갈리아의 이름없는 야만 족속에게 똥침 오지게 맞고 형편없이 구겨지는 것이 통쾌했던 영화 [아스테릭스]가 더욱 화려한 모습으로 거듭났다. 전편에서는 라틴족속과 갈리아 족속의 대립구도가 단순했다면 속편 [아스테릭스 - 미션 클레오파트라]에서는 라틴족속과 이집트족속의 대립구도에 구원자 갈리아 족속과 엑스트라로 간간이 등장하는 바이킹족속까지 등장한다. 가히 세계적인 코믹 파노라마라 부를 수 있겠다. 전편의 스크린 아래로 소리없이 울리던 오만한 제국에 대한 풍자의 목소리는 다양한 문화 이미지와 만나 스케일이 좀더 확장하고 있다.

전편과 후편을 흥미진진한 동화적 판타지로 이끄는 촉매는 대대로 전해내려오는 골족의 마법의 몰약 이다. 숲에서 나는 온갖 기화요초와 약재, 귀한 동물의 신체 일부를 뭉텅뭉텅 고아서 만든 그것은 평범한 인간을 초인으로 거듭나게 하는 생약성분의 보약이다. 혹자는 이 약에서 후세인을 핍박하는 골통 부쉬의 핑계거리가 되어준 생화학 무기를 연상하고는 정치적 풍자의 묘를 깨닫기도 하지만, 혹자는 또한 카사노바와 변강쇠를 관통하는 비아그라를 떠올리기도 한다. 비아그라? 오해하지 마시길.. 초대형 블록버스터라는 것은 성년과 미성년 관객 모두를 타겟으로 삼기에 복용자들은 오로지 에너지를 노동과 물리력에만 집중하고 있으니 말이다. 또한 아스테릭스나 오벨릭스가 모니카 벨루치와 연결되는 가능성을 완전 배제하고 있다. 육감적인 몸매를 거칠고 투박한 드레스로 꼭꼭 숨기고 출연했던 전편의 슈퍼모델 래티시아 카스타는 섹스 어필하지 않아서 아쉬움이 덜하지만, 대담한 노출을 보이는 이집트 의상을 입고 출연한 모니카 벨루치의 섹시함은 여간 아쉬운게 아니다.

그렇다고 완전히 실망하지는 말자. 이야기의 흐름 막바지에 다다르면 마법의 물약에 내포된 성적 가능성은 이집트 노동자들이 건설한 궁전이 클레오 파트라와 시저의 전용 모텔로 사용됨으로써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골적인 성적 판타지 대신 잠재의식적인 환경에서 마법의 물약은 교묘하게 제 할 일은 다하고 있는 것이다. 이정도로 자족할 줄 아는 관객들에게 감독은 충분한 보상을 해주고 있다. 그것은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는 것과 지적인 유희를 주는 것이다. 맑스의 유명한 공산당 선언의 문구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 가 사악한 건축장의 입에서 인용되고 그 말에 영감을 얻은 건축 노동자들이 벌이는 단체협상의 말장난은 신자유주의가 판치는 세상의 선과 악을 사뿐히 넘어서고 있다. 힘겨운 건축 노동의 현장이 스펙터클한 뮤지컬 공연장으로 변하고 채찍을 휘두르는 자와 노동하는 자들의 구분은 가발과 마법의 물약이 제공하는 가공할 힘으로 벽돌쌓기 게임이 되어버린다. 로마병정의 투석기가 별 힘없이 아니 즐거이 쌓은 궁전을 산산이 파괴시키는 장면도 상당하다. 재치있는 대사와 상황, 화려하고 원색적인 의상, 깜짝 애니메이션 쑈등등.. 볼거리와 유머가 곳곳에서 넘쳐흐른다.

이연걸과 뤽 베송의 합작 영화 [키스 오브 드래곤]을 기억하시는가? 에펠탑의 파리에서 선보였던 그 액션이 피라미드와 모스크를 배경으로한 이집트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켰다. 바로 누메로비스와 건축장간의 화려한 격투씬이 그것이다. 둘다 모두 이집트인이다. 서구 유럽의 갈리아 족속은 마법의 물약을 마셔도 그저 무식하게 힘만 버럭버럭 쓰기만 할 뿐이지만, 지정학적으로 서양과 동양의 경계에 위치한 이집트인들은 신비로운 힘을 기(氣)로 변용하여 격투에 응용해낸다. 서구와 동양의 판타지가 이집트에서 만나 궁전의 폐허를 배경으로 화려하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비록 황비홍, 와호장룡의 예술적인 쿵후액션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이집트 의상을 걸치고 기둥을 한걸음에 올라가거나 공중을 나르며 치고 박는 용호상박은 전편이 갖고 있는 지리적인 한계와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는 아이디어가 아닌가?

재밌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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