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전인가, 1999년 7월 한여름에 <매트릭스> 등의 헐리웃 블록버스터에 맞서는 유럽 블록버스터 한편이 극장에 개봉되어 화제였던 기억이 난다. 바로 연기파 배우 제라르 드파르디유와 <인생은 아름다워>의 로베르토 베니니가 출연하는 <아스테릭스>는 초강력 코믹요소로 프랑스영화로는 드물게 블록버스터 대열에 선 영화였다.

그후, 2002년 여름의 마지막 자락에서 <아스테릭스>는 로베르토 베니니 만이 없어지고 전 멤버를 총동원하여 다시 돌아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가 동행했다. 영화 <아스테릭스>는 원작이 만화인 작품으로서 유럽문화의 자존심으로 대표된다. 프랑스는 미국 대중문화에 계속 밀렸지만 '아스테릭스'로 유럽문화와 역사가 녹아있는 정신으로 기발한 언어의 유희로써 문화의 깊이를 보여주었다. '아스테릭스'의 원작자 르네고시니는 1959년 잡지 '필로트'에서 [아스테릭스]를 연재하면서 지금까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아스테릭스'를 모르고서는 유럽인과 대화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유럽 문화의 우수성을 과시할 수 있는 존재가 바로 '아스테릭스'다.

'아스테릭스'의 인기는 만화책으로 그치지 않고 1967년에 최초의 만화영화를 만든 것을 시작으로 아이들 문구류, 자동차 액세서리등의 캐릭터용품, 맥도날드에 맞서는 아스테릭스버거, 컴퓨터 게임, 파리외각에 있는 테마공원 아스테릭스공원까지 그 여파는 상당하다. 1999년도에 만들어진 아스테릭스는 유럽각국에서 타이타닉의 기록을 깨고 그해 최고의 유럽영화로 선정되었다.

이집트를 무시하는 로마의 황제 시저의 한마디에 콧대높은 클레오파트라가 자존심을 상해 얼토당토하지도 않은 내기를 걸었다. "사막한가운데에 세상에서 가장 호화롭고 아름다운 궁전을 3개월 안에 지어내라"는 클레오파트라의 명령을 받은 이집트의 건축가 누메로비스는 모래시계의 줄어드는 모래를 보며 초조함에 10배 이상 힘이 세지는 물약을 제조하는 파노라믹스를 찾아간다. 이렇게 마법의 물약과 아스테릭스, 오벨릭스의 도움을 받아 사막에 궁전을 지으면서 생기는 에피소드를 그린 <아스테릭스 - 미션 클레오파트라>는 프랑스 현지에서 개봉7주 동안 흥행1위를 고수하며 1500만의 관객을 동원한 슈퍼 메가톤급 코미디 영화다.

록큰롤과 랩, <벤허>, <와호장룡>, <매트릭스>를 패러디한 듯한 액션 신에 몰타, 모르코, 프랑스에 걸친 대규모 로케이션과 5000여 개의 진주를 사용한 9벌의 클레오파트라 의상 등 600억원이 들어간 투자만큼이나 볼거리를 제공한다. 감독과 각본, 시저역을 맡은 알랑사바는 최근에 개봉한 <타인의 취향>을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낯이 익다. 이번 작품에서도 코믹연기의 진수를 보여준다. 아스테릭스역의 크리스티앙 클라비에와 오벨릭스역의 제라르 드파르디유의 환상적인 콤비연기는 더 이상 말하면 잔소리다. 거기에 <말레나>와 <늑대의 후예들>에서 신비한 아름다움과 연기력을 인정받았던 모니카 벨루치의 클레오파트라 연기는 아스테릭스 2편의 완성도를 한층 더 고조시킨다.

영화 <아스테릭스>는 스핑크스의 코가 왜 없어졌는지, 피라미드에서 빠져 나오는 방법 등에 대한 역사의 유쾌한 해석을 함과 동시에 영화가 끝난 뒤 NG컷을 보여주는 엔딩 크래딧이 있다. 120분 동안 쉴새없이 웃음을 선사하는 유쾌한 영화 아스테릭스는 하지만, 유럽식 코미디에 다소 거리감이 있는 우리에게는 어떠한 요소로 작용할지는 미지수다. 유럽의 문화와 코미디를 이해한다는 열린 마음으로 영화를 관람한다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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