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발한 아이디어와 아트웍으로 승부하는 판타지!

흔히 판타지하면 엄청난 제작비가 투여된 특수효과만을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우렁각시는 어려운 제작환경속에서도 기발한 상상력과 아트웍으로 무장, 세트제작없이도 기존의 공간을 활용해 멋진 판타지 공간을 창출해냈다. 이는 저예산 영화들이 가질 수 밖에 없는 표현의 한계를 극복하고 나아가 한국 영화계에도 판타지장르라는 새로운 스펙트럼을 확산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게 한다.

· 남기웅식 공간 재활용? – “우렁각시”는 세트를 만들지 않고 서산의 정미소, 연천의 가마터, 석모도와 영종도의 염전 등의 활용해 이름만 들어도 유쾌한 판타지 공간을 만들어냈다. 풍구 등의 소품을 통해 쌀집으로 위장된 ‘뒷거래 철공소’, 총천연색 유치찬란 조명의 ‘니나노카바레’, 환상적인 해바라기 꽃밭의 ‘우렁연못’, 미케란젤로의 명화 ‘천지창조’의 인물을 주윤발로 슬쩍 바꿔놓은 벽화가 장난스러운 건태네집, 도깨비 전통문양으로 장식된 용백이네 집 등 영화속의 모든 공간은 남기웅 감독의 손을 거쳐 그냥 버려진 공간에서 상상력이 충만한 판타지한 공간으로 다시 태어났다. 또한, 도깨비,십이지신,십장생 등 한국의 전통문양이 활용된 항아리 등 많은 소품들도 상상력을 자극시킨다., 이는 굳이 많은 제작비가 들어가는 세트를 만들지 않고도 아이디어와 노하우를 통해 훌륭한 판타지 영화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저예산 영화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판타지에 적합한 밤촬영 – 우렁각시는 밤촬영과 실내촬영으로만 이루어져 있는데 적절한 조명과 디지털질감의 활용으로 따뜻한 판타지의 느낌을 훨씬 적합하게 표현해 내었다.

· 등장인물의 독특한 분장 - 또다른 설화인 임금님귀는 당나귀귀 얘기를 연상시키는 용백의 거대한 귀, 선녀 같은 의상과 머리에 뿔이 달린 예쁜 우렁각시, 총천연색의 우렁이인간 무리등 등장 인물들의 독특한 분장은 또다른 볼거리. 특히 우렁이 무리들의 무늬는 모두 한국의 전통문양에 기초했다.

· 고구마의 감성만땅 음악 –음악까지 직접 담당한 고구마는 유쾌하면서도 몽환적인 사운드트랙을 통해 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더했다. 주요 변환점에 징소리가 등장함으로서 유쾌한 마당놀이의 분위기도 묻어나고 멜로디언, 피리, 북 등 초등학생이 많이 쓰는 악기들을 사용함으로서 동화적인 감수성을 잘 살려냈다.

· 디지털 영화의 가능성 진일보 -<대학로에서 매춘...>으로 디지털 영화의 가능성을 제시했던 남기웅 감독은 <우렁각시>에서 한층 진일보한 디지털영화만들기를 보여주었다.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이 영화는 공간감있는 세트 구성과 다양한 색감구현으로 기존 디지털의 단점이라 여겨졌던 평면적인 화면을 극복했다. 또다른 단점이라 여겨졌던 뭉개진듯한 화면을 적극 활용해 오히려 영화를 더욱 몽환적이고 판타지한 스타일로 만들었다.

2. 고구마의 천연덕스러운 연기와 빛나는 조연

1) <삐삐롱 스타킹>의 고구마는 딱 천방지축 주윤발 소년!
감독과 죽이 맞아 만난지 한시간만에 출연을 결정했다는 고구마는 뮤지션 데뷔시절부터 자유분방하고 능청스런 이미지로 주목을 받아왔다. 배우로서의 첫 작품인 여균동 감독의 ‘죽이는 이야기’에서 몰카비디오를 찍는 여관종업원역으로 등장해 “이젠 어떻게 살지 필이 와요, 필이”란 인상깊은 대사를 들려줬고 그 후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등에도 출연했던 그는 우렁각시를 통해 첫 주연을 맡게 된다. 기대대로 그는 예의 천연덕스러운 표정과 말투로 천방지축 ‘건태’역을 딱 맞게 표현해냈다.

2) 기주봉 등 연극배우들의 탄탄한 조연에 2m7cm의 우렁대장까지

이젠 한국영화의 없어서는 안될 조연으로 자리잡은 기주봉(친구,소름,공공의 적 등)씨를 비롯한 최선자(MBC연기상, 동아연극상 등), 공호석, 김용선, 이봉규 등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중견 연극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는 영화의 중심을 잘 잡아주었다. 여기에 주인공 건태의 숭배를 받는 킬러역으로 우정출연하며 오랜만에 스크린에 얼굴을 드러낸 조상구의 카리스마, 우렁각시의 신비롭고 예쁜 이미지를 그대로 가지고 있는 CF 모델 출신의 채명지도 영화의 다양성을 더했다. 또, 극중 엄청난 거구를 자랑하는 우렁이들의 대장을 맡은 죄로 실제 2m7cm의 몸집에 무겁고 더운 우렁이복장을 입고 있느라 땀을 뻘뻘 흘린 서찬호씨 등 한 여름 특수분장과 의상덕분에 고생 한 단역 연기자들까지 모두의 노력이 소중한 작품이다.

3. 전래설화는 그 자체가 훌륭한 판타지!

“우렁이를 담아둔 독에서 어여쁜 각시가 나와 노총각몰래 밥상을 차려주는데…”
우렁각시 이야기는 한국사람 누구나 알고 있는 전래설화이다. 그러나… 설화의 특성상 전해지는 이야기에 살이 붙고 붙어 지역별로 그 내용이 달라지게 마련인데, 우렁각시 설화도 마찬가지. 해피엔드와 슬픈 결말 두가지 모두 전해지고 여기에 탐관오리에 빼앗긴 각시를 기지를 발휘해 다시 되찾고 탐관오리는 혼내주는 해학으로 가득찬 결말도 있다. (하지만 지역별로 가장 보편적인 결말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비극적이다. 남자는 죽어 파랑새가 되고 각시는 죽어 참빗이 되었다는….)

이렇듯 우리의 전래설화는 다양한 이야기거리를 가지고 또 그 자체가 판타지적 요소를 듬뿍 담고 있다. 우렁각시의 소재를 기반으로 남기웅 감독은 킬러가 총을 쏴대고 부정부패한 권력자가 등장하는 등 느와르, 코미디 등의 다양한 장르적 요소를 접목시켰다. 또한 변방의 인물들과 악인의 캐릭터를 유쾌하게 그리며 특유의 해학성을 만들어내고, 한국의 전통 문양 들과 현대적 이미지들이 어우러진 아트웍으로 판타지한 공간을 창조해냈다.
“우렁각시”를 시작으로, 김지운 감독의 “장화, 홍련”이 준비되고 있는 등 우리의 전래 설화는 그 자체가 갖고 있는 판타지적 특성과 해학적 유머로 인해 한국영화의 새로운 소재로 각광을 받을 전망이다.

4. “대학로 매춘~” 남기웅 감독과의 유쾌한 재회

2000년. “대학로에서 매춘~”은 제목만큼이나 센세이셔널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여고생의 매춘과 토막살해, 사이보그로의 부활이란 소재에서부터 제한된 예산과 디지털 촬영의 약점을 오히려 독특한 색채와 질감으로 극복한 디지털 미학의 성과까지… 이어 많은 관심이 쏠린 가운데 남기웅 감독은 차기작의 소재로 우리의 전래설화 우렁각시를 택했다. “전래설화는 그 자체가 훌륭한 판타지이다. 여기에 현대적인 상상력과 새로운 공간, 색깔을 덧붙여 독특한 판타지를 만들고 싶었다”는 남기웅 감독은 전작의 금속성 사이버 이미지와는 다르게 동화적인 상상력으로 가득찬 유쾌한 영화 “우렁각시”를 들고 다시왔다. 이 영화는 남기웅 감독의 디지털기술에 대한 노하우가 한층 더해지면서 훨씬 안정감있는 화면과 함께 키네스코핑과 현상과정의 새로운 시도를 통해 찾아낸 암록색의 새로운 색감을 보여주는 등 기술적으로도 한층 진일보한 면모를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