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 아이]는 [방콕 데인져러스]의 팡 형제들이 만든 첫번째 호러 영화입니다. 이 사람들도 코엔 형제처럼 다양한 장르를 하나씩 실험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해요.

[디 아이]는 한 마디로 장기 이식에 대한 고전적인 호러물입니다. 두 살 때 실명한 주인공이 각막을 이식 받았는데, 그 뒤로 죽은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죠. 한참 겁을 먹던 주인공은 각막의 원래 주인을 추적하는데, 물론 여기엔 고전적인 동양 귀신의 원한이 묻혀 있습니다.

보도 자료에서는 [디 아이]가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우기고 있는데, 여기서 '실화'가 그렇게까지 충실하게 영화화된 것은 아닐 겁니다. 그 '실화'가 과연 제대로 검증된 사실인지도 모르겠고요.

하지만 이런 식의 이야기들이 꽤 많은 건 사실입니다. 심지어 장기 이식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옛날에도 많았죠. 그림 형제 동화에서도 교수형 받은 범죄자의 손이나 눈을 이식 받은 뒤 이상한 증상을 겪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으니까요.

아마 관객들은 [식스 센스]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을 겁니다. 둘 다 죽은 사람들을 보며 고통스러워하는 사람들에 대한 영화잖아요. 특히 몇몇 장면들은 [식스 센스]의 유명한 "나는 죽은 사람이 보여요" 대사가 나오는 부분과 거의 일치할 정도죠. 설정상 어쩔 수 없는 일일 수도 있었겠지만, 조금 더 조심했으면 좋았을 겁니다. 상당히 유명한 영화가 몇 년 앞에 버티고 있는데도 차별화에 신경 쓰지 않는다면 쓸데없는 말들이 나오게 되니까요. 이보다 유사성이 훨씬 약한 [디 아더스]도 말이 많았잖아요.

[디 아이]에서 유령들의 존재가 더 당연하게 느껴지기는 합니다. [식스 센스]의 필라델피아와는 달리 [디 아이]의 홍콩은 사후 세계의 존재들이 현실 세계에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곳입니다. 사실 유령을 보는 건 주인공 뿐만이 아니거든요. 그 때문에 [식스 센스]처럼 기교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아요.

문제는 팡 형제들이 호러 영화의 리듬감을 충분히 익히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이들은 한 마디로 관객들을 겁주기 위해 별 짓을 다합니다. 하지만 모든 장면들에 힘을 준 결과, 이런 종류의 호러 영화에 필수적인 잡아당기고 풀어주는 느낌이 심각할 정도로 떨어져요. 그러다 보니 결정적인 몇몇 장면들이 오히려 맥이 빠지기도 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문이, 병원에서 친구가 된 뇌종양 환자 잉잉이 보낸 카드를 보는 장면이죠. 이 장면은 앞에 나온 모든 유령 장면들을 다 합친 것만큼이나 중요하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습니다. 초반과 중반의 자극이 이 장면의 힘을 모두 빼앗아 버렸기 때문이지요. 유령들이 지나칠 정도로 오버 액팅을 하고 있어서 오히려 실없는 웃음이 나올 때가 많다는 것도 지적할만 하고요.

그래도 영화엔 꽤 괜찮은 아이디어들이 있습니다. 아까 투덜거렸던 카드 장면도 개념만 따지면 상당히 좋아요. 몇몇 노골적인 컴퓨터 그래픽을 제외하면 기술 수준도 높은 편이어서 특수 효과가 가득한 후반부의 클라이맥스 장면도 거슬리지 않습니다.

문을 연기한 이심결은 좋습니다. 감정이입과 공포 조성 모두에 상당히 성공적이에요. 원래는 장백지에게 갔다가 거절당한 역이라고 하더군요. 장백지가 했어도 괜찮았겠지만, 이심결 쪽이 호러 영화의 분위기에 더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제목부터가 [디 아이 (중국어 제목은 [見鬼]입니다)]니, 눈 큰 사람이 주인공 역을 하는 게 맞겠죠. 하지만 주인공을 돕는 의사 역의 주준위는 좀 심심합니다. 사실 꽤 웃기기도 해요. 생긴 것부터 하는 짓에 이르기까지 전형적인 일본식 트렌디 드라마의 남자 주인공이니까요.

[디 아이]는 팡 형제가 홍콩으로 돌아와 찍은 첫번째 영화지만, 여전히 한쪽 발은 태국에 디디고 있습니다. 스탭 반 이상이 태국 영화인들이고, 영화 후반은 태국에서 일어나니까요. 이들이 태국에 그대로 남아 태국 영화 르네상스의 열풍을 계속 탈 것인지, 아니면 태국에서 쌓아올린 명성을 이용해 홍콩 영화계에서 입지를 다지게 될 것인지는 좀 더 기다려봐야 알겠지요.

기타등등

좋아요. 특별한 각막을 이식받아서 유령이 보인다고 칩시다. 하지만 유령이 하는 말은 어떻게 듣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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